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의 슬픈 역사는 고종의 애비 대원군과 그의 마누라 민씨의 정권 투쟁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어린 고종의 섭정으로서 풍양조씨와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를 타파한 대원군은 그 대신 여흥민씨의 세도정치를 초래했다. 역설적인 것은 대원군이 불러들인 여흥민씨 세도정치로 왕비가 된 민씨와의 권력투쟁에서 대원군 자신이 패배했다는 점이다.
1878년 고종의 친정 시작으로 권력에서 쫓겨난 대원군은 고종의 무능과 외척의 세도정치로 나라가 문란해지고 있다며 개탄하던 중, 훈련도감의 구식군대가 일으킨 임오군란(1882)을 이용해 민비가 양성한 사병 별기군을 제압하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일본 공관의 방관과 청나라의 개입으로 실패했다. 임오군란이 진압되고 청나라가 군대를 철수하자, 친일파 김옥균과 박영효 등이 일본의 재정지원과 군사지원을 약속받고 1884년 12월4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른바 갑신정변이다. 그러나 민비가 다시 청군을 불러들이는 바람에 쿠데타는 실패했다. 박영효와 김옥균 등 쿠데타 주역 9명은 일본으로 도망쳤다.
갑신 쿠데타가 실패하고 청나라가 일본을 제압한 후 청,일은 1885년 4월 텐진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의 제3항은 양국의 군대를 파견할 경우 상호 통지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조항이 훗날 청일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임오군란이 진압된 후 청나라로 끌려간 대원군은 8년을 기다린 끝에 동학혁명(1894)을 등에 업고 아들 고종과 며느리 민씨를 제거하고 권력을 되찾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동학혁명이 대원군의 사주로 일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봉준이 한때 대원군의 식객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대원군의 권력복귀 노력과 전봉준의 동학혁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동학혁명을 빌미로 청국과 일본은 조선에 군대를 파견했다. 청나라 군대는 고종+민비가 불러들였고, 청나라는 조선출병을 단행하면서 텐진조약(1885)에 따라 이를 일본에 통고했다. 이를 빌미로 일본도 군대를 조선에 파병한 것이었다. 청군은 동학 진압을 위해 아산만에 상륙했으나, 일본군은 제물포에 상륙, 동학 진압이 아닌 조선 침략의 야욕을 드러냈다.
청군과 일군이 조선에 상륙한다는 소식에 동학혁명군은 6월6일 정부군과 전주화약을 맺고 철수했다. 이에 고종+민비는 청일 양국에게 철군하도록 통고했다. 이에 청군은 철군했지만 일본군은 출병을 강행, 6월12일 일본군 선발대, 6월16일 일본군 제9여단 4천명이 제물포에 상륙, 6월23일 한양으로 진군해 용산에 주둔하면서 한양 도성을 장악했다.
한 달 동안 한성을 점령한 일본군은 1894년 7월23일 0시30분, 왕궁인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 고종과 민비를 사로잡고, 친일파 김홍집을 내세워 이른바 갑오경장을 추진했다.
토왜 사학은 갑오경장을 한국근대화의 출발점이라고 선전해 왔지만, 이는 사실 일본군이 대원군과 갑오경장 친일파들을 앞세워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의도적 도발이었다. 일본군은 꼭두각시 김홍집 내각을 다그쳐 일본군의 조선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받은 후, 7월25일 청일전쟁을 일으켰고, 이듬해(1895년) 4월17일 청군을 격퇴했다. 이로써 한반도에서 청나라의 영향력이 사라졌고, 조선의 집권층은 일본의 침략 야욕 앞에 속수무책이 되었다.
1895년 10월8일 일본군은 친청반일 성향의 왕비 민씨를 살해했고(을미사변), 이에 극도의 불안해진 고종은 1896년 2월11일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다. 이른바 아관망명(1897년 2월25일까지 약 1년동안)이었다. 일본군과 일본공사관이 속수무책인 가운데 고종은 갑신정변의 주역과 을미사변으로 집권한 친일파에 대한 체포명령을 내렸고, 이중 김홍집, 어윤중, 정병하가 군중에게 살해당했고, 유길준, 조희연, 우범선 등은 일본으로 도망쳤다.
이후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은 크게 줄었으나, 이번에는 러시아 군대가 한성에 진주했으므로, 러일전쟁(1904)의 발단이 되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거칠 것이 없어진 일제는 조선을 보호국(1905)을 거쳐 식민지(1910)으로 합병했다.
조선의 첫 철도인 경인철도는 이같은 격동 속에서 진행되었다. (jc,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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