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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28. 야마가타 (1) 가까운 먼 길

일본 도호쿠 지방은 6개 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북쪽의 아오모리(4회 공연), 아키타(2회 공연), 이와테현(3회 공연)의 조사를 먼저 마쳤고, 이어서 미야기현 센다이 조사도 1개의 공연을 발굴하면서, 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10개의 공연을 찾아냈습니다.

 

이제 도호쿠 지방에서 남은 것은 야마가타현과 후쿠시마현이었습니다. 후쿠시마는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악명이 퍼졌을 뿐만 아니라, 재일조선학교의 사진집을 통해서 비교적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야마가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이름조차 처음 들었습니다.

 

야마가타와 미야기, 후쿠시마의 남부 3개현을 조사할 때는 베이스캠프를 후쿠시마에 두었습니다. 도호쿠의 북부 3개현에서는 모리오카에 숙소를 마련했더니 편리했습니다. 모리오카가 중간 지점일 뿐 아니라, 아키타 신칸센과 도호쿠 신칸센의 분기점이어서 교통이 편했습니다. 즉 아키타와 아오모리가 모두 1시간 반 거리에 있었습니다.

 

 

남부 3개현에서는 후쿠시마가 그런 역할을 맡았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야마가타 신칸센과 도호쿠 신칸센이 갈리기 때문에, 야마가타까지 1시간, 센다이까지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야마가타와 센다이의 거리가 각각 1백킬로미터와 80킬로미터로 엇비슷한데, 신칸센으로 걸리는 시간은 2배나 차이가 납니다. 야마가타 신칸센이 요네자와(米沢)를 경유하면서 산악지역을 달리기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센다이 구간은 평야지역이기 때문에 기차가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30분 만에 도착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다는 후쿠시마에 숙소를 마련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이 꺼려졌습니다. 그래서 센다이에 숙소를 두는 방안과 야마가타에 숙소를 두는 방안을 비교적 열심히 조사해 봤는데, 센다이-후쿠시마는 문제가 없었지만 센다이-야마가타가 문제더군요. 야마가타에 숙소를 두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있고요.

 

 

그것은 야마가타와 센다이 사이에 신칸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리가 약 60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보통 기차나 버스로 약 1시간20분이 걸리겠더군요. 이 구간도 오우 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기차든 버스든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현의 폭발한 원자력잘전소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서 살펴봤습니다. 후쿠시마시에서 남동쪽으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 폭발 장소였더군요. 고속도로로든 지방국도로든 1시간40분을 달려야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천안 정도 떨어진 곳이더군요. 그래서 이름이 주는 공포^^’를 무릅쓰고 편의를 위해 후쿠시마시에 숙소를 정했더랬습니다.

 

나름 편의를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숙소와 일정을 정하기는 했지만, 역시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1110일 센다이 도서관이 오후1시에 문을 닫는 바람에 오후 시간이 비게 되었고,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바로 야마가타로 가기로 했습니다. 예상에 없던 동선이지요.

 

 

센다이에서 야마가타는 직선거리가 60여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신칸센이 없습니다. 보통 기차나 버스로는 1시간반쯤 걸립니다. 버스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기차는 보통 기차이든 신칸센이든 소지한 JR패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버스는 따로 돈을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칸센을 타면 센다이-후쿠시마-야마가타를 대략 1시간반에 갈 수 있습니다. 시간만 잘 맞아 준다면 중간에 낭비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친숙해진 신칸센을 타고 기억자로 돌아서 야마가타에 가기로 했습니다.

 

야마가타역에 내리니 오후5시가 넘어 어두워지고 있었고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야마가타 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서관 앞에 내리니까 오후5시반으로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창문마다 환한 불을 밝히고 우뚝 선 도서관이 한편으로 반갑더군요.^^

 

 

다른 한편, 비를 맞으면서 도서관 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인지....

(jc, 202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