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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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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16. 아오모리 (2) 4회 공연 아오모리 도서관을 조사할 때까지만 해도, 아오모리에서 최승희 선생의 공연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평전과 연구서에서 아오모리 공연을 언급한 것은 없었습니다. 이번 도호쿠(東北) 취재를 계획하면서 아오모리를 꼭 조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몇 가지 상식 때문입니다. 최승희 선생은 1935년과 1937년 사이에 홋카이도 순회공연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제가 조사한 것만도 하코다테와 삿포로, 오타루와 아사히카와, 나요로와 쿠시로의 6개 도시였습니다. 최승희 선생이 순회공연을 다녔을 때는 비행기가 상용화되기 전이고, 1930년대에는 일본에 간선 철도가 완비된 후였기 때문에 주로 기차로 여행했습니다. 간사이와 큐슈, 심지어 시코쿠 순회공연을 할 때도 기차를 탔던 것이 확인됩니다. “최승희가 몇월 몇일 몇시에 무슨 ..
[도호쿠2023취재] 15. 아오모리 (1) 구글아, 구글아... 저는 구글을 신뢰합니다. 많이 신뢰합니다. 한국 밖에서는 다음이나 네이버가 무용지물이므로 더더욱 구글에 의존하게 됩니다. 구글 지도의 정보는 정확한 편이어서, 크롬과 함께 제 외국 여행의 충실한 동반자입니다. 그런 구글 지도가 저를 실망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3년 전 여름, 엄청나게 더운 날 교토 도서관에 조사를 갔었습니다. 구글 지도를 가지고 동선과 차편, 교통비와 문 여는 시간까지 모두 확인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교토 도서관이 휴관이었습니다. 도쿄에서 교토까지 빠른 기차를 탔고, 교토 조사를 하루에 마치고 저녁에 오사카로 갈 계획으로 호텔은 신오사카에 잡아놓았습니다. 그런데 휴관이라는 겁니다. 구글이 이럴 수가.... 그때의 황당했던 경험이 아오모리에서 반복됐습니다. 취재 둘째 날이자 도호쿠 조사 첫..
[도호쿠2023취재] 14. 모리오카 (8) 촬영회와 캐리커처 1936년 5월2일의 는 간략하게나마 모리오카에 도착한 최승희 선생의 일정을 보도했습니다. “오후1시14분에 모리오카에 도착”해서 “오다지마 여관의 별관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오후3시에 촬영회, 오후6시부터는 무대”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세 문단짜리 기사에 많은 정보가 들어 있었습니다. 우선 최승희의 모리오카 숙소는 오다지마(小田島) 여관이었습니다. 오다지마 여관은 1897년 오늘날 모리오카의 혼마치거리(本町通り)에서 하숙집으로 창업되었고, 1915년 닛카게몬(日影門) 인근의 작은 거리로 이전했습니다. 최승희 선생이 투숙했던 오다지마 여관은 바로 이곳인데, 오늘날의 주소는 주오도리1가(中央通1丁目)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모리오카의 최고급 여관이었다고 합니다. 오다지마여관은 1954년 주식회..
[도호쿠2023취재] 13. 모리오카 (7) 레퍼토리 1936년 4월28일의 에는 최승희의 모리오카 공연의 레퍼토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최승희가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에 의해 일본일(日本一)의 무용가로 평가되었다고 지적한 후, 그의 첫 모리오카 공연이 다음과 같이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제1부] 1. 검무(최승희); 2. 어린이의 세계 A. 인형씨(하리타 요코); 3. 2개의 코리안멜로디(최승희); 4. 어린이의 세계 B. 춤을 추세요(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 5. 희망을 안고서(최승희, 와카쿠사 토시코) [제2부] 1. 승무(최승희); 2. 봄빛을 받고서(와카쿠사 토시코); 3. 에헤야 노아라(최승희); 4. 탱고(오쿠라 요시아키); 5. 습작(움직임의 시스템) 작품제1(최승희); 6. 노예 시치로 효에(하리타 요코); ..
