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무용가 최승희 선생은 1939년 3월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공연을 가졌다. 이날 오후9시 마르세유의 최대 극장 <오페라 뮈니시팔(Opéra municipal)>에서였다.
나는 이 공연을 조사하기 위해서 2017년 6월7일 마르세유를 찾았고, 시립도서관과 극장을 방문해 84년 전의 이 무용공연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최승희 선생이 마르세유에서 공연했었다는 점은 서울을 출발하기 전부터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해 두고 있었다. 예컨대 최승희 선생은 <여성> 1939년 7월호에 게재한 서신에서 “3월1일에는 마르세유의 공연” 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이 편지에서는 공연 시간이나 장소, 레퍼토리와 현지 반응 등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평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카시마 유사부로(高嶋雄三郎)의 <최승희(1981:84)>와 강이향의 <최승희: 생명의 춤 사랑의 춤(1993:142)>, 정병호의 <춤추는 최승희(1995:158)>와 김찬정의 <춤꾼 최승희(2002:217)>, 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강준식의 <최승희 평전(2012:231)>도 “3월1일 마르세유에서 공연”했다고 간단하게 언급하는 데에 그쳤다.
달랑 도시 이름과 날짜만 알고 있는 80여년 전의 조선무용 공연을 조사하러 현지에 간다는 것이 무모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 공연을 확인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격언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마르세유에 도착하기 전, 먼저 공연 조사를 벌였던 파리에서 추가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BnF)의 고신문 아카이브를 검색하면서 최승희 선생의 마르세유 공연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39년 3월24일자 주간 음악잡지 <르 메네스트렐(Le Menestrel)>은 파리에서 발행되었던 파리 중심의 잡지였지만, 85쪽에 <지방 음악공연 소식(Le Mouvement musical en Province)>난이 마련되어 있었고, 여기에 마르세유 문화계 소식이 게재되어 있었다.
이 기사는 “(마르세유의) <오페라 뮈니시팔>극장에서 많은 무용 행사가 있었다”면서 로리 풀러(Lori Fuller)의 환등(fantasmagorie) 무용과 레온 워지코우스키(Leon Woizikowsky)의 폴란드 무용, 사하로프(les Sakharoff) 부부의 연례 무용발표회 등을 소개하면서 “아름다운 무용가 최승희가 조선무용을 선사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르 메네스트렐>의 기사는 최승희 조선무용 공연의 일시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마르세유 공연이 확실히 있었다는 점과 공연 극장이 <오페라 뮈니시팔>이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따라서 <여성>에 실렸던 “3월1일, 마르세유”라는 최승희의 서술과 <르 메네스트렐>의 기사가 밝혀준 “공연 극장이 <오페라 뮈니시팔>이었다”는 정보를 합치면, 최승희 마르세유 공연을 구성하는 육하(六何) 중에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의 네 가지가 확인된 셈이었다.
따라서 인제 직접 마르세유에 가서 이 사실들을 확인하고 나머지 두 개의 육하, 즉 ‘어떻게’와 ‘왜’를 조사하면 되었다.
최승희 마르세유 공연에 대해서는 ‘어떻게’와 ‘왜’가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그것은 날짜와 장소 때문이었다. 최승희가 같은 해 1월31일 파리의 <살플레옐> 극장에서 공연을 가졌으므로,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서도 공연을 가졌던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3월1일의 공연 날짜였다. 어째서 마르세유 공연이 그 날짜에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이 의문은 어째서 3월1일의 공연이 마르세유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최승희-안막 부부가 기미년 만세운동 20주년을 맞아 프랑스혁명 150주년을 맞은 마르세유에서 조선무용 공연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마르세유를 찾았던 것이다. (2023/2/28, 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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