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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자크 뉴턴(Isaac Newton)의 인용구 중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간 난쟁이’라는 비유가 있다. 개개인 연구자들의 능력은 제한되지만, 선배 연구자들의 업적을 배움으로써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게 되며, 거기서 더 넓은 시야와 더 정확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의 주인공들을 찾아 나서면서 가졌던 내 느낌이 바로 뉴턴의 난장이였다. 미지의 세계에 조사의 첫 발을 디디면서도 나는 이 분야의 사전 지식도 전혀 없었고 관련 연구방법론을 터득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뉴턴은 내게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가라고 권하고 있었다. 선배 연구자들의 업적을 찾아 익히라는 말이다.
한편, 패트릭 마이어스(Patrick Meyers)의 희곡 <K2>는 조난당한 등산가들에게 이렇게 권한다. “먼저 현 상황을 파악해라. 조난당한 지형을 조사하고, 몸에 부상이 있는지 알아내고, 남은 장비를 점검해라. 그래야 다음 할 일을 정할 수 있다.” 기억에 의존한 인용이므로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그런 비슷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조난당한 등산가가 당황한 나머지 계획 없이 방황만 하게 되면 구조받기는커녕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먼저 지형과 부상과 장비를 점검하라는 말이다. 그래야 최대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가장 좋은 행동 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어스와 뉴턴의 조언을 따라서 나는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관련된 모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첫째가 추도비 자체였다. 나는 아직 그 추도비를 직접 본적이 없었다. 그동안 사진을 통해서만 보았을 뿐인데, 그 사진들은 해상도가 낮아서 비석 앞뒷면의 작은 글씨들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세화 선생에게 모든 글씨가 똑똑히 보이는 사진을 보내 주십사고 부탁했다.
정홍영 선생의 저서 <가극의 도시의 또다른 역사: 다카라즈카와 조선인(1997)>도 요청했다. 이 책은 추도비의 주인공들에 대한 최초이자 가장 심도 있는 연구서이므로 교과서이자 필독서였다. 정홍영 선생은 내가 그 어깨에 올라가야할 바로 그 거인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거인들은 곤도 도미오, 신도 도시유키, 정세화 선생이 있다. 이들은 내가 정홍영 선생의 어깨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무등을 태워줄 동료들이다. 실제로 이 세 사람은 추도비 주인공들의 연고를 찾기 시작한 이래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고, 앞으로도 어떤 궁금한 점이 생기더라도 거리낌 없이 질문을 드릴 수 있는 분들이기도 하다.
특히 곤도 선생은 역대 <무쿠게통신(むくげ通信)>에 실린 정홍영 선생 관련 기고문들을 알려주셨고, 나는 그것들을 차례차례 읽어나가기로 했다. 그중 5개는 무쿠게회의 웹사이트에서 당장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노무나가 마사요시 선생의 <사람사람: 정홍영 인터뷰(115호)>, 호리우치 미노루 선생의 <신문기사로 보는 무코강 개수공사와 조선인(153호)>, 히다 유이치 선생의 <정홍영 선생의 죽음을 애도하며(178호)>와 <효고의 재일조선인사 연구를 다시 시작하자(256호)>, 그리고 곤도 도미오 선생의 <정홍영씨와의 일(300호)>이 그것이었다.
곤도 선생은 또 <무쿠게회>와 <효고조선관계연구회>와 <효고현재일외국인교육연구협의회>가 공동 편찬한 <효고 속의 조선(2001)>와 다카라즈카시(寶塚市)가 출판한 <우리고장 다카라즈카> 1권(1999년)과 2권(2001년)도 권하셨다.
그밖에도 곤도 선생은 정홍영 선생과의 공동 연구의 기폭제의 하나였던 니시타니촌 사무소 발행의 매장인허장 3장을 사진으로 보내주셨고, 정세화 선생은 이 지역의 조선인 역사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울산대의 정계향 선생의 연구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나는 비로소 안심이 됐다. 이 정도의 자료라면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대한 ‘상황파악’과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기’에 충분한 사다리가 되어 줄 것이라는 확실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jc, 202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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