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2023취재] 58. 나리타와 인천

취재를 끝내고 나리타에 도착했습니다. 일부러 늦은 비행기를 예약한 것은 마지막 날까지 취재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도서관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덕분에 여유를 즐겼고, 공항에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심지어 아들과 아들 여친한테 줄 작은 선물까지 샀습니다.^^

 

 

탑승을 기다리면서 8박9일의 취재를 돌아봤습니다. 일본의 10개현을 여행했습니다. 도호쿠의 6개 현립도서관을 방문해서 자료를 그러모았고, 오사카와 고베를 방문해서 논문도 발표했습니다. 도쿄도에서도 국회도서관과 쇼와칸에서 자료를 조사했고, 뜻하지 않게도 카나가와 현립도서관을 방문해 최승희의 요코하마 공연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11개의 최승희 공연을 더 찾은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야마가타 조사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언젠가 재조사할 기회가 올 것입니다.

 

 

10개의 도부현에서 모은 자료가 7개의 파일폴더에 찼습니다. 이를 분류하고, 정리하고, 읽고, 번역하는 데에 또 몇 달이 걸릴지 모르기만, 마음은 푸근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이 자료가 어떤 글로 정리될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자료의 내용이 결정할 문제일 것입니다.

 

짧은 기간에 많이 여행했고, 기대보다 많은 자료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특히 이번 취재를 지원해 주었던 분들에게 면목이 서는 일입니다.

 

 

한국에서 이원영, 박인호 선생의 후원이 있었고, 일본에서도 정세화, 신도 도시유키, 다이꼬꾸 스미애, 정휘화, 리유미, 김정희, 황정혜, 김재호 선생 등이 취재와 조사를 위한 성금을 모아주셨습니다. 이분들의 관심과 정성이 헛되지 않은 것이야말로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

 

고베의 <청구문고> 회원분들께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발표는 제가 일본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최초의 최승희 주제의 논문 발표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승희 선생이 무용경력을 시작한 곳이니만큼, 그에 대한 기록을 발표하는 것도 이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논문을 발표할 수 있게 초청해 주신 히다 유이치, 호리우치 미노루 선생님께 특히 감사드리고 싶고, 세미나에 직접 참여하셔서 발표를 들어주시고, 코멘트해 주신 미즈노 나오키, 마츠시타 요시힐고, 타카노 아키오, 토요타 마사히코 선생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질정을 부탁드리고 싶은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면밀한 의견을 경청하면 할수록 최승희 연구의 최종결과가 풍성하고 흠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취재에서 아쉬운 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입니다. 시작할 때만 해도 그동안 게을리했던 도호쿠 조사를 하면, 일본 조사가 일단락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호쿠 조사를 끝내고 나서도 그런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도호쿠 지역에서만도 더 많은 최승희 공연이 있었으며, 다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번에는 각 현의 대도시만 조사했지만, 중소도시에서도 공연이 있었다는 증거와 단서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또 요코하마에서도 뜻밖의 공연이 발굴되었습니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 최승희의 공연이 발견될 것인지는 종잡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은 할수록 줄어야 하는 것이겠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한 가지 일을 끝내면 두세 가지, 혹은 열댓 가지의 일이 더 생깁니다. 어차피 제가 다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절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정병호 선생(1995)이 최승희 조사연구를 시작하셨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셨을 것입니다. 그는 열심과 정열로 광범위한 자료를 모으셨고, 책으로 남기셨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이렇게 많은 자료가 더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입니다.

 

 

이 일을 이어나갈 후배 연구자들도 같은 느낌일 것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힘을 모아 꾸준히 해 나가다 보면 최승희 선생의 삶과 춤이 더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jc,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