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 선생의 강연을 통해서 새삼 알게 된 것은 두 가지였다. (1) 대한민국을 민주공화제로 정초했다는 점과 (2) 1919년 9월11일 통합임시정부 수립이 완수되었을 당시에는 좌우합작으로 수립된 정부였다는 점이었다.
(1)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주권재민’을 명시한 임시정부의 헌법은 앞에서 이미 살펴봤지만, 이처럼 주권재민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가 1919년 4월 현재 국제적으로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즉, 민주공화제라는 용어를 헌법에 명기한 나라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처음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양대 사학과의 박찬승 교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역사 교양서 <1919(2019)>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주공화제라는 용어를 헌법에 명기한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사실상 처음이에요.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 헌법에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임정은 왕이나 귀족이 아닌 국민이 주권을 갖는 나라를 바랐습니다."
(2) 상하이 임시정부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좌우합작 정부였다는 점이다. 1919년 4월11일의 임시정부는 민족주의 인사들이 중심이었던 우익성향의 정부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안창호의 주도 아래 9월11일에 국내의 한성정부와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가 통합되어 새로운 임시정부로 개편되었다. 한성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임시정부의 소재지를 상하이에 두면서, 연해주 대한국민의회의 이동휘가 국무총리로 취임하면서 명실상부한 통합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사학과의 반병률 교수는 <내일을 여는 역사>에 실은 글에서 "독립운동사에서 통합적 성격의 임시정부를 찾는다면, 첫째가 1919년 11월 초부터 1921년 1월까지이고, 두 번째는 1942년 조선민족혁명당 등 좌파 정당들이 우파의 한국독립당이 주도한 임시정부에 참여함으로써 성립한 좌우 합작 정부"라고 설명했다.
반병률 교수는 또 "첫 번째 통합 임시정부는 국내외에 대한 영향력이나 권위의 면에서 절정에 있었다"며 "전체 민족해방운동사상 최초의 통일전선조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통합 임시정부가 좌우합작을 통해 항일 투쟁을 위한 단일 대오를 이룬 것은 매우 인상적인 일이지만, 이 같은 대동단결의 노력이 1년여밖에 지속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일이다.
1942년 10월25일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제34회 회의가 개원되면서 더 완벽한 형태의 좌우합작이 재차 이뤄졌지만, 해방이 되자 다시 나뉘어 권력투쟁을 재개했다.
그래서 임시정부 존속기간 26년 4개월(1919.4.11.-1945.8.15.) 중에서 좌우합작으로 내부 갈등이 봉합되었던 것은 불과 1차의 1년4개월(1919.9.-1921.1)과 2차의 2년9개월(1942.10.-1945.8.), 합쳐서 약 4년여 밖에 되지 않는다.
상하이와 만주/연해주와 미주의 독립운동가들이 이념 대립에 열정과 자금을 소모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협력했더라면, 일본이 항복하기 전에 독립군의 국내 침공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만주와 연해주 독립군의 투쟁 기록도 더 광범위하고 생생하게 남아 있게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런 단일 대오의 모습은 원시적 불능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은 해방 직후의 좌우 대립으로 재연되었고, 그런 와중에 미소군의 점령군 시절을 통해 진행되던 분단을 막지 못했다.
1970-80년대의 민주화 운동도 분열과 대립으로 힘을 모으지 못했던 역사적 경험을 생각하면, 좌우합작이라는 단일대오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번의 예로 보아 가능했던, 독립을 위한 좌우합작과 대동단결의 기간이 그렇게 짧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jc, 202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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