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2025보성 (8) 썸네일형 리스트형 [은하수2025보성] 7. 태백산맥 문학관 이번 은하수 소풍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곳이 태백산맥 문학관이다. 사실 실망은 방문 전부터 하고 있었다. 서너 번의 과거 벌교 취재에서도 이곳은 딱 한 번 와보았을 뿐이다. 건물은 돈을 많이 들여 그럴듯하게 지었지만, 전시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옥상에서의 전망이나 3층의 전망대도 마찬가지였다. 전망대의 유리는 너무 흐렸고, 옥상에서도 벌교 시내가 그다지 잘 조망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쯤은 방문할 필요가 있고, 전시물에 실망할수록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의 메시지를 잘 숙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 태백산맥>의 소개와 분석은 박한용 선생께서 미리 올려주신 발제문에 잘 나타나 있다. 반면 현부자집이나 소화의 초가집, 그리고 김범우의 고택을 방문한 것은 의미가 있다. 최승희 공연의 취재로.. [은하수2025보성] 6. 소생채 건강법 둘째 날 일정은 벌교와 소록도를 돌아오는 소풍 속의 원족이다. 벌교의 태백산맥 문학관과 소록도의 소나무(SOrokdo NAtional MUseum)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출발하기 전에 다같이 구름속의 산책> 펜션에 들렀다. 모닝커피 때문이다. 나는 이원영, 강대준 선생과 함께 이 펜션에서 잤고 모닝커피도 마셨지만, 전체를 위한 지도부의 배려를 거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원영 선생은 이른 아침 바닷가 산책을 다녀왔다. 부지런한 사람이다.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펜션 앞의 비갠 차밭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이원영 선생이 오카리나로 라노비아>를 불었는데,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가사인데도 선율만으로도 남도의 아침을 풍요롭게 해 줬다. 회천은 보성군의 서쪽 끝이고 벌교는 동쪽 끝이기 때문에 버스로 1시간 .. [은하수2025보성] 5. 거북정의 정원 거북정의 4백50년 역사를 살피는 데에 하루가 꼬박 걸렸다. 이 고택이 지금의 모습으로 유전된 경과를 추적하려면 문헌으로 뒷받침되는 정확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북정의 정원 이야기는 개인 감상을 마음껏 늘어놓을 수 있겠다. 봉강 정해룡 선생의 생가 거북정을 체험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 두 개다. 하나는 내외담이고 다른 하나가 안사랑채의 정원이다. 내외담은 안채에 거주하면서 일하는 여성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돌담이다. 내외담은 거북정 전체를 둘러싼 돌담의 연속선이면서도 안채와 사랑채를 가르는 경계 역할도 한다. 실제로 내외담의 외관은 외담의 모습과 비슷하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또 하나의 독립공간이 안사랑채의 정원이다. 나는 거북정 외벽에 쓰인 “거북정”이라는 말을 처음 읽었을 때 .. [은하수2025보성] 4. 거북정의 역사 “거북정”은 은하수의 2025년 보성 소풍에서 미학적 감수성을 한껏 자극해 준 아름답고 유서가 깊은 건축물이다. 이름에 ‘정(亭)’자가 붙기는 했지만 경관 감상을 위한 정자는 아니고, 봉강 정해룡(丁海龍, 1913-1969) 선생이 태어나 거주했던 주택이다. 봉강 선생의 사적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 집을 “봉강 정해룡 생가”라고 부르지만, 2005년 전라남도가 이 주택을 문화재자료 261호로 지정할 때의 공식 이름은 “전남 보성 봉강리 정씨 고택”이다. 주택 이름에 어째서 ‘정자 정’자를 붙였을까, 하는 것이 첫 의문이었다. 궁금하면 찾아보게 마련이다. 요즘은 누각(樓閣)이나 정자(亭子)가 벽이 없이 사면이 트여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건축물을 가리키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국 후한시대의.. [은하수2025보성] 3. 회소헌의 밝은 등불 일행은 동대문에서 아침 8시반에 모여 9시쯤 출발했는데, 광주를 거쳐 봉강리에 도착하니 저녁 6시반이었다. 10시간의 버스 여정이다. 서울-광주-보성의 거리가 370킬로미터가 살짝 넘으니까 운전 시간만 대략 6시간쯤 걸리는 거리이다. 말수가 적은 원종희 선생의 편안한 운전은 별로 티가 나지 않는 발군이었다. 뒷좌석에서 벌어지는 일에 눈조차 돌리지 않고, 커튼이나 치세요, 하는 식이다. 덕분에 버스 안에서 하지 말라는 일에 과감히 휘말릴 수 있었는데, 이게 몇 십 년 만인지 가물가물하다. 이러고 나면 버스에 찐한 냄새가 남게 마련인데, 원종희 선생은, 나중에 빼죠, 할 뿐이다. 뭔가 말이 더 이어지려나, 하고 잠시 기다려보는데 그뿐이다. 서로 한마디라도 더하려는 은하수에서는 참 드문 일이다. 고속버스라.. [은하수2025보성] 2. 망월 구묘역 올해 은하수 정기 소풍이 정해진 것은 두 달쯤 전이었다. 지도부가 아미원에서 준비회의를 열었는데, 나는 테이블 위에 널린 그릇을 치우러 아미원에 갔다가 엿듣게 되었다. 정해열 선생의 제안으로 목적지는 전남 보성으로 정해졌는데, 행주질을 하던 나는, ‘보성군이면 벌교도 가면 좋겠네’ 하는 소망을 품었다. 그 소망을 입 밖에 내지 못했지만, 방문지에 태백산맥문학관도 포함되는 바람에 결국 벌교도 가게 됐다. 나는 바로 소풍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차편과 식사, 답사와 강연 등의 일정도 의논되었겠는데, 세부사항은 지도부가 잘 알아서 결정하실 것이니 내가 이렇쿵저렇쿵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중에 결정된 것을 보니까 광주 망월의 국립묘역 참배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과연 은하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은하수2025보성] 1. 푸른 하늘 은하수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고, 취재나 여행도 혼자 다니는 내게 단체 여행은 드물다. 글을 쓰는 시간이 많으니 혼자가 편한 것은 그렇다고 쳐도, 연구주제가 조선무용가 최승희이니까 관심의 넓이나 깊이가 겹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취재 여행도 대개 혼자 다닌다. 모처럼 시간 내어 자전거를 타고 놀러가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곳과 맛있는 곳이 많은 제주도에 가더라도, 줄창 달리기만 하는 강행군에 다른 누가 동행하기 쉬울 리 없다. 이런 생활양식이 외롭다거나 심심하게 느낀 적은 없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내가 이상한 건가?” 아마도 맞을 것이다. 내 생활양식이 정상은 아니겠는데, 그런 생활양식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사고방식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 [은하수2025보성] 0. 은하수의 보성 엠티 요즘도 엠티(MT)라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40년전 대학에서 쓰던 ‘써클’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백기완 선생님이 보급하신 ‘동아리’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했더군요. 백기완 선생님은 ‘엠티’ 대신에도 ‘모꼬지’를 제안하셨다는데 아직 널리 쓰이지는 않나 봅니다. ‘모꼬지’는 16세기 문헌에 나올 만큼 연원이 오래고, 지금 국어사전에도 “놀이나 잔치,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엠티의 뜻과 얼추 비슷한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꼬지는 그냥 ‘모임’이라는 말입니다. 엠티라는 말을 대신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인 거죠. 우리가 아는 ‘엠티’는 “모임의 구성원들이 유대감이나 친밀도를 높이려고 합숙을 포함해서 가는 여행”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런 뜻으로 써왔..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