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혜화동으로 향했습니다. <혜화아트센터>에서 유준 작가의 연례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일 년에 한번 하는 전시회의 개막식(18일)을 놓쳤습니다. 비교적 급작히 결정된 일본 출장 때문이죠.
출장은 11일에 시작됐습니다. 12일에 고베에서 논문발표가 있었고, 이후 열흘 동안 고베와 교토와 오사카에서 최승희 선생의 간사이 공연을 조사했습니다. 성과는 좋았지만 피곤하기도 했고, 놓친 일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유준 화백의 전시회죠.
유준 화백의 연례 개인전을 처음 본 것은 2023년 1월이었는데, 저는 첫 전시회부터 홀딱 반했습니다. 수묵화로 이런 표현의 경지에 이를 수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그것은 표현의 기법만이 아니라 표현의 내용까지를 포함한 느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후에 유준 화백이 여운형, 노무현 선생의 전기를 수묵화집으로 출판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는 더 좋아하게 됐고, 작년(2024년) 초에 김대중 전기화집을 내신 다음 광주에서 두 달 동안 전시회를 하는 동안에는 그 북콘서트에도 참여하곤 했었습니다.
올해는 홍범도 장군의 수묵화집을 내셨는데, 노무현, 김대중 선생의 경우와는 다르게, 사진 화보가 남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작업을 하셨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일생과 활약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분의 그때그때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올해 전시회는 통상적인 연례 개인전인 <길>전과 홍범도 장군 일대기를 간행한 출판기념회와 동시에 열린 <홍범도전>이 동시에 열리게 됐습니다. 전부 70여점 이상의 그림을 한꺼번에 전시한다는 것만 보아도 유준 화백의 화필력이 대단한 것을 알 수 있죠.
지난 2년동안 그랬듯이 올해도 저는 유준 화백의 전시회를 꼼꼼히 보고 싶었고, 나름 느낀 것을 글로 써서 감상문을 남기려고 마음은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시회장을 찾은 것도 서너 번에 불과하고, 그때그때 느낀 것을 다 감상문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다만 극히 일부 작품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느낀 것을 페이스북에 썼는데, 그것을 거의 그대로 블로그에 옮겨놓으려고 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보충하면서 사색의 소재로 삼고 싶기 때문입니다. 뜻대로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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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전시회장을 전제적으로 둘러보면서, <양구가는 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였습니다. 겨울 풍경이지만 정감이 가면서 따뜻함이 느껴지더군요.
유준 화백은 버스, 특히 시외버스를 진짜 잘 그리시는 작가입니다. 어쩜 이렇게 형상 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잘 담아내시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죠.
‘양구’라는 지명이 아득하면서도 친숙한 게 묘합니다. 유준 화백이 어떤 계기로 양구가는 길을 그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막내동생 군대 있을 때 면회가던 생각이 물씬 솟아오르더군요. 그때도 대체로 겨울이었고, 가는 길이 을씨년스러웠지만 돌아오는 길은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던 느낌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 출장 중에 시간이 모자라서 오사카에서 전시중인 모네를 못 보고 왔는데,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유준 화백의 수묵을 보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무래도 저한테는 수련보다는 수묵이네요.
근데 저 남자는 유준 화백의 자화상 같지 않습니까? 목도리 두른 거 하며, 백팩 맨 것도 그렇고, 헤어 스타일까지...^^ (jc, 202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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