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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3. 출발 (1) 이른 비행기

일본 취재를 갈 때는 이른 비행기를 예약합니다. 그래야 첫날부터 조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도시가 인천공항에서 2시간 안팎이므로 9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 같은 곳은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인천에서 도쿄로 가는 이른 비행기가 아침 7시대인데, 저는 755분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그보다 더 이르게 가려면 승용차, 혹은 심야버스를 타야 합니다. 심야버스는 4시 반에 도착하기 때문에, 여유는 있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첫 공항열차가 520분입니다. 인천공항(1터미널)610분쯤 도착합니다. 1시간 반 동안 체크인하고 검색대 통과하고 게이트까지 가면 됩니다.

 

 

보통 때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체크인은 셀프로 하면 되고, 이른 아침에는 보안검색과 출국심사가 빠릅니다. 문제는 게이트까지 가는 건데, 저가 항공사의 승강장은 모노레일을 타야하고 많이 걸어야 합니다. 그래서 첫 공항열차를 타지 못하면 비행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520분 기차를 타려면 집에서 445분에는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냥 밤을 새기로 했습니다. 출발 전에 써야할 글을 다 써서 <대륙학교><무용신>FB에 포스팅 하고, 야식을 두 번 먹고, 책상과 주방을 정리하고, 진공청소기로 여기저기 청소를 했습니다. 잠을 안자기 위해서였지요.

 

그러고 있는데 2시쯤 유준 선생이 지금 버티면 4-5시까지 갈 수 있다FB 포스팅합니다. 아마 잠들지 않기 위한 고육책일 겁니다. 중요한 작업을 하시나 봅니다. 저는 하트를 눌러드리고 계속 양파를 볶았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림 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기에....

 

보통은 등가방 하나만 가지고 다니니까 서울역까지 자전거를 탑니다. 그게 가장 빠르고 안전합니다. 그 시간에는 전철과 버스가 없고, 택시를 기다리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새벽 시간에는 도로가 거의 비어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빠르고 안전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택시를 탔습니다. 무거운 여행 가방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지난 5월 간사이 취재 때 <팀아이>의 회장님이신 콘도 타쿠미 선생한테서 받아온 자료가 들어 있습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님이 남기신 자료인데, 제가 정리를 자청했습니다.

 

서울에 가져와서 모두 스캔했고, 내용을 검토하면서, 분야별, 주제별, 시기별로 정리 중입니다. 스캔이 끝난 원본을 돌려드리기 위해 이번에 가져갑니다. 그래서 가방이 무겁습니다. 15킬로그램이 넘습니다. 틀림없이 돈을 더 내라고 할 겁니다.

 

덕분에 내 짐은 대폭 줄었습니다. 전화와 랩탑을 유지할 장비들과 갈아입을 몇 옷가지뿐입니다. 수집된 자료를 위한 파일 폴더는 3개만 챙겼습니다. 무거운 가방 때문에 카카오 택시를 탔는데, 택시비가 올랐군요. 첫 공항열차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공항에서 터졌습니다. 1시간40분전에 도착했는데, 셀프체크인이 고장입니다. 카운터에는 계원이 2사람 밖에 없는데, 나리타(7:55)와 마츠야마(8:25) 가는 승객을 한꺼번에 체크인 합니다. 줄은 2백미터 이상 늘어섰는데 줄어들 생각을 안 합니다.

 

 

몇몇 승객이 비행기 놓치면 책임질 거냐며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시간을 30분 남겨놓고야 허겁지겁 계원을 증원해 나리타 가는 사람부터 체크인을 합니다.

 

검색대와 출국심사는 시간 걸리지 않았지만, 승강장까지 가는데 꼬박 20분 걸렸습니다. 면세점, 환전, 전화 로밍을 다 건너뛰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뛰지는 않았습니다. 보딩 패스를 받았는데, 그냥 가면 오늘 당한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만회하겠다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기다려 주었고, 25분쯤 늦게 출발했습니다. 어쩐 영문인지 모르겠네요. 이 항공사가 안 이랬는데... 암튼 출발했습니다. (jc, 202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