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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5. 도착 (2) 도요코인과 쇼와칸

나리타공항에서 환전은 실패, JR패스 구입은 성공이었지만, 그 두 일을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예정대로라면 12시경 도쿄 시내에 진입했을 것이고, 오후에는 내내 쇼와칸 조사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예상 못한 지연과 시행착오에다가 값이 더 싼 기차를 탔더니 도쿄 신바시(新橋)에 내렸을 때 이미 오후 2시반입니다.

 

쇼와칸 조사를 포기하려고 한 것은 무거운 가방까지 끌고 다니는 게 부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숙소에 체크인하고 가방을 방에 둔 다음 쿠단시타(九段下)로 갔습니다. 쇼와칸은 5시 반까지 문을 여니까, 2시간 반 동안이나마 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숙소 토요코인(東橫イン)은 호텔 체인점입니다. 2018년 첫 일본 조사 때부터 토요코인을 숙소로 정합니다. 메이저 호텔들보다 방도 작고 시설이 썩 훌륭하지는 않은 비즈니스호텔이지만, 값이 싼데다 위치가 좋습니다. 도쿄 중심가에서 저렴하고 이동에 편리한 비즈니스호텔에 묵을 수 있는 것도 다행입니다.

 

 

토요코인 말고도 아파호텔, 루트인, 워싱턴 호텔 등도 비슷한 개념의 호텔들인데, 저는 그냥 습관대로 토요코인입니다. 이 호텔은 10번 숙박에 1박 무료숙박을 제공합니다. 고객들의 충성 소비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겠는데, 저도 그 충성스런^^ 고객의 한 명이 된 거죠.

 

쇼와칸(昭和館)은 일본의 쇼와 덴노 시기(1926-1989)의 자료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이자 도서관/아카이브입니다. 상시 전시와 기획 전시도 하지만 저는 주로 도서관만 이용합니다.

 

최승희 선생의 일본 활동 시기는 대부분 쇼와 전기와 겹칩니다. 최승희가 이시이 바쿠 문하에서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1926년인데 그해의 일본 연호가 쇼와 원년이었습니다. 일본 활동의 전성기(1935-37)와 세계 순회공연기(1938-1940)가 모두 쇼와 시기였기 때문에, 쇼와칸은 최승희 선생에 대한 자료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당시의 일간신문들은 대부분 일본국회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지만, 그 밖의 시사, 여성, 연예, 오락 잡지들은 대부분 쇼와칸에 있습니다. 따라서 최승희 선생의 공연일정을 확인하려면 국회도서관에 가야하지만, 그의 다른 활동을 찾아보려면 쇼와칸에 가야 합니다.

 

쇼와칸의 자료는 전부 색인 작업과 전자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이 편합니다. 가장 일차적인 검색어 최승희로 검색해 보아도 약 200건의 자료가 시간 순으로 검색됩니다.

 

이 자료들은 이미 차례로 대출해서 관내에 마련된 복사기로 사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동안 최승희 선생에 대한 쇼와칸 자료는 거의 조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시때때로 쇼와칸을 방문하는 것은 최승희 선생과 관련된 다른 인물에 대한 조사도 계속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최승희의 스승 이시이 바쿠와 그의 막내여동생 이시이 에이코, 최승희와 함께 수제자 그룹을 형성했던 이시이 코나미, 이시이 미도리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쇼와 시대의 중요한 자료들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른 연구자들도 쇼와칸 조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안해룡 선생도 쇼와칸의 자료를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제가 도쿄 취재를 오면 숙제를 내곤 합니다. 이번에도 쇼와칸에 가면 이러저러한 자료를 찾아서 복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안해룡 선생의 지시라면 잘 지킵니다. 내 일본 조사를 처음부터 도와주었을 뿐 아니라, 조사 결과에도 항상 관심을 갖고, 기꺼이 토론 상대가 되어 주곤 합니다. 일본 조사를 통해 얻어진 자료를 가지고 논문이나 에세이를 쓰면 항상 가장 먼저 읽어주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 은인의 부탁이라면 내 조사연구와 관련이 없는 곳이라도 가야할 판인데, 마침 내가 애용하는 도서관에서 특정 자료를 지정해서 복사해 달라고 합니다.

 

그런 손쉬운 부탁은 거절할 수 없는 일이기에 도쿄에 도착해서 다짜고짜 쇼와칸부터 들렀습니다. 나중에 쇼와칸에 들를 시간이 없거나 혹시 잊어버릴까봐 걱정도 되었던 것이고요.^^ (jc, 202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