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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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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34. 고베 세큐분코 (2) 논문 발표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은 “최승희 탄생일”이라는 간단한 제목이었습니다. 논문의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간단합니다. 그동안 널리 알려진 최승희 선생의 생년월일이 잘못되었음을 밝히고, 새로운 생년월일을 밝힌 것이었습니다. 최승희 선생의 생일이 잘못 알려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2017년 유럽 조사를 할 때부터 느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 왕립도서관에서 발굴한 최승희 선생의 노동허가증에 그의 생년이 1911년이 아니라 1912년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중요한 공문서에 자신이 몇 년에 태어났는지를 잘못 기입하기란 대단히 드문 일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이후 발굴된 최승희 선생의 미국 입국서류, 멕시코 입국비자신청서 등에도 그의 나이가 이상하게 기입되어 있었습니다. ..
[도호쿠2023취재] 33. 고베 세큐분코 (1) 청구문고 후쿠시마 조사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동시에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전조사에서 확보한 포스터의 공연을 확인한 것은 좋았지만, 후쿠시마에서 있었을 다른 공연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3-4회의 공연을 발굴해 낼 수 있었던 모리오카와 아오모리에서와는 달리, 센다이와 후쿠시마에서 각각 1회씩의 공연밖에 찾지 못했고, 야마가타에서는 아무 공연도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즉, 도호쿠의 북부 3개현(아키타, 이와테, 아오모리)의 조사 결과는 훌륭했지만, 남부 3개현(미야기, 야마가타, 후쿠시마)의 취재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도호쿠에 남아 조사를 계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고베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11월12일(일) 고베시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세큐분코(青丘文庫) 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
[도호쿠2023취재] 32. 후쿠시마 (3) 여성성 공연(?) 후쿠시마 도서관에서는 자료도 많이 나왔고, 최승희 공연의 일시와 극장도 모두 확인되었습니다. 그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볼 시간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별은 해야 했습니다. 혹시 도서관을 떠나기 전에 당장 심층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 없는지 알아 보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급한 조사 항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뭔가 다른 지역에서의 공연과는 다른 느낌을 자꾸 받게 됩니다. 그게 뭘까,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1936년 7월2일의 후쿠시마 공연이 ‘여성성’이 강조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네요. 우선 최승희 무용단이 전원 여성 무용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남성 무용수가 제외되었다는 점은 연목을 정리하면서 앞글에서 이미 지적했던 사항입니다. 또 1937년 6월22일의 의 최승희 공연 첫 기사에서..
[도호쿠2023취재] 31. 후쿠시마 (2) 레퍼토리 최승희의 후쿠시마 공연 연목은 2가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공연 포스터 뒷면에 공연의 레퍼토리가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1부의 6연목, 2부의 6연목, 3부의 5연목으로 모두 17개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1부. 1. 봄노래(春の唄, 히라사와 키요코, 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 2. 무녀(舞女, 최승희); 3. ワルツ・ブルエット(와카쿠사 도시코=김민자); 4. 호니호로시(ほにほろ師, 최승희); 5. 시골처녀(田舍娘, 히라사와 키요코, 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 6. 희망을 안고서(希望を抱いて, 최승희, 와카쿠사 토시코) 제2부. 1. 금가락 춤(金の指の踊り, 김민자, 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 2. 에헤야 노아라(エヘヤ·ノアラ, 최승희); 3. 재즈풍의 춤(..
[도호쿠2023취재] 29. 야마가타 (2) 실패한 조사 최승희 선생이 야마가타에서 공연을 했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평전이나 연구서들이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야마가타는 약 25만명의 인구를 가진 도호쿠의 주요도시입니다. 센다이나 모리오카 보다는 약간 작지만, 하치노헤나 히로사키보다는 더 큽니다. 그렇다면 최승희 선생이 공연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조사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1936년에 야마가타 공연이 있었다면 그 시기는 4월 말경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센다이 공연이 4월29일이었고, 모리오카 공연이 5월1일이었기 때문에, 센다이 서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야마가타에서는 4월29일 직전이나 직후에 공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또 1936년 11월에도 아오모리(22일)와 히로사키(23일)에서 공연이 있었기 때문에..
[도호쿠2023취재] 28. 야마가타 (1) 가까운 먼 길 일본 도호쿠 지방은 6개 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북쪽의 아오모리(4회 공연), 아키타(2회 공연), 이와테현(3회 공연)의 조사를 먼저 마쳤고, 이어서 미야기현 센다이 조사도 1개의 공연을 발굴하면서, 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10개의 공연을 찾아냈습니다. 이제 도호쿠 지방에서 남은 것은 야마가타현과 후쿠시마현이었습니다. 후쿠시마는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악명이 퍼졌을 뿐만 아니라, 재일조선학교의 사진집을 통해서 비교적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야마가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이름조차 처음 들었습니다. 야마가타와 미야기, 후쿠시마의 남부 3개현을 조사할 때는 베이스캠프를 후쿠시마에 두었습니다. 도호쿠의 북부 3개현에서는 모리오카에 숙소를 마련했더니 편리했습니다. 모리오카가 중간 지점일 뿐 아니라, 아키타..
[도호쿠2023취재] 27. 센다이 (5) 프린트 센다이 조사는 매우 경제적이었습니다. 발굴 자료는 광고 1개, 기사 1개, 그리고 공연극장 문화키네마의 사진 1장과 당시 문화키네마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1장이 전부였습니다. 더 이상의 자료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4건의 자료만 가지고라도 최승희 선생의 센다이 공연에 대한 사실(fact)은 밝힐 수 있었습니다. 공연일자(1936년 4월29일)와 공연장소(분카키네마)를 알아내었고, 공연내용(연목)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센다이가 도호쿠 지방의 최대 도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승희 공연이 이 한 번뿐이라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더 많은 공연이 있었을 것입니다. 센다이보다도 더 작은 도시였던 모리오카에서도 3회, 아오모리에서도 2회, 그리고 히로사키나 하치노에 같은 소도시에서도 최승희 공연이 있..
[도호쿠2023취재] 25. 센다이 (3) 공연 발견 센다이에서 발행되는 1936년 4월25일의 에 실린 화장품 광고를 보면서 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5면 하단의 3분의1을 할애한 광고문의 하단 오른편에 최승희 선생의 사진이 실렸는데, 그 바로 옆에 ‘공연회’라는 말이 얼핏 보였습니다. 긴장하고 찬찬히 읽어보니까 의 특등석 초대권을 배부한다는 말입니다. 그 바로 밑에는 깨알만하게 ‘28일까지 마감’한다고 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29일 주야2회, 문화키네마에서”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즉, 후지사키 화장품사는 최승희의 센다이 공연을 후원한 기업이었으며, 이 공연을 회사 홍보의 기회로 삼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발매된 화장품 신제품을 10원 이상어치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최승희 공연의 특등석 초대권을 증정한다는 광고였던 것이지요. 후지사키 화장품사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