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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100장면

[최승희 100장면] 9. 꽃 처녀

최승희는 1938122일의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 <꽃 처녀(Flower Girl, 1938)>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 작품 사진은 그녀의 세계 순회공연(1938-1940) , 첫 번째 여정이었던 미국 공연(1938.1-1938.12)을 조사하는 중에 처음 발굴됐다.

 

이 사진은 1938122일의 <니치베이(日米)신문> 영문판(2)에 실렸는데, 다른 매체에서는 이 사진이나 유사한 사진이 발견된 바가 없으므로, 이는 <꽃 처녀>의 유일한 사진이다.

 

 

사진 설명에는 <꽃 처녀>라는 제목이 언급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같은 신문 같은 날짜의 일본어판의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 발표된 15개의 연목 중에서 1부의 3연목이 <하나 무스메(花娘)>이다. 이를 영문판에서 <플라워 걸(Flower Girl)>이라고 번역했다.

 

한자어나 중국어 문헌에는 <화낭(花娘)>'기생'이나 '창녀'라는 뜻으로 사용한 용례가 있지만, 일본어에는 그런 용례가 없다. 또 같은 공연에서 <기생춤>1부의 1연목으로 발표되었으므로 바로 2개 연목 다음에 상연된 <하나 무스메>가 기생을 가리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작품의 제목을 일본어 신문은 <하나 무스메(花娘)>, 영어 신문은 <플라워 걸(Flower Girl)>이라고 보도했지만, 1938210일 자 조선어 신문 <신한민보(2)>는 이 작품의 제목을 <농촌 처녀의 춤>이라고 붙이고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젼관 같은 머리에 자주 댕기를 드리우고, 머리에 수건을 쓰고, 노랑 저고리에 자주 깃, 자주 길동을 달아 입고, 꽃바구니를 들고 이들 저들로 뛰고 놀며 꽃을 따서 바구니에 담기도 하며 코로 냄새도 맞으면서 장래를 꿈꾸는 시골 처녀의 회상을 자아내는 춤이다."

 

이 해설과 사진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유일한 서술이 "노랑 저고리"이다. 사진 속의 저고리가 노란색과 같은 옅은 색깔이 아니라 짙은 색깔이기 때문이다. '길동'이란 '끝동'의 평안북도 사투리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가 평안도 출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신한민보 기사를 참고하면 <니치베이신문> 영문판의 <플라워 걸(Flower Girl)>과 일본어판의 <하나 무스메(花娘)>는 그 원래 한국어 제목이 <농촌 처녀의 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농촌 처녀의 춤>은 샌프란시스코 공연과 LA 공연에 이어 22일의 뉴욕 공연에서도 상연되었다. 뉴욕 길드 극장 공연 소식을 전한 1938223일 자 <동아일보(3)>는 이 작품을 <촌색시와 기차>라고 보도했고 <조선일보(2)><시골 처녀와 기차>라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어로 발행되었던 <조선 신문(2)>"뉴욕 21일발"이라고 출처를 밝힌 같은 기사에서 이 작품을 <이나카 무스메 도 기샤(田舍娘汽車, 전사낭과 기차)>라고 보도한 것을 조선어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 '이나카(田舍)''시골' 또는 '농촌'이라는 뜻이다.

 

최승희의 <농촌 처녀의 춤> 혹은 <시골 처녀와 기차>, <꽃 처녀>1938년의 미주 공연에서 초연되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승희는 1936922-24일의 제3회 도쿄 공연에서 <이나카 무스메 도 기샤(田舍娘汽車)>를 발표했었고, 이는 그해 106일의 시즈오카 공연과 11월의 홋카이도 순회공연에서도 상연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농촌 소녀의 춤>은 최승희가 경성에서 활동하던 시기인 1930331, 단성사에서 개최한 <창작무용 공연회>에서 초연되었다. 330일 자 <조선일보(5)><중외일보(3)>41일까지 3일간 열린 이 공연에서 <농촌 소녀의 춤>이 두 번째 연목으로 발표된다고 보도했었다. 이후 <농촌 소녀의 춤>1931110일의 제3회 경성 공연(단성사)193127일의 창작무용 발표회(경성공회당)에서도 상연된 것이 확인되었다.

 

다만 경성과 도쿄에서 발표된 <농촌 소녀의 춤>은 독무가 아니라 3인무였다. 경성 공연에서는 이정자(李貞子), 노재신(盧載信), 장계성(張桂星)이 발표했고, 도쿄 공연에서는 김민자(金敏子), 아라키 우타코(荒木歌子), 히라사와 키요코(平澤喜代子)가 상연했다.

 

세계 순회공연을 준비하면서 최승희는 3인무였던 <농촌 소녀의 춤>을 독무로 편곡했고, 이를 샌프란시스코와 LA과 뉴욕에서 <꽃 처녀>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것이다. (jc, 2025/12/26; 2026/4/11) 조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