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의 <홀리데이 무용제> 참여 소식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뉴욕의 주요 일간지에 소개됐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도 기사화되었다. <뉴스위크> 기사는 대부분 <아메리칸 발레 캐러밴>과 마사 그라함 무용단의 이야기였지만, 최승희에 대해서도 한 문단이 할애됐다.
“최승희는 한 차례 공연을 통해 12작품을 발표했다. 그녀는 이 무용제에 동양의 서정적 매력을 더해 주었다. 최승희의 매력은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뉴욕에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보살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섬세한 사랑스러움의 모습으로 최승희의 재능을 발산시켰고, ‘천하대장군’은 캐리커쳐를 표현하는 그녀의 재능을 한껏 보여주었다.”
요즘과는 달리 당시의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지역 신문에 불과했지만, <뉴스위크>는 미국 전역에 배포되는 정통 시사 잡지였다. <뉴스위크>의 짧은 기사에도 불구하고 최승희의 명성은 높아졌고, 이는 더 많은 공연 신청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성사된 공연 중의 하나가 콜럼비아 대학 공연이었다. 콜럼비아 대학교의 예술과학대학(Institute of Arts and Sciences)은 매년 젊은 무용가들을 초청해 <댄스 시리즈(Dance Series)>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개최했는데, 콜럼비아 대학교의 1940년 연감에 따르면 이 해에 <댄스 시리즈>에 초청된 무용가는 네 사람이었다.
(1) 라 아르헨티니타(La Argentinita, 1898-1945)와 그의 스페인 앙상블, (2) 카말리타 마라치(Carmelita Maracci, 1908-1987)와 3명의 보조무용수, (3) 최승희, (4) 아그네스 드밀(Agnes De Mille, 1905-1993)과 조셉 앤쏘니(Joseph Anthony, 1912-1993).
이는 최승희가 1940년 5월호 <삼천리>에 보낸 기고문에 서술된 것과 일치된다.
“나는 그 후 뉴-욕에선 2월17일 제5회 공연을 아카데미 극장에서 콜럼비아 대학 주최로 무용 시리-즈의 一夜를 가지게 되었읍니다. 금년 콜럼비아 대학 무용 시리-즈는 전부 4회의 무용 공연을 작정하고 第1夜가 스페인 무용의 알헨테이니-터, 第2夜도 역시 스페인 무용의 마르가리-터·마라키, 第3夜가 내 공연, 第4夜가 바레-·딴서-의 아구나 데밀이였읍니다.”
무용가들의 이름을 일본어 발음으로 발음한 것을 제외하면 최승희의 서술은 모두 사실과 일치했다. 다만 최승희가 이 공연이 열렸던 극장을 <아카데미 극장>이라고 한 것은 <맥밀린 극장>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최승희의 기억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 극장의 정식 이름이 <맥밀린 아카데믹 극장(McMillin Academic Theatre)>이었기 때문이다.
맥밀린 극장은 1919년 개관해 70년 동안 콜럼비아 학생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뉴욕의 주요 연극과 음악, 무용 공연을 개최하고 있었다. 1988년 맥밀린 극장은 문을 닫고 같은 자리에 <밀러 극장(Kathryn Bache Miller Theatre)>이 개관됐다. 오늘날 밀러 극장은 688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맥밀린 극장의 수용 인원은 그 두 배인 1,400명이었다.
<홀리데이 무용제>에 참여했던 카르멜리타 마라치와 아그네스 드밀이 다시 한 번 최승희와 함께 콜럼비아 댄스 시리즈에 출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마라치는 네브라스카주 골드필드 출신, 드밀은 뉴욕시 출신이었지만, 1930년대 초에 LA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당시 마라치는 이미 무용 공연을 하고 있었지만, 드밀은 UCLA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런던 유학 중이던 1933년에야 무용단에 입단했다. 드밀은 1939년 뉴욕으로 돌아와 <뉴욕시티 발레단>의 전신인 <어메리칸 발레 캐러반>에 입단, 본격적인 공연활동에 나섰다.
한편,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라 아르헨티니타는 일찍이 플라멩고에 두각을 나타냈다. 신고전 양식의 스페인 무용을 창조한 라 아르헨티나(La Argentina, 1890-1936)를 존경하여, 자신의 예명을 “작은 아르헨티나”라는 뜻인 “라 아르헨티니타”로 지었던 무용가였다.
요컨대, 최승희는 당시 뉴욕에서 활동하던 최고 수준의 젊은 무용가들과 함께 콜럼비아대학 맥밀란 극장에서 <댄스 시리즈> 공연에 참여했던 것이다. (jc, 202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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