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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57. 도쿄, 히비야 공회당

취재 마지막 날인 1115일 아침, 짐을 챙겨 다시 도쿄로 향했습니다. 요코하마 도서관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았으므로, 조사의 마지막 날은 국회도서관에서 영자신문 조사를 계속할 생각이었습니다. 전날 찾았던 요코하마 공연도 결국 영자지 조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영자지 중에서도 <재팬 애드버타이저>를 먼저 조사한 것은 (모르고 한 일이지만) 잘한 일이었습니다. 이 신문은 원래 요코하마에서 창간되었다가 도쿄로 본사를 옮겼던 신문사입니다. 본사를 이전한 이후에도 요코하마 뉴스를 적극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그 덕분에 이 신문에 최승희의 요코하마 공연 소식이 실렸던 것이니까요.

 

 

그러나 구글이 다시 한 번 저를 배신했습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도쿄로 출발하기 전에 구글맵을 통해 국회도서관의 개관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분명히 이날도 문을 연다고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도서관 앞에 도착해 보니 휴관일입니다.

 

아오모리와 센다이에 이어서 도쿄에서도 같은 일을 당하고 보니 어이가 없습니다. 도서관 휴관일만 없었다면 조사는 훨씬 원활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휴관일이나 단축일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조사지의 순서를 바꾸어서 더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당했다면 착오나 실수라고 하겠지만, 같은 일을 세 번이나 당하고 나니까, 스스로 바보가 된 느낌이더군요. 앞으로는 구글만 믿고 계획을 세울 수가 없게 됐습니다. 반드시 이중 확인이 필요합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후7시였으므로 5시까지만 공항에 가면 되고, 도쿄역에서 나리타까지는 1시간쯤 걸립니다. 느닷없이 5-6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긴 셈인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를 모르겠더군요. 이래서 사람은 잘 놀 줄도 알아야 하는 건데....

 

국회도서관 캠퍼스를 돌아봤습니다. 십수 차례나 방문한 곳이지만 외관이나 정원을 바라보면서 즐겨본 적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지요. 자전거 주차장에 나무가 한그루 심겨져 있습니다. 설명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까 유명한 나무인가 봅니다.

 

<히포크라테스의 나무>? 처음 듣습니다. 히프로그라테스가 고향 코스섬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동양에서 가져와 심은 나무 아래서 가르쳤다고 합니다. 붓다가 보리수 아래서 설법했다는 이야기가 겹쳐지더군요.

 

 

1978, 코스섬에서 이 나무가지를 잘라서 일본 적십자사에 전달했고, 적심자사는 당시 한창 확장되고 있던 국회도서관에 이 나뭇가지를 기증했다는군요. 50년 전에 이곳에 심겨진 나무가 이렇게 높고 크게 자란 것이라고 합니다.

 

설명문에는 이 나무의 가을 단풍이 멋지다고 씌었는데, 이미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서 마르고 있었습니다. 암튼, 도서관 문은 닫히고 일은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적어도 도서관 정원에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히포크라테스의 나무>가 심겨져 있다는 사실은 새로 알게 됐습니다.

 

 

가방을 끌고 다니기 쉽지 않았으므로 코인라커에다가 넣고, 가벼운 몸으로 도쿄역에서 가까운 히비야 공원으로 갔습니다. 언제든지 가방을 꺼내서 나리타행 기차를 탈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히비야 공원을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곳에 히비야 공회당이 있기 때문입니다.

 

히비야 공회당은 최승희 선생이 여러 차례 무용발표회를 했던 곳입니다. 또 이 공원은 이시이 바쿠가 그의 아내 이시이 아예코를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합니다. 이시이 바쿠의 연애 이야기는 최승희의 결혼 이야기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언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점심을 먹고 공원을 조금 더 돌아본 후, 가방을 가지러 가는 길에 데이고쿠(帝國) 극장을 찾았습니다. 1940년대에 최승희의 대규모 장기간 공연이 열렸던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최승희 선생이 무용 경력을 시작했던 히비야 공회당과 일본 경력을 마무리했던 데이고쿠 극장이 둘 다 이 곳에 있습니다. (jc,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