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2023취재] 1. 준비 (1) 갑작스런 출발

2018년 5월 일본 취재를 시작했는데 벌써 햇수로 6년째입니다. 일 년에 3-4회씩 일본을 방문했으니 벌써 30번 가까운 일본 원정 조사를 하는 셈인데, 아직도 최승희의 공연 자료가 자꾸 발굴됩니다. 최승희 공연 조사를 제가 완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8-90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많은 것이 흩어지거나 깊이 묻혔습니다.

 

이번 11월의 일본 조사는 원래 계획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내년 3월쯤에나 한 번 더 일본에 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취재비가 말라버렸기 때문인데^^ 전처럼 수시로 오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잘 세우고 취재비를 부지런히 저금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1) 첫째는 논문발표입니다. “최승희의 탄생일”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고베 청구문고 월례회에서 발표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2) 취재비를 후원해 주신 분들이 생겼습니다. <무용신> 활동을 함께 해 주시는 친구와 가족입니다. 정말 고마운 일습니다. 이왕 일본에 갈 수 있게 된 김에 (3) 도호쿠 조사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도호쿠(東北)란 도쿄의 동북부 지방입니다. 아오모리(靑森),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아키타(秋田), 야마가타(山形), 후쿠시마(福島)의 6개 현을 묶어서 도호쿠 지방이라고 부릅니다.

 

아키타(秋田) 조사는 지난 7월에 했습니다. 그때 아키타 도서관 조사를 통해서 많은 자료를 발굴했는데, 그때만 해도 바로 옆 도시 모리오카(森岡)나 그 북쪽의 도시 아오모리(靑森)에서도 최승희의 공연이 있었으리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은 것은 아닌데, 실마리가 없으니 선뜻 시간과 돈을 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키타에서 조사해온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면서 센보쿠(仙北)에서 최승희 공연이 있었다는 신문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센보쿠는 아키타와 모리오카의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인데, 아키타현(秋田縣)에 속해 있습니다. 지금 인구가 23만명쯤이니까 그리 대도시는 아닙니다. 강릉이나 나주 정도의 중소도시입니다. 1930년대에는 훨씬 더 작은 도시였겠습니다.

 

 

 

아키타에 이어 센보쿠에서도 최승희 선생이 공연했다는 자료가 나온 겁니다. 그렇다면 아키타현의 다른 중소도시에서도 공연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센보쿠보다 조금 더 큰 모리오카(인구 30만)에서도 당연히 공연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구나 기사와 포스터를 보니까 센보쿠 공연의 후원사가 이와테현의 신문사인 이와테일보사(岩手日報社)입니다. 아키타현의 센보쿠 공연인데, 어째서 이와테일보가 후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연히 모리오카도 조사해야 하고, 이와테현의 다른 도시도 조사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키타현과 이와테현에서 공연이 있었다면 그 두 현의 북쪽에 위치한 아오모리현(靑森縣)에서도 공연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확장해 나가다가, 아예 도호쿠 지역 전체를 조사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 도호쿠 6개 현의 중심도시들을 조사해 볼 생각입니다.

 

 

지역조사를 할 때 사전 조사가 중요합니다. 미리 준비하면, 현지에 도착했을 때 조사가 빠르고 편리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취재에서는 사전 조사할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간 걱정이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효과적인 취재를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대략의 일정을 마련했습니다. 7일(도쿄/나리타/쇼와칸 조사), 8일(모리오카/센보쿠 조사), 9일(아오모리/하치노헤), 10일(센다이/야마가타), 11일(후쿠시마/고리야마/우쓰노미야)를 조사합니다. 그리고는 12일의 논문발표를 위해 도쿄를 거쳐 고베로 가게 됩니다.

 

12일 고베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13일 오사카 부립도서관을 조사한 다음 도쿄로 옮겨오게 됩니다. 14-15일에는 일본국회도서관을 조사하고, 15일 밤에 서울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장거리 여행입니다. 그래서 JR패스를 사용해야 하죠.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여정입니다만, 계획대로 취재가 진행된다면 또 다시 적지 않은 자료가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jc, 2023/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