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의 지역 신문 중에서 최승희의 무용 공연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1939년 2월24일자 <르 쁘띠 마르세예(Le Petit Marseillais)>였다. 이 신문 4면에는 “미국과 파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극동의 저명한 무용가 최승희가 다음 주 수요일인 3월1일 저녁 <오페라 뮈니시팔>에서 조선무용을 공연한다”는 기사가 게재되어 있었다.
기사는 이어서 최승희와 조선무용, 그리고 그녀의 세계 순회공연을 소개했고, 마르세유 공연이 프랑스 지방 공연으로서는 첫 번째라고 강조하면서 보도를 끝마쳤다.
“유명한 일본 무용가 이시이 바쿠 무용단의 스타인 최승희는 20세기 동안 전해 내려오던 중 사라져버렸던 전통 조선무용을 회생시켰다. 그녀는 옛 민속 무용도 찾아냈다. 한국의 음악도 잊혀져가고 있었다. 최승희는 젊은 작곡자들과 협력하여 이 음악을 되살렸고 그와 함께 조선무용 예술을 회생시킨 것이다.
“최승희가 창작 무용을 발표했을 때 관객들은 흥분했다. 한국 고대의 신성한 무용을 재생시켰기 때문이었다. 최승희는 고국의 예술을 유럽과 미국에 소개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1934년 9월 도쿄에서 공연을 가졌다. 일본의 수도에서 그녀의 데뷔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34년부터 1937년 사이에 이 젊은 여성 무용가는 극동의 여러 도시에서 6백회 이상 공연했고, 그의 공연을 본 관객 수도 2백만 명에 달했다.
“1937년 9월, 최승희는 그녀의 첫 세계 순회공연을 떠났다. 미국과 파리에서 도쿄에서와 같은 열광적인 반응을 받았다. 이제 마르세유가 지방 도시로서는 처음으로 이 위대한 극동 무용가에게 갈채를 보낼 특권을 누리게 됐다.”
이 기사에는 부정확한 사실도 포함되어 있었다. ‘조선무용과 음악이 사라졌다’거나 ‘최승희가 조선의 전통무용과 음악을 회생시켰다’는 내용은 과장이었다. 당시 조선에는 한성준과 배구자 등의 조선무용가들이 활동하고 있었고, 이시이 바쿠 문하생 중에도 조택원과 박영인 등의 조선 무용가가 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는 또 최승희가 도쿄에서 조선무용으로 격찬을 받기 시작한 것이 1934년 9월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이 <일본청년관>에서 열렸던 “제1회 최승희 무용발표회”를 가리킨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최승희가 조선무용을 처음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그보다 1년반 전인 1933년 5월20일, 잡지사 <레이조카이(令女界)>가 주최한 근대여류무용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최승희는 근대무용 <엘레지>와 함께 조선무용 <에헤야 노아라>를 발표해 도쿄 무용계에 파문을 일으켰었다.
그밖에도 최승희가 세계 순회공연을 시작한 것은 1937년 9월이 아니라 12월이었고, 프랑스 지방 도시로서 처음으로 최승희 무용 공연을 유치한 것은 마르세유가 아니라 그보다 3일전에 공연이 있었던 칸이었다.
기사는 “이 극동의 위대한 무용가에게 갈채를 보낼 첫 지방 도시의 특권을 누리게 될” 도시가 마르세유라고 소개했다. 물론 이 기사가 보도되었던 2월24일 당시에는 칸 공연(2월26일)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칸 공연이 이미 결정되어 홍보되고 있었을 때였으므로 이같은 단언은 명백한 오류였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마르세유와 칸의 거리는 160킬로미터, 부산에서 광양 사이의 거리이다. 멀다면 멀지만 가깝다면 가까운 도시들이다. 파리와 마르세유의 거리가 860킬로미터인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 기사가 칸 공연을 일부러 무시한 것이 아니라면, 마르세유 신문이 파리 소식에는 정통하면서도 옆 도시 칸의 사정을 몰랐다는 것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사실관계에 부정확함이 없지 않았지만 마르세유의 첫 보도는 상세한 편이었다. 아마도 이 신문은 파리에서 소개된 최승희의 프로필과 경력을 참고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기사 작성에 사용된 자료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2023/2/28, 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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