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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9. 모리오카 (3) 두 개의 센보쿠

이번 도호쿠 취재를 준비하면서 사전조사를 많이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사전 조사를 한 것이 센보쿠(仙北) 공연입니다. 센보쿠청년단(仙北靑年團)이 주최한 공연의 포스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포스터에 따르면 공연일은 51, 공연 장소는 현공회당이었습니다.

 

그러나 포스터에는 이 공연의 연도가 나타나 있지 않았고, 현공회당도 어느 현의 공회당인지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또 포스터에 따르면 이 공연의 주최자는 센보쿠의 청년단이지만 후원자는 이와테신문사였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센보쿠는 아키타현이지만, 이와테신문사는 이와테현에서 발행되던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사전 조사에서는 모리오카와 센보쿠가 서로 다른 도시로 인식됐습니다. 지도를 보니까 아키타시와 모리오카시의 중간 지점에 센보쿠시가 위치했는데, 아키타현과 이와테현의 경계에서 센보쿠시는 아키타현에 속해 있었습니다.

 

모리오카의 이와테 도서관 조사를 하면서 사서 분들한테 그 점을 가장 먼저 질문했습니다. “센보쿠청년단이 주최한 행사를 왜 이와테신문사가 후원했을까요?” 스탭들의 대답입니다.

 

모리오카에도 센보쿠가 있어요. 아키타현의 센보쿠는 시()이지만, 이와테현의 센보쿠는 모리오카시의 센보쿠초()이지요.”

 

 

, 포스터의 센보쿠청년단은 모리오카 센보쿠초의 청년단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지도를 보니, 모리오카역 남쪽을 흐르는 시즈쿠이시카와(雫石川) 강이 모리오카 역의 북쪽을 흐르는 기타카미카와(北上川) 강과 모리오카 성을 지나 남쪽으로 흐르는 나카츠카와(中津川) 강과 합수되어 넓어지고 깊어진 기타카미 강이 기역자로 꺾여 남쪽으로 흐르는데, 그 일대가 센보쿠입니다.

 

그래서 모리오카 역에서 남쪽으로 한 정거장만 가면 센보쿠초 정거장입니다. 그 기차역이 있는 곳은 센보쿠초, 센보쿠초와 기타카미강 사이가 히가시센보쿠초(東仙北町), 그 남쪽은 미나미센보쿠초(南仙北町)이었습니다.

 

센보쿠초에서 바로 서쪽으로 인접한 지명이 모토미야(本宮)입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신사인 신궁(神宮)이 있었던 곳이라는 뜻입니다. 지금도 오미야(大宮) 신사가 여기에 있습니다. , 센보쿠초가 옛날에는 모토미야와 함께 모리오카의 종교 및 주거의 중심지이었다는 뜻입니다.

 

 

최승희 공연의 주최자가 모리오카의 센보쿠청년단이었다면, 공연 극장이었던 현공회당(縣公會堂)’이란 이와테현(岩手縣)의 공회당을 가리킵니다. 이 공회당은 지금도 모리오카성 바로 북쪽, 나카츠 강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리오카현 공회당은 1927615일에 낙성된 건물입니다. 곧 개관 1백주년을 맞는 모리오카현 공회당은 1930년대에는 이와테 현에서 가장 큰 극장이었고, 지금도 모리오카 시내에 산재한 30여개의 주요 유형문화재 중에서 유일하게 국가에 등록된 유형문화재입니다.

 

 

이렇게 해서 모리오카의 센보쿠초와 아키타현의 센보쿠시의 의문이 풀렸습니다. 사전조사에서도 지도를 면밀하게 검토했다면 그 두 지역이 서로 다른 지역임을 알 수는 있었겠습니다만, 그리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의문은 현지에 와야 쉽게 해결됩니다. 현지인들의 상식이 시기와 지리적 배경을 훨씬 쉽고 간단하게 자리매겨주기 때문이지요.

 

한편, <이와테신문(岩手日報)> 조사를 통해 최승희의 모리오카 공연의 일시는 193651일 오후6시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로써 최승희 공연의 시기와 장소가 모두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시기적, 지리적 배경에 대한 문헌 자료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이것만 해도 모리오카 조사의 일차적 목적은 달성됐지만, 이 공연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와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센보쿠청년단이 어떤 단체였는지, 그리고 이시이 무용단에서 이제 막 독립한 최승희 선생이 어떻게 이와테현 최대극장인 현공회당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지도 알아내야 합니다. 리서치는 이제 시작인 것이지요. (jc, 202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