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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월조남지>의 글을 쓴 사람은 김예곤 선생이다. 글쓴이의 이름은 보통 비석의 뒷면이나 옆면에 새기는 법인데, <월조남지>에는 그 바로 옆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본인의 이의제기가 있었다는 데도 그렇게 한 것은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처럼 느껴진다.
<재일2세의 기억(2016)>에 실린 김예곤 선생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는 그같은 추도비의 특별한 의미가 그가 어머님과 큰 형님에 대해 가졌던 연민과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18세의 첫아들과 42세의 둘째 아들을 일본 땅에서 잃었고 그때마다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했다.
특히 김예곤 선생은 어린 시절 자신의 큰 형님 김지곤씨를 장티푸스로 잃고 어머님이 무코강가에서 그 영혼을 달래던 가슴 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었다. 그 기억은 추도비의 5인을 대하는 김계곤 선생의 감성과 맞닿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을 죽게 한 건 내 탓”이라고 통곡하면서 “하늘을 보며 조선의 고향을 생각”하시던 어머니의 심정으로 쓴 글이 <월조남조>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월조남지>는 ‘하늘을 보며 조선의 고향을 생각’했던 모든 재일1세에게 드리는 헌사이다. 그 헌사가 추도비에 새겨진 5인의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바쳐진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매서운 시대의 채찍에 갈겨 조선의 고향을 떠났다가 결국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 땅에 묻힌 재일1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재일2세가 선택한 가장 적절한 문구일지도 모른다.
김예곤 선생이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공헌한 것은 추도비에 쓰인 <월조남지>의 글씨뿐이 아니었다. 두 층으로 이뤄진 이 추도비의 석재를 제공한 것도 그이다.
정계향 선생의 <다카라즈카의 조선인 역사(2019: 156쪽과 주462)>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길 비석은 교류협회의 고문이자 목련회의 공동대표였던 김우석이 기증을 하기로 했다”고 되어 있다. ‘김우석’이라는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당시에 교류협회의 고문이자 목련회의 공동회장을 맡았던 사람은 김예곤 선생이었다.
그가 다카라즈카에서 쇄석회사를 경영하면서 확보한 고급 석재를 선뜻 추도비 건립을 위해 희사한 것은 상징적이면서도 뜻 깊은 일이었다. 특히 그가 한반도에서 운송해 온 2개의 돌을 겹쳐 쌓아서 추도비를 구성할 수 있게 한 것은 남북한이 통일되기를 바라는 그의 염원을 담은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김예곤 선생은 또 석재를 기부하고 글씨를 쓰는데 그치지 않고, 추도비 건립을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회고에서 “40대부터 ... 문화적 계발활동”을 했다고 말했는데, 그가 <국제교류협회>의 회원으로서 <이문화(異文化)상호이해사업>을 추진한 일과, <외국인시민문화교류협회>를 결성해 초대 회장을 역임했던 것, 그리고 이 두 단체의 협력을 이끌면서 <다카라즈카시외국인시민간담회>를 이끌어오고 있는 것 등을 가리킨다.
이같은 활발한 문화 및 사회활동을 통해 다카라즈카의 문화계와 시민운동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어온 김예곤 선생은 결국 2017년 5월 조선인 추도비를 건립하기 위한 모임으로 결성된 <목련회(もくれんの会)>의 공동대표에 취임했고, 그로부터 3년 후에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가 세워진 것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김예곤 선생이 <다카라즈카시외국인시민문화교류협회>의 초대 회장이었고 <목련회>의 공동대표였다는 점이다. 이 두 단체는 곤도 도미오 선생의 활동의 장이기도 했다. 특히 김예곤 선생이 <목련회>의 공동회장일 때 다른 공동회장이 곤도 선생이었다. 즉, 두 사람은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건립을 위해 앞장서서 노력한 동료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곤도 선생의 시민운동 파트너인 김례곤 선생은 그의 조사연구 파트너 정홍영 선생과도 잘 아는 사이였을까? (jc, 202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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