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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2. 준비 (2) 센보쿠 사전조사

이번 도호쿠 취재의 단서는 아키타 조사에서 발굴한 신문기사 1개와 포스터 한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너무 간단하고, 포스터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1) 우선 공연이 있었던 곳은 센보쿠(仙北)인 것 같습니다. ‘같다라고 한 것은 공연장소가 그냥 공회당홀(公會堂ホール)이라고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도시의 공회당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공연의 주최가 센보쿠청년단(仙北靑年團)인 것을 보면 아마도 이 포스터의 공연이 센보쿠시에서 열렸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 공연의 후원자가 이와테일보사(岩手日報社)입니다. 센보쿠시는 아키타현(秋田縣)인데, 어째서 이와테현의 신문사가 후원을 한 것일까, 의문입니다. 센보쿠 시립도서관이나 이와테 현립도서관에서 확인해 볼 문제입니다.

 

(2) 이 포스터의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날짜는 있는데 연도가 없습니다. 공연일시가 몇 년도의 51일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이 포스터가 일시만 알리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연도는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80여년이 지난 지금, 연도가 없으니 난감합니다. 연도를 알아내지 않으면, 도서관에 소장된 엄청난 양의 신문을 어디서부터 뒤져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공연일이 51일이었다면 적어도 2주일 전 신문부터 2주일 후의 신문까지 뒤져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공연에 관한 기사나 광고, 혹은 관람 평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개는 공연일 전의 신문에 관련 기사가 몰려 있습니다. 유럽 신문들은 평론가의 비평이나 관객의 감상이 공연 이후에도 곧잘 나오지만, 일본 신문들은 공연이 끝나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경향입니다.

 

신문들이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도록 전자화되어 있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에는 신문자료가 그렇게 잘 정리된 곳이 거의 없습니다. 종이 신문이나 마이크로필름은 대체로 한 달 단위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공연일이 51일이면 4월과 5월치 신문을 살펴야 합니다.

 

아무런 실마리가 없다면 최승희가 일본에서 활동했던 전 시기의 4-5월의 신문을 다 뒤져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 한 공연을 찾으려고 며칠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디서든 연도를 추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실제로 이 포스터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1) 우선 인근지역 공연 시기입니다. 최승희는 아키타시에서 1936621일과 1937623일에 공연했습니다. 따라서 센보쿠에서도 1936년이나 1937년에 공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2) 다음으로 포스터에 실린 사진입니다. 두 장의 사진 중에서 도약하는 모습의 사진은 1935421일자 <선데이마이니치>의 표지에 실린 것이 처음입니다. 눈을 위로 치켜뜬 최승희 사진은 193510월호 오사카의 월간잡지 <회관예술>에 처음 실린 사진입니다. 따라서 이 두 사진이 모두 사용되었으므로 센보쿠 공연은 193510월 이후입니다.

 

(3) 포스터 하단에 콜롬비아 레코드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승희의 이름 아래에도 콜럼비아 전속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최승희가 콜롬비아 레코드사의 전속 가수라는 뜻입니다. 최승희는 19365월 이 레코드사에서 <이탈리아의 정원>이라는 노래를 취입한 적이 있습니다.

 

 

(1)~(3)을 종합하면 이 포스터에 나타난 최승희의 공연시기는 1936년이거나 1937년의 51일일 것입니다. 1938-1940년에는 최승희가 미국, 유럽, 남미에서 순회공연 중이었습니다. 1941-1944년은 제외해도 좋습니다. 최승희가 일본 지방공연을 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따라서 최승희의 센보쿠 공연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면 1936년과 1937년의 4-5월 신문만 조사해 보면 됩니다. 4개월치 신문을 뒤진다는 게 여전히 번거로운 일이지만 연도를 알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절약됩니다. 물론 지역신문이 2개라면 시간은 두 배쯤 듭니다.

 

첫 조사지 센보쿠에서 살펴볼 신문자료의 기간이 정해졌습니다. 센보쿠의 시립도서관이나 이와테 현립도서관에 가서 1936-37년의 4-5월 신문을 보여 달라면 됩니다. (jc, 202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