[도호쿠2023취재] 12. 모리오카 (6) <이와테일보>의 보도 최승희 선생의 모리오카 공연은 1936년 5월1일, 이와테현 공회당에서 열렸습니다. 이 공연은 1936년 4월8일의 에 처음 보도됐습니다. 간략히 공연 일시와 장소를 고지한 후, 최승희 선생의 약력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여사는 10년 전 경성의 여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동경의 음악학교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나이의 관계상 그것이 무산된 어느 날 이시이 막씨의 무용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16세 때 이시이씨 밑에서 입문했다. “예도를 위해 피를 토하는 듯한 노력을 하였으나 예도에 자신이 없었던 여사는 러시아로 유학을 가기 위해 석정무용소를 사퇴하였으나 가정사정으로 경성으로 돌아와 형 승일의 후원을 받아 독립연구소를 열었고, 경성에서의 3년은 실로 고단 그 자체였다. “시련의 길에 정진하여 고국의 ..
[도호쿠2023취재] 11. 모리오카 (5) 이시카와 다쿠보쿠 모리오카(盛岡)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5월에 아키타(秋田) 조사를 했는데, 그때 도쿄에서 너무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아키타까지 가는 기차가 없었습니다. 아오모리로 가는 도호쿠 신칸센(초록색)과 아키타로 가는 아키탄 신칸센(빨간색)은 모리오카에서 갈라지는데, 저는 그냥 모리오카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아키타로 출발하기로 했었습니다. 갈 때는 아키타 조사로 머리가 꽉 차 있었고, 돌아올 때는 만족스런 조사결과에 기뻐한 나머지, 모리오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키타 조사를 위해서 하루 경유했던 곳이라는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아키타 자료에서 모리오카 공연 기사와 포스터가 발굴되는 바람에 이번에 다시 모리오카를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거..
[도호쿠2023취재] 10. 모리오카 (4) 산사오도리 춤은 삶의 일부이므로 사람이 사는 곳이면 춤이 있습니다. 춤은 삶을 반영하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특징을 가지게 되지요. 그런데 어떤 지역의 춤은 주목받아 널리 퍼지고 오래 전해지면서 유명해 집니다. 진도의 강강술래라든가, 진주의 교방굿거리춤 등이 그런 것이지요. 일본에도 당연히 지역의 춤이 있습니다. 사사라오도리(ささら踊り)는 아카타(秋田) 지역에 전해져온 춤입니다. 원래 사사라는 대나무를 잘라 만든 악기이름인데, 이 악기를 반주로 사용하여 추는 춤이라고 해서 사사라춤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아키타 출신의 이시이 바쿠(石井漠, 1886-1962)는 일본 현대무용의 창시자입니다. 그는 일본 전통춤인 가부키(歌舞技)와 노(能), 서양 발레를 거부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감성을 직접 표현하는 현대무용..
[도호쿠2023취재] 9. 모리오카 (3) 두 개의 센보쿠 이번 도호쿠 취재를 준비하면서 사전조사를 많이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사전 조사를 한 것이 센보쿠(仙北) 공연입니다. 센보쿠청년단(仙北靑年團)이 주최한 공연의 포스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터에 따르면 공연일은 5월1일, 공연 장소는 현공회당이었습니다. 그러나 포스터에는 이 공연의 연도가 나타나 있지 않았고, 현공회당도 어느 현의 공회당인지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또 포스터에 따르면 이 공연의 주최자는 “센보쿠”의 청년단이지만 후원자는 “이와테”신문사였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센보쿠는 아키타현이지만, 이와테신문사는 이와테현에서 발행되던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사전 조사에서는 모리오카와 센보쿠가 서로 다른 도시로 인식됐습니다. 지도를 보니까 아키타시와 모리오카시의 중간 지점에 센보쿠시가 위치했는데, 아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