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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49. 아운(阿吽)

고베에서 논문 발표를 마치고 <도리키조쿠>에서 애프터도 가진 후에 저는 다시 이타미(伊丹)로 향했습니다. <팀아이> 선생님들과의 저녁식사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리키조쿠> 모임이 길어지는 바람에 제가 조금 늦었는데, 정세화 선생님과 정희화 선생님, 그리고 다이꼬꾸 스미애 선생님이 먼저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한큐 이타미역 인근의 <아운(阿吽)>은 정세화 선생과 제가 일본에 갈 때마다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나마비루도 마시면서 여러 가지 의논을 많이 하던 곳입니다. 재일동포 2세가 경영하시는 이자카야(居酒屋)인데, 이곳은 저는 물론 이곳 주민이신 정세화 선생도 아주 편안해 하시는 가게입니다. 식사와 안주도 아주 좋습니다. 아직도 실내 흡연이 가능한 신기한 집이죠.

 

저는 <아운>이라는 가게 이름이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소울음 음()’자는 한국에서 가르치는 상용한자 1800자에 포함되지 않고, 일본의 사용한자 2000자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운(阿吽)’의 뜻이 심오합니다. “날숨과 들숨이라는 뜻도 있고, “만물의 시작과 끝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매우 철학적인 단어입니다. 성경의 천지창조와도 연결된 듯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어 아운은 산스크리트어의 아훔을 음차해서 사용하는 말인데, ()는 입을 열어 내는 첫 소리를 가리키고, ()은 입을 닫으며 내는 마지막 소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스크리트어의 아훔은 만유 발생의 이체(理體)와 만유 귀착의 지덕(智德)을 가리키면서 만물의 시작과 끝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는 불교에도 차용되어, 절의 중문을 양쪽에서 지키는 금강신의 하나는 입을 벌리고, 다른 하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을 하게 됩니다. 또 일본의 국기로 알려진 스모(相撲)에서는 두 사람이 대결을 위해 서로의 샅바를 잡고 씨름판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위해 호흡을 맞추는 일을 아운의 호흡(阿吽呼吸)”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자카야의 이름치고는 심오합니다.

 

이날 <아운>에 모여주신 세 분은 모두 <팀아이>의 중심 멤버들이십니다. <팀아이>는 일본 내 청소년들의 평등한 배움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일본 내 청소년이라고는 했지만 당분간은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무용신>의 자매단체인 일본의 <팀아이>는 콘도 도미오 선생님의 주창으로 시작됐습니다. 콘도 선생님이 초대 회장이였고, 지금은 아드님이신 콘도 타쿠미씨가 2대 회장입니다.

 

정세화 선생님과 다이꼬꾸 선생님은 콘도 도미오 선생님과 함께 <팀아이>를 시작하신 초창기 멤버이시고, 정희화 선생님도 초기에 가입해 활동하시고 계신 분입니다.

 

<팀아이>의 운영총무 역할을 맡고 계신 정세화 선생님은 일요일 오후여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는 못하셨다고 하셨지만, 이날 저녁모임 자체가 불과 하루 전에 급히 결정된 것이어서 세 분이 나와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팀아이><무용신>이 함께 해 온 일을 돌아보고, 앞으로 같이 해 나갈 일들도 의논했습니다. 무용신 캠페인도 계속될 것이고, 이를 다른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방안도 모색하게 됩니다.

 

그밖에도 <팀아이>는 일 년에 한두 차례씩 각 지역의 우리학교의 모든 학생들과 교직원들에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는데, 그 첫 행사가 1124일 고베조고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일정상 이 행사에 참석할 수는 없지만, 또 다음 기회가 있겠지요.

 

 

그밖에도 <팀아이>1119일에 이타미에서 열리는 축제 <마당>과 다카라즈카에서 열리는 <민족마츠리>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의 작품이기도 한 <민족마츠리>에 사치코 상도 다카라즈카 민족 마츠리에 참가하시겠다고 하셨다는데, 건강이 허락되실는지...

 

이 지역 축제들에는 기획부터 실행까지 <팀아이> 선생님들이 많이 참여하십니다. <팀아이>의 활발한 활동에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네요. (jc, 20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