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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1934공연

[도쿄1934공연] 14. 공연1부(2) <어린이의 세계>

최승희 데뷔공연에는 <어린이의 세계(小供世界)>라는 연목이 2개 포함되어 있다. 1부와 3부에 2번째와 15번째 연목이다. 각각의 연목은 2개씩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1부의 <어린이의 세계1>에는 <놀다()><아장아장 춤추다(ヨチヨチ)>, 2부의 <어린이의 세계2>에는 <새모자(しい帽子)><저희는(僕達)>이 포함되어 있다.

 

<어린이의 세계>는 동용(童踊), 즉 어린이 춤이다. 어린이들의 모습을 무용화한 것이다. 일본의 초기 신무용가들, 특히 이시이 바쿠는 어린이 무용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263월 이시이무용단이 만주-조선 순회공연을 할 때도 어린이 무용 <오늘밤은(今晩)><개구쟁이(わんぱく小僧)>가 연목에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밤은>은 마츠우라 다비토(松浦旅人, 1901-1927), <개구쟁이>는 이시이 에이코(石井榮子, 1911-1936)가 상연했다.

 

 

이시이 바쿠가 어린이 무용에 관심을 갖고 창작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은 그의 친구이자 동료 야마다 코사쿠(山田耕莋, 1886-1965)의 영향이다. 1914년 독일유학에서 돌아온 야마다 코사쿠는 한동안 이와사키 코야타(岩崎小弥太)의 후원으로 도쿄 필하모닉 교향악단을 지휘했으나, 19155월 후원이 끊기고, 아내 나가이 이쿠코(永井郁子)와 이혼하면서 시련을 맞았다. 이 시기에 야마다 코사쿠는 음악일기를 쓰면서 창작을 계속했고, 이시이 바쿠와 함께 무용시 작품을 안무했다.

 

 

야마다 코사쿠는 이 시기에 함께 기거하던 누님의 두 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 경험을 통해 19167월 어린이를 소재로 한 피아노 소품 10곡을 작곡, <아이들과 삼촌(子供とおったん, 1917)>라는 피아노곡집을 출판했다.

 

191611월 무라카미 키쿠오(村上菊尾, 1893-1982)와 결혼, 19174월 장녀 미사(美沙)가 탄생하면서 어린이에 대한 야마다 코사쿠의 애정과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어린이를 소재로 하거나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 많아졌다.

 

 

이후 이시이 바쿠는 야마다 코사쿠의 어린이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어린이 무용(童踊)을 안무하기 시작했다. 최승희가 관람했던 이시이 무용단의 경성공연에서 상연된 <오늘밤은>의 음악도 야마다 코사쿠의 노래였다.

 

도쿄 유학시절 스승 이시이 바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최승희도 어린이 무용을 중요하게 여겼고, 경성시절(1929.8.-1933.3) 창작활동에서도 어린이 무용이 적지않게 창작되고 발표됐다.

 

 

193021-2월 경성공회당의 제1회발표회에서 발표한 <희롱(=장난)>, 19301021일 단성사에서 열린 <신작무용2회공연>에서 발표한 <이 병정 못났다>, 193151일 단성사에서 열린 <3회 신작공연최승희무용회>에서 발표한 <나는?><앞으로 앞으로>, 1932428일 단성사에서 열린 <5회신작발표회>에서 발표한 <어린 동무><자장가>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도쿄 데뷔공연에서 발표한 <놀다()<저희는(僕達)>1930년의 <희롱>1931년의 <나는?>을 개작한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나는?(1931)>은 경성시절 최승희의 제자 조영숙의 독무로 발표되었는데, 이 작품의 제목이 1934년에 <저희는(1934)>이 된 것은 9명이 춤추는 군무로 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희롱(1930)>5인의 군무였던 반면에 <놀다(, 1934)>는 이시이 시즈코(石井靜子)와 타니 유리코(谷百合子)2중무로 개편되었다.

 

경성시절이나 도쿄시절 최승희의 어린이 무용은 자신이 안무한 것이기는 하지만, 동료나 제자들이 발표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9351022일 도쿄 히비야공회당에서 열린 <신작무용발표회>에서도 발표된 <어린이의 세계3>도 마찬가지였다. <방과후(放課後)>는 하리타 아키라(針田陽)dml 독무로 발표했고, <춤을 추자(りましせう)>는 콘다 타케시(窮田激)과 하리타 아키라(針田陽)의 듀엣으로 발표됐다.

 

 

19351026일 코베 난코마에의 야키요자(八千代座) 공연에서 발표된 <어린날()>도 이즈미 요코(泉陽子)와 모리카와 케이코(森川慶子)에 의해 발표됐다. 이들은 모두 최승희의 제자들이다. (jc, 2024/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