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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29. 야마가타 (2) 실패한 조사

최승희 선생이 야마가타에서 공연을 했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평전이나 연구서들이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야마가타는 약 25만명의 인구를 가진 도호쿠의 주요도시입니다. 센다이나 모리오카 보다는 약간 작지만, 하치노헤나 히로사키보다는 더 큽니다. 그렇다면 최승희 선생이 공연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조사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1936년에 야마가타 공연이 있었다면 그 시기는 4월 말경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센다이 공연이 429일이었고, 모리오카 공연이 51일이었기 때문에, 센다이 서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야마가타에서는 429일 직전이나 직후에 공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193611월에도 아오모리(22)와 히로사키(23)에서 공연이 있었기 때문에, 그해 11-12월의 신문도 조사하기로 했고, 1937년에도 아키타(623), 하치노헤(626), 이치노세기(630)에서 공연했기 때문에 7월초쯤 야마가타 공연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19376-7월에는 아오모리와 모리오카에서 공연이 없었기 때문에 야마가타도 건너뛰었을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더 높은 19364-5월 신문부터 신청해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야마가타 도서관도 신문이 마이크로필름입니다. 마음이 내려앉는 순간입니다. 마이크로필름의 판독기가 신식인 것이 약간 위안입니다. 자료가 발견되면 프린트가 좋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딘가하는 생각에 기운을 냅니다. 그럴 때는 와카야마 도서관 조사를 떠올립니다. 와카야마 도서관에서는 신문을 신청하니까 두꺼운 종이신문 철을 내 주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모르게 아이고소리를 냈었습니다.

 

 

하지만 조사하기에는 종이신문이 더 편합니다. 내가 필요한 날짜로 퍽퍽 건너뛸 수가 있고, 일일이 손으로 넘겨야 하는 수고는 필요하지만, 기사들을 살펴보기도 더 편합니다. 그리고 신문을 복사하면 프린트가 훨씬 깨끗합니다.

 

아사히신문이나 모리오카 도서관처럼 키워드 검색이 가능한 신문 데이타베이스는 조사에 가장 도움이 됩니다. 순식간에 검색이 가능하고, 필요한 날짜의 신문을 깨끗하게 프린트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이 검색이 안되는 데이터베이스인데, 일일이 조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마이크로필름이나 종이신문과 다름이 없지만, 자료를 발견하기만 하면 프린트가 깨끗합니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마이크로필름 신문이 조사에는 가장 나쁜 조건입니다. 검색도 안되고, 일일이 넘겨보아야 할 뿐 아니라, 프린트가 최악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 역시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딘가하는 생각으로 조사에 착수합니다.

 

 

조사 시간이 3시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우선 급한 대로 가능성이 높은 시기의 신문부터 찾아 봅니다. 1936415일경부터 4월말까지의 신문을 샅샅이 뒤졌습니다만, 아무런 기사나 광고가 없습니다. 41일부터 4월말까지를 다시 한번 훑었습니다. 그래도 없습니다.

 

그럴리는 없겠다 싶으면서도 51일부터 15일까지의 신문을 봤습니다. 역시 없습니다. 그리고는 193611월과 12월의 신문을 조사했습니다. 최승희 관련 기사가 전혀 없습니다.

 

 

여기까지 조사를 하고 나니까 도서관 폐관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19376-7월의 신문을 조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야마가타 조사는 내일(11)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도서관에 와야 합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센다이와 후쿠시마 조사 시간이 길어져서 결국 야마가타 도서관에는 다시 오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날 야마가타 조사는 완전히 실패였습니다. 최승희 공연이 있었다는 문헌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조사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야마가타에서는 공연이 없었다는 결론도 내릴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가 제게는 최악의 결과입니다. (jc, 202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