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막은 최승희의 매니저, 구원자, 격려자였을 뿐 아니라, 최승희의 예술적 동반자였다. 최승희 자신이 명백하게 그렇게 밝힌 바 있다. 최승희는 세계순회공연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온 직후 1941년 4월호 <스타일>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지금까지 나의 춤이 걸어온 발자국을 보면, 그는 좋은 남편이었고, 유일한 예술적 동반자였다. 만약 내가 도쿄나 구미에서 어느 정도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내 발자국 위에 그림자처럼 그의 발자국이 크게 겹쳐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이상이다. 그는 나의 무용예술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는 내게 무용적 열의를 보여 줬다. 그는 문학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블로바와 아르헨티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무용적으로 성장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동시에 그의 예술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최승희는 안막이 자신과 함께 걸어준 동행자와 조력자였을 뿐 아니라 예술적 동반자라고 인식했다. 안막은 문학적 마인드로 예술무용을 이해했고, 최승희 이전의 정상급 무용가들을 이해했을 뿐 아니라, 최승희가 그 수준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안막이 최승희의 무용예술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것이다.
안막이 “최승희의 무용예술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말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안막은 최승희의 작품 창작에 참여했다. 특히 작품 구상을 위한 리서치는 안막의 전담이었다. 강준식(2012:118-122)은 최승희의 <검무>가 창작되는 과정에 안막이 얼마나 깊숙하게 관여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안막은 제1회발표회를 앞둔 최승희에게 더 많은 신작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냈고, <검무>가 그중 하나였다. 그는 한민족 본래의 검무를 복원하기 위해 <신증동국여지승람(新贈東國輿地勝覽)>를 조사해 검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라 화랑 황창의 고사를 조사했고, 원조 칼춤의 양식을 서술한 다산 정약용의 <무검편증미인(舞劍篇贈美人)>이라는 7언절구 한시를 찾아냈다.
더구나 안막은 이덕무·박제가가 편찬한 병법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뒤져서 각종 무기 다루는 방법을 재정리했고, 한문으로 된 이 모든 자료들을 최승희가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 주었다.
이러한 자료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기법을 사용해 무용 동작을 구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반주 음악을 찾아내고 편곡하는 것이 최승희가 할 일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최승희는 타악기 반주에 맞추어 쌍수에 단검을 들고 추는 장엄하고 용맹스런 검부를 복원해 냈”던 것이다.
안막은 최승희의 작품 창작에 깊숙하게 관여했을 뿐 아니라, 레퍼토리를 선택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습시간과 공연 스케줄을 결정하는 데까지 세심하게 개입했다. 이를 두고 안막-최승희 부부의 친구인 유아사 카츠에는 <쓰시마(1952:177-178)>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안막은 마치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우카이’같았다. ... (최승희가) 지쳐있을 때는 제발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빌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신경이 곤두서서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런 경우에도 안막은 가끔 짜증을 내면서까지 해야 할 말을 확실하게 마무리 짓곤 했다.
“그러나 안막은 좋은 의미의 ‘우카이’였다. 그리고 최승희도 춤을 추는 것 자체가 가마우지와 마찬가지로 즐거움이었다. 안막 정도의 매니저는 쉽게 구할 수 없다. 따라서 최승희는 녹초가 된 상태에서도 안막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고 안막이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받아들였다.
“언뜻 보면 그것은 혹사당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 후 오랜 세월에 걸친 그들의 생활을 지켜보면서 그 내부에 기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막은 최승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매니저, 구원자, 격려자, 예술적 동반자이자 혹독한 트레이너이기도 했던 것이다. (jc,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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