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3월25일 이시이 무용단에 입단한 최승희는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6월12일 오사카 공회당에서 첫 무대에 올랐다. 이시이 코나미(石井小浪)가 안무한 3인무 <그로테스크(1926)>에 출연한 것인데, 이시이 에이코(石井榮子, 1911-1936), 이시이 킨코(石井欣子)와 함께였다.
최승희의 두 번째 무대는 1926년 6월22일 도쿄의 호가쿠자(邦樂座)였다. 이때 최승희는 스승 이시이 바쿠가 창작한 <금붕어>를 연기했는데, 이 공연의 프로그램에는 이 작품이 ‘동용(童踊),’ 즉 ‘어린이 무용’으로 분류되었다. 당시 최승희는 만14세였다.

최승희가 관람했던 3월23일의 경성공연에서도 ‘어린이 무용’이 두 작품 상연되었다. 이시이 에이코가 출연한 <개구장이(わんぱく小僧, 1926)>와 마츠우라 다비토(松浦旅人, 1901-1927)가 상연한 <오늘밤은(今晩は, 1926)>이었다. 두 작품 모두 이시이 바쿠가 만주-조선 순회공연을 위해 창작한 작품이다. 당시 이시이 에이코는 만14세였지만 마츠우라 다비토는 만25세였다. 따라서 ‘어린이 무용’은 ‘어린이가 추는 춤’이 아니라 ‘어린이를 소재로 한 춤’이라는 뜻이다.
최승희 자신도 어린이 무용을 창작했다. 1934년 9월의 도쿄 제1회 공연에서 상연된 <어린이의 세계(小供の世界)> 연작이 그것이다. <어린이의 세계1>에는 <A. 장난(戱れ)>과 <B. 아장아장 춤추다(ヨチヨチ踊る)>, <어린이의 세계2>에는 <A. 새모자(新しい帽子)>와 <B. 저희는(僕達は)>, <어린이의 세계3>에는 <A. 방과후(放課後)>와 <B. 춤을 춥시다(踊りましせう)>가 포함되었다. 이 어린이 무용 작품은 모두 양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근대식 아동무용이었다.

조선무용을 시작한 이후에도 최승희는 어린이 무용을 발표했는데, 그 첫 작품이자 대표작이 <초립동(1937)>이다. 이 작품은 1937년 9월27일부터 29일까지 도쿄극장에서 열렸던 <도구(渡歐)고별공연>에서 초연되었다. 3일동연 계속된 이 공연에서는 모두 23작품이 발표되었는데, 아동무용은 <초립동>이 유일했다.
세계 순회공연에서도 <초립동>은 인기리에 상연됐고 절찬을 받았다. 1938년 1월22일의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도 1부2연목으로 상연됐고, 2월2일의 로스앤젤레스 공연과 2월20일의 뉴욕공연에서도 14개 발표작품 중에서 2부의 마지막 작품, 즉 피날레로 상연됐다. 이 작품은 11월6일의 뉴욕2차공연에서도 상연됐다.

<초립동>에 대한 인기는 매우 높아서 유럽 공연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연됐다. 1939년 1월31일의 파리 살플레옐 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하여, 2월6일의 브뤼셀 공연, 2월26일의 칸 공연, 3월1일의 마르세유 공연, 4월1일의 독일 뒤스브루크 공연에서도 빠짐없이 상연됐다.
로스엔젤레스 공연 직후에 공연평을 실었던 <신한민보>는 이 작품을 <신랑춤>이라고 불렀고 “코흘리는 초립동이가 신부를 맞는데 청바지 저고리에 분홍 두루막을 입고 초립을 쓰고 혼자 남모르게 좋아서 춤도 추고 생각도 하고 명상도 해보는 로맨스의 곡”이라고 해설했다.

<초립동>은 오늘날에도 재일 조선학교 무용부의 학생들에 의해 자주 상연되는데, 이들의 의상이 ‘푸른색 바지 저고리에 분홍색 두루마기를 입고 초립’을 쓴 차림이어서, 최승희가 처음 공연했던 이래로 같은 의상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리 공연에서는 <초립동>이 <꼬마 신랑(Enfant marie)>이라고 번역되었고, 프로그램의 작품해설은 “과거 한국에서는 조혼이 성행했다”고 소개하고 “결혼식을 마친 후 더 이상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 되었지만 꼬마신랑은 풀로 만든 모자를 쓴 채 명랑하고 순진하게 행동한다”고 설명한 후에, “과연 꼬마신랑은 사랑을 아는 걸까?”하고 물었다. 이는 조선시대의 조혼제도에 대한 희극적 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것이다.

파리 공연 프로그램은 초립(草笠)을 “풀잎으로 만든 작은 모자(petit chapeau d'herbes)”라고 서술했는데, 공연 이후 이와 유사한 모양의 모자가 파리 여성들 사이에 유행했다는 기록이 있어, 당시 최승희와 <초립동>이 주목받고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jc, 2026/5/7)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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