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와 러시아의 견제를 뚫고 조선 강점을 진행시키던 일본은 철도 부설에서도 미국과의 경쟁을 제치고 조선 철도를 모두 손아귀에 넣었다.
일제가 조선철도를 필요로 했던 것은 조선 강점에 머물지 않고 대륙 침략을 위해서였다. 따라서 일제는 한편으로 경부선(부산-경성)과 경의선(경성-의주)을 부설해 중국의 단둥으로 연결되도록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원선(경성-원산)과 함경선(원산-회령)을 부설해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도록 했다.
대륙으로 연결되는 제3의 노선으로 일제는 1939년 만포선(순천-만포)을 개설했다. 지금은 북한에서도 평양에서 묘향산에 가기 위해 활용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만포에서 센양, 창춘, 지린, 하얼빈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철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대륙철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은 김대중 정부의 남북교류 정책과 함께였다. 남북 분단으로 반세기 이상 섬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이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철도를 통해 한국-유럽의 화물 수송에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히 끊어졌던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되어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될 수 있다면, 부산과 목포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항구는 오세아니아와 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류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은선 선생에 따르면 일본과 일부 한국에서 한일해저터널을 뚫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한국으로서는 절대로 응하지 말아야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항구가 담당할 허브 역할을 일본의 항구들이 가져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배은선 선생은 대륙횡단철도에 대한 지나친 환상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여객 수송이 아니라 물류를 위한 철도인데, 물류 수송을 위한 수익은 거리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총연장이 1천Km미만인 한반도의 철도는 1만Km가 넘는 러시아의 철도에 비해 수익이 10분의1 이하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륙횡단철도에 접속하는 한국철도의 목표는 철저하게 물류 수송의 허브역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히 배은선 선생은 남북 철도연결의 문제는 여객수송이나 물류를 위한 대륙횡단철도 보다는, 남북간의 교류와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원선과 동해선의 연결은 인천공항과 원산, 특히 북한의 마식령 스키리조트를 연결해 국제적인 겨울여행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통해 남북한이 모두 관광수입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마식령 스키장은 2013년 12월31일 강원도 법동군 마식령에 개장된 스키리조트로, 2014년 1월13일의 <노동신문>에 따르면, “세계에 조선을 일깨운 역사적 사변”이라고 강조되는 첨단 스키시설이라고 한다.
이 스키장은 총면적 1천4백만Km2에 슬로프가 4면, 높이 1,360m의 정상까지 케이블카와 호텔과 종업원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며, 북한당국이 공개한 개장일 영상에 따르면, 스웨덴 아레코사의 제설기와 독일과 이탈리아산 눈관리용 장비등, 최고급 시설과 장비가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종환 문체부장관이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해 IOC와 협의하던 중, 마식령 스키장 활용방안을 제안했고, 1월17일 남북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이 스키장을 남북 공동연습장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바도 있었다.
이에 따라 2017년 2월1일 오전9시30분부터 오후1시까지 남북한의 국가대표 예비선수와 청소년대표들이 2시간여 동안 자유스키 세션을 진행하는 정도로 실현된 바 있다. (jc,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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