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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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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8. 모리오카 (2) 친절한 사서씨 항상 느끼지만 도서관 스탭은 친절합니다. 일본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승희 공연 취재를 위해 일본 전역의 약 80개 이상의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를 다녔습니다만, 친절하지 않은 사서와 기록관리사는 열 명에 한 명 정도일까요? 그 한 명도 아마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을 겁니다. 혹은 그리 무뚝뚝했던 것이 그(녀)로서는 최대한 친절한 모습이었을 수도 있고요. 도서관을 방문하면 대체로 3단계를 거칩니다. 우선 도서관 맨 앞의 종합 안내데스크로 가서 방문 목적을 말합니다. 그냥 “리서치 지원 데스크가 어디죠?”하고 물으면 그만이지만, 저는 일부러 많이 말합니다. 무용가 최승희가 누구이며, 언제 활동했고, 얼마나 예뻤으며, 일본인 스승에게서 배웠는데 춤을 기가 막히게 잘 추던 사람이라고 말해 줍니다. 그리고는 꼭 ..
[도호쿠2023취재] 7. 모리오카 (1) 대박 도호쿠 첫 조사가 모리오카 현립도서관입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대박입니다. 모리오카에서 최승희 무용공연이 두 번 있었던 것이 확인됐고, 관련 신문기사 22건, 공연이 있었던 극장 사진을 각각 2-3장, 그리고 극장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각각 1-2장씩 찾았습니다. 도호쿠 취재는 긴가민가하면서 시작한 것인데, 첫날 이런 성과를 얻고 보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후원해 주신 분들한테 덜 미안하고 더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맘 편하게 나머지 도호쿠 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모리오카에서 공연이 있었다면 도호쿠의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아침 5시45분에 도쿄 숙소를 나섰습니다. 모리오카에 9시 전에 도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6시32분에..
[도호쿠2023취재] 6. 도착 (3) 신주쿠의 밤 쇼와칸에서 두 시간 가량 조사해서 수집한 자료들을 챙겨들고 신주쿠로 갔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대학 동창인 절친인 이찬우 선생이 저녁 먹자는 고마운 제안을 했기 때문이죠. (항간에는 제가 취재 다니면서 여성하고만 만난다는 낭설이 있던데,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여사친 못지않게 남사친들과 더 반갑고 빈번하게 만난다는 점을 주지해 주시길 빕니다.) 구단시타에서는 신주쿠에 바로 가는 전철이 있습니다. 신주쿠선인데 정거장 3개만 가면 바로 신주쿠3가입니다. 이 역에 내려서 5분쯤 걸어가면 약속장소입니다. 이찬우 선생은 내가 도쿄에 갈 때마다 시간을 내줍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시절에 가깝게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는데, 다른 영역에서 서로 바빴기 때문이겠지요. 대학 졸업하고 못 보는 사이에 비슷하게 공부의 길을 갔..
[도호쿠2023취재] 5. 도착 (2) 도요코인과 쇼와칸 나리타공항에서 환전은 실패, JR패스 구입은 성공이었지만, 그 두 일을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예정대로라면 12시경 도쿄 시내에 진입했을 것이고, 오후에는 내내 쇼와칸 조사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예상 못한 지연과 시행착오에다가 값이 더 싼 기차를 탔더니 도쿄 신바시(新橋)에 내렸을 때 이미 오후 2시반입니다. 쇼와칸 조사를 포기하려고 한 것은 무거운 가방까지 끌고 다니는 게 부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숙소에 체크인하고 가방을 방에 둔 다음 쿠단시타(九段下)로 갔습니다. 쇼와칸은 5시 반까지 문을 여니까, 약 2시간 반 동안이나마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숙소 토요코인(東橫イン)은 호텔 체인점입니다. 2018년 첫 일본 조사 때부터 토요코인을 숙소로 정합니다. 메이저 호텔들보..
[도호쿠2023취재] 4. 도착 (1) 나리타(成田) 인천에서 출발은 늦었지만 나리타에는 얼추 시간에 맞게 내렸습니다. 예정보다 15분밖에 안 늦었으니까요. 다른 도착 비행기가 없었는지 입국/세관 심사도 신속해서 금방 공항을 나왔습니다. 다만 비행기 내려서 공항 밖으로 나올 때까지 많이 걷도록 동선을 만들었더군요. 덕분에 인천과 나리타의 두 공항에서만 1만보를 걸었습니다.^^ 공항에서 할 일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JR패스를 사는 일과 환전하는 일이었습니다. 도착한 날은 도쿄에 머물 예정이고, 신바시(新橋) 근처에 숙소도 예약해 놓았으므로, 이날은 JR패스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하므로 기차패스가 필요합니다. 일본에서도 카드나 온라인 결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현금만 받는 곳이 꽤 많기 때문에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
[도호쿠2023취재] 3. 출발 (1) 이른 비행기 일본 취재를 갈 때는 이른 비행기를 예약합니다. 그래야 첫날부터 조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도시가 인천공항에서 2시간 안팎이므로 9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 같은 곳은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인천에서 도쿄로 가는 이른 비행기가 아침 7시대인데, 저는 7시55분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그보다 더 이르게 가려면 승용차, 혹은 심야버스를 타야 합니다. 심야버스는 4시 반에 도착하기 때문에, 여유는 있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첫 공항열차가 5시20분입니다. 인천공항(제1터미널)에 6시10분쯤 도착합니다. 약 1시간 반 동안 체크인하고 검색대 통과하고 게이트까지 가면 됩니다. 보통 때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체크인은 셀프로..
[도호쿠2023취재] 2. 준비 (2) 센보쿠 사전조사 이번 도호쿠 취재의 단서는 아키타 조사에서 발굴한 신문기사 1개와 포스터 한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너무 간단하고, 포스터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1) 우선 공연이 있었던 곳은 센보쿠(仙北)인 것 같습니다. ‘같다’라고 한 것은 공연장소가 그냥 “공회당홀(公會堂ホール)이라고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도시의 공회당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공연의 주최가 센보쿠청년단(仙北靑年團)인 것을 보면 아마도 이 포스터의 공연이 센보쿠시에서 열렸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 공연의 후원자가 이와테일보사(岩手日報社)입니다. 센보쿠시는 아키타현(秋田縣)인데, 어째서 이와테현의 신문사가 후원을 한 것일까, 의문입니다. 센보쿠 시립도서관이나 이와테 현립도서관에서 확인해 볼 문제입..
[도호쿠2023취재] 1. 준비 (1) 갑작스런 출발 2018년 5월 일본 취재를 시작했는데 벌써 햇수로 6년째입니다. 일 년에 3-4회씩 일본을 방문했으니 벌써 30번 가까운 일본 원정 조사를 하는 셈인데, 아직도 최승희의 공연 자료가 자꾸 발굴됩니다. 최승희 공연 조사를 제가 완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8-90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많은 것이 흩어지거나 깊이 묻혔습니다. 이번 11월의 일본 조사는 원래 계획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내년 3월쯤에나 한 번 더 일본에 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취재비가 말라버렸기 때문인데^^ 전처럼 수시로 오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잘 세우고 취재비를 부지런히 저금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1) 첫째는 논문발표입니다. “최승희의 탄생일”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