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50. <팀아이> 후원금

<아운><팀아이> 저녁식사 모임은 후원금을 전달하시기 위한 모임이기도 했습니다. 정세화 선생께서 <팀아이>의 회원 분들의 성금을 전해 주시면서 취재를 위해 써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로서는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를 뿐입니다.

 

은퇴한 백수의 신분으로 장기간에 걸친 해외 취재를 계속해 온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유럽 취재는 차길진 회장님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는데, 저는 100회를 넘겨가며 연재한 취재기로 보답했고, 그 취재기 인터넷판은 많은 최승희 연구자들에게 인용되고 있습니다.

 

 

차길진 회장님이 타계하신 뒤에도 최승희 조사 연구는 계속되었는데, 이후 취재비는 제가 충당해 왔습니다. 긴축을 거듭했지만 국내 조사와 일본 취재가 길어지면서 올해 4월경에 자금이 마르고 말았습니다. 일산 사무실도 철수했고, 해외 취재를 대폭 줄여야 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의 조사가 지연된 것이었습니다. 이 추도비에 기록된 희생자 5분의 연고를 찾는 조사는 이제 겨우 한 분(강릉 출신의 김병순씨)의 한국 연고지를 찾아낸 상태입니다. 그나마 뻔질나게 강릉을 오가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얻어진 성과였지요. 그 결과로 강릉과 다카라즈카의 교류와 협력이 시작됐습니다.

 

 

아직 4분이 더 남아 있습니다. 그중 한 분(장장수씨)은 워낙 자료가 없어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다른 두 분(윤길문, 오이근씨)은 경상남도 고성, 그리고 한 분(남익삼씨)은 통영 출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추론을 증명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습니다.

 

이 일은 제가 고 콘도 도미오 선생님께 약속드린 일입니다. 그리고 한 분(김병순씨)의 연고를 찾는 데에 성공한 데다 그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의 남은 과제도 완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직 3분의 연고 확인을 남겨둔 단계에서 조사비용이 떨어져버린 것이지요.

 

 

<팀아이> 선생님들께서 이런 사정을 아시고, 저의 조사가 계속되도록 모금해 주신 것인데, 정세화 선생께서 잘 보관해 주셨다가 이날 전해 주신 것입니다.

 

일곱 분(정세화, 신도 도시유키, 리유미, 김정희, 황정혜, 다이꼬꾸 스미애, 김재호 선생)이 모아주신 성금은 액수와 상관없이 제가 조사를 계속해야 할 중요한 동기를 부여해 줍니다. 저도 반드시 3분의 한국 내 연고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해방 당시 일본에는 약 2백만명의 조선인이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60만명 이상의 조선인들이 강제동원으로 일본에 끌려 가셨고, 그중 각종 사고로 사망하신 분들의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강제동원 이전에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의 희생자 5분은 그나마 타마세 마을 주민들께서 1백년 이상 위령 제사를 드려 오셨기 때문에 늦게나마 발굴되어 추도비가 세워진 것이지요.

 

제가 미국에 오래 살면서, 미국인들이 자국 군인이나 민간인들이 외국에서 사망했을 경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유해를 찾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이른바 뒤에 남겨진 미국인이 없게 하겠다(No American Left Behind)”는 관행과 정책입니다.

 

베트남전이 끝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미국은 지금도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를 찾고 있습니다. 발견되면 본국으로 송환해 당시의 예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국가의 예우를 제공합니다. 베트남전이 침략전쟁이자 패배한 전쟁일지라도 그렇게 합니다. 민간인들도 마찬가지로 대접합니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의 희생자들은 그들을 지켜줄 국가가 없던 시절의 희생자들입니다.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밀항했던 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조선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유해를 찾고 그 존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이고, 국가가 하지 않는다면 동료 시민들이라도 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인을 찾는 조사에 <팀아이> 선생님들께서 협조해 주실 뿐 아니라, 이렇게 성금까지 마련해 후원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jc, 20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