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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51. 도쿄 (1) 국회도서관

제가 진행해 온 최승희 조사연구는 그의 공연을 발굴하고 확인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유럽 취재가 그렇게 시작되었고, 미주와 일본의 조사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조사도 마찬가지이고, 덕분에 춘천공연과 벌교공연 등을 새로 발굴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조사가 최승희의 사진이나 프로그램 발굴에 만족했던 것과는 달리, 저는 그 사진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며, 그 프로그램이 언제 어디서 열린 공연에 대한 것인지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일본 리서치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곳이 일본국회도서관과 쇼와칸(昭和館)입니다. 두 기관 모두 도쿄에 있습니다. 최승희 선생의 무용 활동이 도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에도 고베 논문 발표가 끝나자 바로 도쿄로 향했습니다. 그 두 도서관을 또 한 번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국회도서관은 2018년 이래로 십 수차례 방문했습니다. 신문 자료뿐 아니라 단행본과 잡지 자료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최승희 선생이 취입했던 노래 레코드를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 이 음원을 복사해 올 방법이 없습니다.)\

 

 

국회도서관은 소장 자료의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지만, 검색된 자료들을 한꺼번에 복사해 오기가 어렵습니다. 각 자료를 복사하는 데에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 도서관의 사용자가 많으니 일정한 절차가 필요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한국의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에 비하면 절차가 복잡한 것이 사실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일본 국회도서관의 신문 자료의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신문의 종류와 기사의 날짜를 미리 알아내어 마이크로필름을 돌려야 합니다. 여느 현립 도서관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지요. 명색이 일본의 대표적인 최대 도서관인데 말이죠.

 

 

제가 이날 국회도서관에 간 것은 그동안 조사에서 누락된 신문 자료 때문입니다. 1930년대에도 일본에서는 영자 신문이 발행되었습니다. 그 영자 신문에도 최승희 관련기사가 꽤 많이 실려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어 신문 조사에 집중한 나머지, 영자 신문 조사를 게을리 했습니다. 뒤늦게나마 이에 생각이 미쳐서 이번에는 영자 신문 조사를 단행하기로 했습니다.

 

도쿄역에서 쇼와칸이나 국회도서관을 가려면 망설이게 됩니다. 도쿄의 복잡한 전철노선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걷기로 했습니다. 둘 다 도쿄 역에서 2-3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30분이면 도착합니다.

 

 

게다가 두 도서관이 모두 도쿄의 최중심인 치요다구 바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걷다보면 일본 텐노의 거처인 황거(皇居)를 지나게 됩니다. 쇼와칸 가는 길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멋지고, 국회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호수가 아름답습니다. 도쿄 시내 관광이 저절로 됩니다.

 

이 황거의 둘레는 약 5킬로미터쯤 되는데, 아침과 저녁에는 물론 낮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사카에서는 오사카성 공원의 순환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이 많던데, 도쿄에서는 황거 공원입니다. 그리고 일본인 보다 서양인 조깅족이 많은 것이 의외입니다.

 

 

국회도서관은 엄격한 회원제입니다. 저는 첫 일본 조사 때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도서관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도서관 카드가 없으면 도서관내 시설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해도 단말기에 이 카드를 얹어야 로그인이 가능해 집니다.

 

자료를 신청하거나 복사를 신청할 때에도 이 카드를 이용해야 하고, 신청한 자료를 수령하거나 복사된 결과를 받으러 갈 때도 이 카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 카드는 국회도서관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동을 컴퓨터에 일일이 저장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겠지요.

 

 

일본 국회도서관은 자료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활동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으스스합니다. (jc, 202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