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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7. 모리오카 (1) 대박

도호쿠 첫 조사가 모리오카 현립도서관입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대박입니다. 모리오카에서 최승희 무용공연이 두 번 있었던 것이 확인됐고, 관련 신문기사 22, 공연이 있었던 극장 사진을 각각 2-3, 그리고 극장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각각 1-2장씩 찾았습니다.

 

도호쿠 취재는 긴가민가하면서 시작한 것인데, 첫날 이런 성과를 얻고 보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후원해 주신 분들한테 덜 미안하고 더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맘 편하게 나머지 도호쿠 조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모리오카에서 공연이 있었다면 도호쿠의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아침 545분에 도쿄 숙소를 나섰습니다. 모리오카에 9시 전에 도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632분에 도쿄역을 출발하는 신칸센을 타야했고, 그걸 타려면 69분에 바쿠로초에서 소부선 전철을 타야 합니다. 도쿄역에 615분쯤 도착하면 넉넉하게 도호쿠 신칸센 첫차를 탈 수 있겠더라고요. 결국 그렇게 했습니다.

 

모리오카 역에 도착하니 840분이었습니다.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았을 시간입니다. 그래서 예약해둔 오늘의 숙소를 찾아 갔습니다. 체크인을 미리 하고 여행 가방을 맡긴 다음, 로비에서 뜨거운 모닝커피를 거푸 2잔을 마셨습니다. 도쿄는 덥던데 모리오카는 아침 기온이 8도입니다. 싸늘하더군요. 뜨거운 커피가 정말 반가웠습니다.

 

 

9시가 조금 넘어 등가방 하나만 달랑 메고 현립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숙소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입니다. 모든 도서관들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본말도 못하는 쪼끄만 남자가 리서치 지원 데스크에 다가와서는 머라고 머라고 영어를 해대니 사서와 기록관리사들이 아침부터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생글생글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최승희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 대략 설명하고, 이 분이 모리오카에서 51일에 공연한 것은 확실한데, 공연 연도를 모르겠으니, 여기 소장된 옛날 지역신문 좀 보자고 부탁했습니다. 말이야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사람은 또 눈치의 동물 아닙니까? 최승희 선생의 공연 포스터를 보여드렸더니, 상황 파악이 금방 되는 모양입니다.

 

사서와 스탭 3명이 갑자기 활발해졌습니다. 어차피 리서치 데스크를 찾는 사람이 없을 시간이고, 따로 할 일도 많지 않았던 차에 쇼와 초기의 댄서라니까 얼마나 관심이 당겼을까요.

 

 

<이와테일보(岩手日報)> 데이터베이스 터미널로 안내해서 나를 그 앞에 앉혀놓고서, 자기들이 데이터베이스 로딩하고, 1936년으로 기간 설정하고, 키워드를 입력합니다. 제가 한 일은 키워드로 최승희를 쓰면 된다면서 최승희(崔承喜) 선생의 한자 이름을 알려준 게 전부입니다.

 

그러자 마술처럼 17개의 기사가 걸려 나왔습니다. 사서와 스탭 분들이 더 좋아하더군요. 기사를 확대해 놓고 반도가 낳은 무용가 최승희씨는...’ 하면서 소리 내어 읽으면서 자기들끼리 쳐다보면서 웃고 감탄합니다. 나는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면 활짝 웃어주었을 뿐이었고요.

 

이내 정신을 차린 한 분이 이 기사들 프린트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일본말이지만 저는 알아듣습니다. “당연히 필요하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프린트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한 면 전체를 프린트할 수도 있고, 기사 부분만 선택해서 프린트할 수도 있는데, 종이 크기에 상관없이 흑백 프린트는 한 장에 10, 칼라 프린트는 한 장에 50엔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는 , 너 이제 일해라하면서 자기들끼리 일본말로 머라고 머라고 하면서 자리로 돌아갑니다. , 자기들끼리 다 해놓고서 나더러 뭘 하라는 걸까, 잠시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죠, 읽고 프린트하는 것은 제가 해야 하는 거죠. 프린트한 기사는 목록을 만들어 제출해야 하고요. 그런 건 제가 또 잘합니다. 일본에서만 백번도 넘게 해봤으니까요.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는 지역신문 데이터베이스는 일본에서도 매우 드뭅니다. 이번 취재의 첫걸음부터 대박입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이게 오늘 오전 모리오카 현립도서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jc, 202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