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1930년대의 영어 신문을 조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당시 영자 신문의 종류와 그 변화상을 이해해야 하더군요. 1920년대에는 도쿄와 그 인근 지역에 여러 개의 영자신문이 있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외교 공관과 상사의 지사들이 이 지역에 몰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가면서 이 영자지들의 수는 줄어듭니다.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1940년에는 일제가 전쟁 물자 부족을 이유로 신문들을 통폐합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폐간되고 <매일신보>만 남은 것도 같은 이유때문이었지요.
그런 일은 1980년대에 한국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전두환 쿠데타 세력이 신문과 방송사 통폐합을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한편, 사회 전반에 억압 분위기를 조성했었습니다. 하는 짓들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
1910년대까지 도쿄도와 카나가와현에는 <재팬 데일리 메일(The Japan Daily Mail), 1865년 동경에서 창간>, <재팬 애드버타이저(Japan Advertiser, 1890년 요코하마에서 창간)>, <재팬 타임스(Japan Times, 1897년 창간)> 등의 영자 신문이 발행되고 있었습니다.
1918년 <재팬 타임스>가 <재팬 데일리 메일>을 합병해 <재팬 타임스 앤드 메일>이 되었고, 1940년에는 다시 <재팬 애드버타이저>와 통폐합되어 <재팬 타임스 앤드 애드버타이저>가 되었습니다. 1943년에는 일본에서 영미어 사용이 금지되면서 <니뽄 타임스(Nippon Times)>가 되었으나 일제의 패전 후 1956년에는 원래의 이름인 <재팬 타임스>로 다시 개명됐습니다.
뒤늦게 일본의 영자지 조사에 나선 것은, 그런 신문이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고, 영자지의 예술공연 기사들의 내용이 풍성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어와 일본어 신문의 최승희 공연 기사들은 특집 기사일 때가 아니면 대부분의 기사들은 일시와 장소, 입장권 가격을 알리는 정도에 머뭅니다. 거의 홍보성 기사들이지요.
유럽과 미주 신문의 공연 보도는 달랐습니다. 공연의 기초정보는 “공연 일정표”를 매일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대신하지만, 공연을 보도할 때에는 자세하게 보도합니다. 공연자의 성장 배경과 예술적 훈련 과정, 그동안의 활약상과 향후 공연 계획 등을 자세히 전합니다.
또 그 공연 전에는 작품들을 자세히 해설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평론가들의 비평이나 관람자들의 감상문을 싣습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주의 공연 기사는 개수는 적지만, 그 공연의 전모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영자 신문들도 그와 비슷한 보도 경향을 보입니다. 보도 횟수는 많지 않지만, 일단 보도하면 자세히 보도하는 것이지요.
도쿄 조사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신문을 조사할 수는 없었고, 최승희 선생의 도쿄 활동 시기(1926-29년, 1933-44년)를 전부 조사할 수도 없었습니다. 우선 최승희 선생이 두 번째 일본에 건너갔던 1933년부터 <재팬 애드버타이저>만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예상대로 최승희 관련 기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1933년의 신문에서는 한 건도 찾지 못했고, 1934년의 신문에서는 2건, 1935년에는 1건의 기사를 찾았습니다. 1935년 5월까지만 조사하고 도서관을 나서야 했기에 관련 기사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승희의 일본 활동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36-1937년에는 더 많은 기사가 있을 것이고, 세계 순회공연(1938-1940년) 관련 기사도 영자지에 더 많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외 뉴스에 민감한 영자 신문들은 폭넓고 두터운 외신 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자 신문 조사는 당분간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일본에는 5개의 영자지가 출판되고 있습니다. <재팬 메일>과 <재팬 애드버타이저>는 <재팬 타임스>에 통폐합되었지만,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등의 주요 신문들이 영문 판을 내고 있고, <재팬 투데이>라는 별도의 신문도 있습니다.
이들의 전신이나 주요 신문의 간사이판 영자지들이 1930-40년대에도 발행되었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도대체 이 조사는 끝이 없네요. (jc,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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