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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2025보성] 13. 당신들의 천국 소록도라는 이름은 “작은 사슴”모양 때문에 붙은 것이라지만, 녹동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다지 사슴 모양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면 게임기 콘트롤러 모양에 가깝다. 소록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넓이 150만평(약 4.4Km2), 해안선 길이가 14킬로미터라고 하니까 한번 산책에 도보로 4시간쯤 걸린다. 소록도의 절반은 주민 622명의 주거지역으로 방문자가 접근할 수 없지만, 소록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되는 데크길을 따라 박물관 건물까지 걸으면서 보이는 해변과 바다, 그리고 군데군데 뜬 섬들이 무척 아름답다. 박한용 선생은 소록도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당신들의 천국(1976)>을 읽기를 권했기 때문에, 주말에 그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은 조선일보 이규태 기자의 르포르타주 소록도의 반란(1966)>으로..
[은하수2025보성] 12. 소록도와 한센병 다음 목적지가 소록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거기는 왜지?”하는 생각이 들였다. 이번 은하수 소풍의 주제가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맥락에서 봉강 정해룡 선생과 그의 가족의 수난사를 살피는 것이라면, 소록도도 그 주제와 어떤 접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녹도(鹿島)가 소록도(小鹿島)가 된 사연도 궁금했다. 조선 시기에 제작된 대조선국전도(1892)>에는 ‘소록도’가 없고 ‘녹도’가 있을 뿐이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조선전도(1925)>에도 이 섬은 ‘녹도’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 섬은 언제, 그리고 왜 ‘소록도’로 개명되었을까? 녹도-소록도 의문은 쉽게 풀렸다. 소록도가 건너다보이는 고흥반도의 끝부분의 이름이 녹도였고, 지금은 녹동(鹿洞)이라고 불린다. 조선시대에 녹도는 중죄인의 유배지였기 ..
[은하수2025보성] 11. 최승희 벌교공연 벌교 꼬막정식으로 점심을 마친 후에 일행은 소록도로 향했다. 소록도는 고흥반도를 남으로 가로질러 6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으므로 버스로는 약 1시간 남짓의 거리였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채동선 생가 앞에서 시작한 최승희 선생의 1931년 벌교공연 강연을 계속했다. 벌교극장>의 설립자 채중현 선생과 최승희 공연을 주선했을 것으로 추정된 채동선 선생의 이야기를 요약한 다음, 벌교공연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었을 것인지 설명했다. 최승희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그녀가 혼자 벌교에 온 것은 아니다. 최승희 무용단은 10여명의 무용수들과 조명, 음악, 무대장치를 담당한 5-6명의 스탭, 그리고 단장인 부친 최재현 선생, 매니저 역할을 맡은 오빠 최승일과 남편 안막 등을 포함해 20여명의 규모였다. 전날(1931년 1..
[은하수2025보성] 10. 나철과 대종교 벌교를 출발하면서 박한용 선생은 벌교가 대종교 창시자이며 독립운동가 나철(羅喆, 1863-1916)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고 알려 주셨다. 원래는 나철 선생의 탄생지를 방문할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라서 건너뛴 것 같았다. 이런 유드리는 참 좋다. 그 대신 박한용 선생은 자신이 정리하신 나철 선생과 대종교에 대한 발제문을 추천하셨는데 나는 벌교를 떠나는 버스 안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이하는 박한용 선생의 발제문 요약이다. 나철 선생은 1863년 12월2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칠동리 금곡마을에서 출생했다. 1891년 식년문과 병과에 급제했고, 1894년 홍문관의 부정자(副正字), 1895년 가주서(假注書), 1896년 탁지부의 징세서장(徵稅署長)에 제수됐다. 1898년 사직하고 귀향,..
[은하수2025보성] 9. 꼬막 정식 둘째 날 점심은 꼬막 정식이었다. 벌교 취재를 여러번 왔었고, 꼬막정식 간판이 즐비한 벌교 시내 식당가를 오가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한 번도 주문해 보지 못한 메뉴였다. 은하수 소풍으로 벌교에 다시 온 내게 꼬막정식은 개인적으로 무척 벼르던 음식이다. 정해열 선생이 예약한 식당은 벌교천의 동쪽 천변, 소화교와 부용교 딱 중간 지점, 벌교상고 옆 홍도회관>인데, 일행이 커다란 버스로 이동하다 보니 주차장이 넓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추었고, 작은 방들과 커다란 연회장, 그리고 야외 식탁까지 설치할 수 있는 큰 식당이다. 꼬막 정식은 “한국의 지역 특식 10선”에 드는 음식이다. 여기에는 (1) 서울의 설렁탕, (2) 부산 밀면, (3) 전주 비빔밥, (4) 강릉 초당두부, (5) 제주 흑돼지, (6) 안동의..
[은하수2025보성] 8. 채동선 생가 벌교 방문은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시작해서 현부자/소화/김범우의 집을 거쳐 채동선 생가>로 이어졌다. 박한용 선생으로부터 채동선 생가 해설을 지시받았는데 거역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잖아도 할 말이 있었는데 최승희 선생의 벌교공연(1931년)을 조사하다가 이 공연이 채동선가(家)과 깊이 관련된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서술한 취재기도 탈고했었기 때문이다. 채동선 생가>는 부친 채중현(蔡重鉉, 1876-1947) 선생보다 아들이 더 유명해지는 바람에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부친 채중현 선생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그는 벌교의 대지주이자 사업가, 그리고 벌교를 위한 각종 사회,교육,문화 사업에도 열심이었던 덕망가였다. 채중현 선생의 공식 직함은 금융조합장과 남선무역주식회사장이었다. 일제강점기 다른 지역..
[은하수2025보성] 7. 태백산맥 문학관 이번 은하수 소풍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곳이 태백산맥 문학관이다. 사실 실망은 방문 전부터 하고 있었다. 서너 번의 과거 벌교 취재에서도 이곳은 딱 한 번 와보았을 뿐이다. 건물은 돈을 많이 들여 그럴듯하게 지었지만, 전시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옥상에서의 전망이나 3층의 전망대도 마찬가지였다. 전망대의 유리는 너무 흐렸고, 옥상에서도 벌교 시내가 그다지 잘 조망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쯤은 방문할 필요가 있고, 전시물에 실망할수록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의 메시지를 잘 숙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 태백산맥>의 소개와 분석은 박한용 선생께서 미리 올려주신 발제문에 잘 나타나 있다. 반면 현부자집이나 소화의 초가집, 그리고 김범우의 고택을 방문한 것은 의미가 있다. 최승희 공연의 취재로..
[은하수2025보성] 6. 소생채 건강법 둘째 날 일정은 벌교와 소록도를 돌아오는 소풍 속의 원족이다. 벌교의 태백산맥 문학관과 소록도의 소나무(SOrokdo NAtional MUseum)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출발하기 전에 다같이 구름속의 산책> 펜션에 들렀다. 모닝커피 때문이다. 나는 이원영, 강대준 선생과 함께 이 펜션에서 잤고 모닝커피도 마셨지만, 전체를 위한 지도부의 배려를 거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원영 선생은 이른 아침 바닷가 산책을 다녀왔다. 부지런한 사람이다.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펜션 앞의 비갠 차밭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이원영 선생이 오카리나로 라노비아>를 불었는데,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가사인데도 선율만으로도 남도의 아침을 풍요롭게 해 줬다. 회천은 보성군의 서쪽 끝이고 벌교는 동쪽 끝이기 때문에 버스로 1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