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27. 센다이 (5) 프린트

센다이 조사는 매우 경제적이었습니다. 발굴 자료는 광고 1, 기사 1, 그리고 공연극장 문화키네마의 사진 1장과 당시 문화키네마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1장이 전부였습니다. 더 이상의 자료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4건의 자료만 가지고라도 최승희 선생의 센다이 공연에 대한 사실(fact)은 밝힐 수 있었습니다. 공연일자(1936429)와 공연장소(분카키네마)를 알아내었고, 공연내용(연목)도 밝힐 수 있었습니다.

 

 

센다이가 도호쿠 지방의 최대 도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승희 공연이 이 한 번뿐이라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더 많은 공연이 있었을 것입니다. 센다이보다도 더 작은 도시였던 모리오카에서도 3, 아오모리에서도 2, 그리고 히로사키나 하치노에 같은 소도시에서도 최승희 공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하루만 더 있었다면, 다른 도시의 공연을 참고해서 센다이 공연이 더 있었음을 밝힐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날(1112) 논문 발표 때문에 고베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시간과 일정이 제한적인 것이 안타까웠고, 그럴수록 전날(1110) 센다이 도서관이 반나절 일찍 문을 닫은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센다이의 공연이 1회라도 발굴된 것은 큰 성과입니다. 디지털의 세계처럼 01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요. 12가되고, 23-4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센다이 조사에서 안타까운 점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간신히 찾은 자료를 프린트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료들의 프린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이크로필름 자료를 프린트할 때마다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필름을 돌려서 해당 자료를 스크린에 띄우면 그나마 화질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프린트하면 엉망이 되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크로필름 판독기에는 프린트 결과를 조정할 수 있는 단추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 단추들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제 탓도 있기는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종이 한 장에도 균일하게 토너가 사용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A3 크기의 종이 한 장에 프린트를 해도 오른쪽 상단은 깨끗하게 나오더라도 왼쪽 상단은 시커멓게 되어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겨우 1단짜리 기사인데도 시작 부분은 읽을 수 있지만, 중간 이후에는 너무 흐려져서 읽을 수가 없습니다.

 

센다이 공연 기사가 그랬습니다. 아무리 토너의 양을 조정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부분을 읽기 위해서 토너를 조정하면 뒷부분은 흐려서 읽을 수 없고, 뒷 부분을 읽기 위해서 진하게 프린트되도록 토너를 조정하면 앞부분은 시커멓게 나오고 맙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면을 여러 번 프린트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같은 화면을 여러 번 프린트해도 결과물은 단 1장만 가져갈 수 있다는 겁니다. 나머지는 모두 도서관에 두고 가야 합니다. 도서관에서야 파지로 간주해서 버리겠지요. 물론 파지로 간주된 장수만큼의 복사비는 환불해 줍니다.

 

 

복사결과 목록을 작성하면서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어떤 프린트를 가져가야 할 것인가를 두고 말이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나마 프린트 결과가 가장 좋은 것을 하나 고르고, 거기에서 읽을 수 없는 부분은 다른 프린트를 보고 손글씨로 베끼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보고 있던 나이 지긋하신 사서 한 분이 내게 오더니, 복사결과 보고서에는 1장이라고 쓰고, 파지도 전부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저야 고맙지요. 30엔을 환불받는 것보다 훨씬 고맙습니다.

 

 

일본의 도서관들은 마이크로필름 프린트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jc, 20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