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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59. 후기

일본 도호쿠 취재를 마쳤고, 취재기도 마쳤습니다. 취재기 쓰는 데에만 약 3주일이 걸렸네요. 제 게으름 탓도 있지만, 역시 서울 생활이 바쁘군요. 자료만 찾으러 다니면 되었던 취재 기간이, 몸은 고달파도, 마음이 편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취재기는 처음부터 <무용신><대륙학교 14>에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할 때는, 특히 첫 조사지였던 모리오카에서 대박이 터졌을 때는, 이 취재기가 1백회까지 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야무지기만 했던 꿈이었습니다.

 

 

만일 조사한 자료를 꼼꼼하게 읽고 그 내용까지 맥락에 맞추어 해설할 수 있었다면 1백회를 쓸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 그럴 시간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취재기는 일단 취재 여정과 새로 발견된 자료의 제목을 소개하는 데에 그친 감이 있습니다.

 

<무용신>은 그 이름대로 재일조선학교 무용부를 후원하기 위한 모임입니다만, 그 시초는 조선무용의 창시자 최승희 선생에 대한 조사연구였습니다. 저는 항상 그 시초와 근본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륙학교>에 입학해서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황광석 교감 선생께서 오사카 방문에서 강조하셨던 해양을 품고 대륙으로라는 건배사 덕분입니다.

 

최승희 선생의 조선무용은 일본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뿌리는 조선에 있었고, 결국 아시아와 유럽과 남,북미주의 4개대륙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해양을 품고 대륙으로라는 구호를 설명하는 데에 최승희보다 더 적합한 다른 예가 있을까 의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반도입니다. 반도라는 말은 반쯤 섬이라는 뜻인데, 그것은 정확한 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도는 원래 대륙인데, 섬처럼 보입니다. 대륙이 본성이고 섬처럼 보이는 것은 외관일 뿐입니다. 한반도의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대륙이라는 말이지요.

 

대륙국이면 좋고, 해양국이면 덜 좋다거나, 혹은 그 반대라는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대륙은 대륙대로의 특성이 있고, 해양은 해양대로의 장점이 있겠지요. 이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차이의 문제입니다.

 

 

또 한반도가 대륙이라는 것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의견이 사실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의견이 사실을 누르려면 힘이 필요한데, 그런 힘도 영원히 작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일제가 35년 동안 조선을 반도라고 부르면서 업신여긴 것이 그런 일입니다. 그들이 조선을 반도,’ 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닌 '의견'이었을 뿐이었지요.

 

 

북한과 대치하면서 북쪽도 휴전선으로 막혀있으니 대한민국이야말로 '섬'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럴듯 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대륙입니다. 아시아 대륙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휴전선을 평화선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도 바로 그 대륙성을 회복하려는 것이지, 없던 대륙성을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거꾸로 대한민국을 해양국 취급하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륙인 대한민국이 해양국 취급을 한다고 해양국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륙국인 미국을 자꾸 해양국이라고 한다고, 미국이 해양국이 될까요?

 

 

따라서 대한민국의 대륙성을 일깨우고 이를 북한, 중국, 러시아와 이어가는 것은 본성에 부합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륙학교>가 지향하는 바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편, <무용신>이 지향하는 바는 대륙 조선에서 싹을 틔우고 해양 일본에서 꽃피운 다음, 그 씨앗을 4개 대륙으로 실어 날랐던 최승희 선생으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90년 전에 최승희 선생이 혼자서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면, 오늘날 더 많은 사람이 노력함으로써 재현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재일조선학교 무용부의 10대 어린 무용수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후원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조선무용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륙의 기질과 해양의 토양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jc, 2023/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