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닥친 예술무용계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최승희의 전략을 4가지로 살펴보았다. (1) 사교댄스와는 거리를 두되, (2) 영화 출연 기회를 활용하고, (3) 레뷰와는 적극 교류하면서, (4) 예술무용 공연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이중 레뷰와의 교류는 스승 이시이 바쿠와 차이를 보였던 방안인데, 이것이 최승희의 위기 대응전략에서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술무용가로서의 홍보와 무용활동 지속을 위한 수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1935년 11월9-10일의 다카라즈카 대극장 공연과 야외무용 촬영대회로, 당시 23세였던 최승희는 자신과 연령대가 동일한 남성 대졸자 초임 연봉의 1.6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고, 그와함께 다카라즈카소녀가극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전국적인 명성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최승희 공연을 통해 다카라즈카소녀가극단도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얻었을 것이다. 창단자인 코바야시 이치조는 소녀가극단이 대중적 오락공연단에 머무르지 않고 그 예술성도 인정받기를 원했다. 소녀가극단원들이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도록 엄격히 교육하고 관리한 것이나, 일본내 최고 수준의 음악가들과 무용가들을 지휘나 연출, 강사로 초빙한 것이 그 때문이었다. 인기 상승 중인 예술무용가 최승희의 대극장 공연은 다카라즈카소녀가극단의 예술성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승희의 다카라즈카 대극장 공연은 레뷰계와의 형식적인 교류를 의미하지만, 공연의 내용까지 레뷰식으로 조정된 것은 아니었다. 다카라즈카 공연의 연목은 1935년 10월25일 아사히회관에서 진행되었던 오사카공연과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즉, 레뷰와의 교류가 그의 무용예술의 내용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교토와 나고야의 다카라즈카극장에서 열렸던 어트랙션 공연의 연목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1936년 1월11일자 <교토히노데신문(1면)>에 실린 최승희의 교토다카라즈카극장 공연의 광고에는 5곡의 연목이 다음과 같이 수록되어 있었다.
1. 민요조(民謠調, 朝鮮俗曲); 2. 금손가락춤(金の指の踊, グリゴル曲); 3. 습작(習作, 動きのシステム); 4. 어린날(幼き日, ボッケリニ曲); 5. 조선풍의듀엣(朝鮮風のデユエット, 朝鮮俗曲)
또 1936년 1월25일자 <나고야신문(8면)>에 실린 나고야다카라즈카극장 공연의 광고문에도 최승희 특별출연의 7개 연목이 다음과 같이 나열되어 있었다.
1. 희망을 안고서(希望を抱いて); 2. 금손가락춤; 3. 습작(동작의 시스팀); 4. 어린날(幼き日, 제1부); 5. 호니호로시(ホニホロ師, 角野錦生曲); 6. 어린날(幼き日, 제2부); 7. 조선풍의듀엣.
교토와 나고야 어트랙션 공연의 연목은 내용이 약간 다르지만, 모두 최승희가 창작한 예술무용작품들이다. 대개의 어트랙션 공연은 영화 상영과 상영 사이에 관객들을 즐겁게 하거나 추가적인 관객을 끌기 위해 준비되는, 가볍고 흥미위주의 공연이 대부분이었지만, 최승희는 어트랙션 공연을 위해서도 자신의 예술무용 작품을 상연했던 것이다.

희망을 안고서와 습작은 1934년 9월20일의 제1회 도쿄발표회(일본청년관)에서 초연되었고, 조선풍의 듀엣과 민요조와 금손가락춤, 호니호로시와 조선풍의 듀엣은 1935년 10월22일의 제2회 도쿄발표회(히비야공회당)에서 초연됐다. 어린날은 1935년 10월26일의 고베공연(야키요자)와 10월27일의 오카야마공연(오카야마극장)에서 상연된 바 있는 예술무용 작품이었다.
또 연목의 구성을 보면, 2작품(습작, 어린날)은 현대무용이지만, 2작품(민요조, 조선풍의 듀엣)은 조선무용, 그리고 일본풍 무용(호니호로시)와 중국풍 무용(금손가락춤)을 포함하고 있어서 공연 내용을 다양하고 균형적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음을 읽을 수 있다.

최승희는 레뷰계/영화계와 교류할 때도 공연 형식상의 교류에 머물렀을뿐, 공연의 내용의 면에서는 예술무용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했던 것이다. (jc, 202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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