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 화백의 <범도의 귀환(2024)>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한국에 도착하는 장면입니다. 왼쪽 위에는 유해 운송 특별기가 대한민국 공군기의 호위를 받으며 대한민국 영공으로 들어오는 모습이고, 오른쪽 아래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립묘지 안장을 위해 운구되는 장면입니다.
대한민국 영공에 진입하자, 대한민국 공군이 호위해 서울 공항에 도착했죠. 특별기를 호위했던 당시 지휘관,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의 방주원 소령은 다음과 같은 의장 인사를 드렸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평생을 헌신하신 홍범도 장군님의 귀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필.승.!”
이 장면은 티비에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지만, 전후 사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감동만 받을 일은 아니었습니다. 장군의 귀환은 늦어도 너무 때늦었기 때문입니다.
홍범도 장군이 고국에 돌아온 것은 2021년 8월15일 광복절이었는데, 카자흐스탄 키질로르다에서 타계(1943년 10월25일)한 지 78년만, 연해주에서 강제이주(1937년 10월)를 당한 지 84년만, 청산리 전투(1920년 10월) 이후 101년만, 그리고 의병투쟁 중에 아내 단양 이씨와 아들 홍양순을 일본군에 잃고 1908년 10월 압록강을 건너 조선 땅을 떠난 지 113년만이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은 그의 일기 <홍범도 일지>에서, 죽어서라도 해방된 조국에 묻히고 싶다고 기록했지만, 그의 마지막 염원은 일제의 패망으로 조국이 해방되고 나서도 76년 동안 성취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발굴조차 이뤄지지 못한 만주와 연해주,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여기저기에 산재해 묻힌 독립군들의 유해를 생각하면, 그나마 홍범도 장군의 귀환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r0DMSvOF_Q
홍범도 장군의 귀환이 이루어진 과정은 2021년 8월26일 kbs에 방영되었고, 지금도 위의 유튜브 영상으로 갈무리되어 있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영상을 한 번씩 참고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셔지면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습니다. 이 훈장이 서훈된 것은 61번째인데, 여기에는 기가 막힌 사연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훈장인 대한민국장이 처음 수여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광복절이었는데, 이때 서훈자는 이승만과 이시영 두 사람 뿐이었습니다. 당시 대통령과 부통령이었던 두 사람이 셀프 서훈을 한 것이지요.
독립운동을 한 것이 자신들 뿐인 양, 무장 투쟁에 나섰던 허위와 김좌진, 안중근과 강우규, 윤봉길 의사는 물론,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김구와 안창호 조차도 이 서훈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승만의 독재시기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수여된 것은 셀프 서훈 이승만과 이시영을 제외하면 밴플리트, 장제스, 하일레 셀라시에, 멘데레스, 옹오딘지엠 등 전부 외국인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누군지, 어떤 일로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했는지 아는 한국인이 있습니까? 이게 바로 건국훈장을 모독한 이승만의 만행입니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후 18명의 애국지사가 1962년 삼일절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됐지만 여기에도 홍범도 장군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김좌진(1889-1930) 장군에게는 훈장을 추서하면서도 그의 대선배이자 독립군 총사령관 역할을 맡았던 홍범도(1868-1943) 장군은 서훈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귀환 후에도 홍범도 장군에 대한 모독은 계속됐습니다. 일제와 싸웠던 홍범도 장군이 일제에 부역했던 박정희와 나란히 서훈자가 된 것만도 분통이 터질 일인데, 2023년 8월 대한민국의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폭거가 발생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공군이 <범도의 귀환>을 호위한 지 2년만의 일이니,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인 것이지요.
홍범도 장군에 대한 대한민국의 결례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범도의 귀환>이 충분한 예의를 갖추며 완결될 날이 언제일는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득할 뿐입니다. (jc, 20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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