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임시정부의 첫 번째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1919.4.11.)”을 기초한 사람은 조소앙이었다. 1917년의 “대동단결선언”도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1919년 3월11일 중국 지린에서 대한독립의군부 주도 아래 독립 운동가 39명의 명의로 발표한 “대한독립선언서” 역시 조소앙이 작성하였다. 그는 이미 두 선언에서 조선 민족의 주권은 소멸하거나 다른 민족에게 양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한민주의 자립’을 선포한 바 있었다.
3 · 1 운동이 확산되자 조소앙은 지린에서 상하이로 건너가 헌법을 기초하는 일을 주도하였다. 조소앙은 임시정부 설립의 정당성을 조선인이 직접 행동으로 주권을 행사한 3 · 1 운동에서 찾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명시한 ‘헌법’인 “임시헌장”을 내놓았다.
전문 10조로 구성된 임시헌장에서는, 제1조에서는 민주공화제를 선언하고 제2조에서는 대의제를 천명하였다. 제3조의 평등권, 제4조의 자유권, 제5조의 참정권 등은 인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제6조에는 교육 · 납세 · 병역 등 국민의 의무를 규정하였다.
제9조에서는 사형, 고문과 더불어 공창제와 같은 반인권적인 제도를 없앨 것을 규정하였다. 공창제란 국가가 공인하는 성매매 제도를 말하는데, 일본의 공창제가 식민지화와 함께 조선에 들어왔다. 간결하지만, 민주주의 국가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요건을 빠짐없이 담은 헌법이었다. 제10조에서는 “임시정부는 국토 회복 후 만1년 내에 국회를 소집한다”고 규정했다.
임시정부는 해방될 때까지 5차례에 걸쳐 개헌을 실시하였다. 근대 국가의 3요소인 영토, 주권, 인민을 전제로 한 헌법에 기반을 둔 헌정체제를 꾸준히 유지하였다. 헌법이야말로 임시정부의 정당성과 합법성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임시정부의 헌법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바로 주권 규정이다. 1919년 9월 통합 임시정부의 헌법으로 제1차 개헌을 통해 공포한 <대한민국임시헌법>의 제2조에 처음으로 주권 규정이 등장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 인민 전체에 있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그런데 1925년에 제2차 개헌을 통해 공포한 <대한민국임시헌장>의 제3조에는 "대한민국은 광복 운동 중에는 광복 운동자가 전 인민을 대(代)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1927년에 제3차 개헌을 통해 공포한 <대한민국임시약헌>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국권은 인민에게 있음. 광복 완성 전에는 국권이 광복 운동자 전체에 있음"이라 하여 임시정부의 주권이 원칙적으로는 인민에게 있으나, 독립하기 전에는 독립 운동가가 이를 대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40년 제4차 개헌에 따라 공포한 <대한민국임시약헌> 제1조 역시 "대한민국 국권은 인민에게 있되, 광복 완성 전에는 광복운동자 전체에 있다"라고 하여 1927년의 것과 대동소이하다. 제5차 개헌에 따라 1944년에 공포한 <대한민국임시헌장> 제4조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인민 전체에 있음. 국가가 광복되기 전에는 주권이 광복운동자 전체에 있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8조에서는 광복 이전에 주권을 갖는 광복 운동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하였다. "조국 광복을 유일한 직업으로 인정하고 간단없이 노력하거나 또는 간접이라도 광복 사업에 정력 혹은 물력의 실천 공헌이 있는 자"가 바로 광복 운동자였다.
이처럼 "광복 운동 기간에는 광복 운동에 공헌한 광복 운동자만이 대한민국 전체 인민을 대신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는 조항에는 인민 전체에게 주권이 있음을 전제하면서도 영토와 인민이 부재한 망명정부의 정체성을 반영한 ‘임시’ 헌법으로서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1919년 4월 「임시헌장」에 처음 등장한 민주공화국은 5차례에 걸친 개헌을 거쳐 1948년에 공포한 제헌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규정으로 계승됐다. 주권 재민의 정신은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담겼다.
즉, 임시정부가 존속하였던 동안 민주공화국 이념과 주권 재민의 정신은 헌법의 구성 원리로 확고히 뿌리내렸고 제헌헌법으로 계승되었다. (jc, 202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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