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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2025길-홍범도

[유준2025길] 9. 남해의 꿈(2024)

2025<>전에 전시된 유준 화백의 담채 작품을 보면서 파란색의 마술사라고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다른 색에 기량이 덜하다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예컨대 그는 노란 색으로도 큰 효과를 냅니다. <남해의 꿈(2024)><(2024)>이 그런 예이죠. 또 그 두 점의 작품 사이에 낀 <응봉산의 봄(2024)>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의 <>전에 노랑이 두드러진 이 세 작품 나란히 걸린 것을 보면, 유준 화백이 고흐 못지 않게 노랑을 쓸 줄 아는 작가임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닌지 생각될 정도죠.

 

 

재밌는 것은 이번 <>전에 전시된 <남해의 꿈(2024)><(2024)>의 구도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사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같죠. 둘 다 바닷가 풍경인데 수평선은 화폭의 상단 3분의1지점에 형성되어 있고, 우하단의 직각삼각형 만큼 유채꽃밭으로 노랑입니다.

 

화폭을 9등분하면 좌중간에 고깃배가 출항하는 모습과 위치가 같고, 우중간 끝에 주택가, 그리고 유채꽃밭 한가운데의 푸른 나무 위치까지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남해의 꿈>의 유채꽃밭 너머에 방파제와 선착장이 그려진 반면, <>에서는 유채꽃밭 건너가 축대가 쌓여진 해안도로라는 점, 그리고 <남해의 꿈>에는 없는 등대가 <>에는 있다는 점, <남해의 꿈>에서는 육지 끝에 점점이 섬들이 흩어진 것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다도해라 불리는 남해의 꿈이기 때문일까요?

 

그러나 이런 디테일의 차이를 빼면 전체적인 구도는 똑같습니다. 그리고 구도 때문에 안정적이고, 노랑 때문에 따뜻한 그림이 된 것이죠. 따라서 이 그림들은 어디에 걸어도 그 공간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에서는 이 세 점을 제외하고는 노랑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유준 화백이 파랑을 편애하면서 노랑에 인색한 것이 아닌지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아직 봄이 오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유준 화백의 연례 개인전은 항상 1월에 열리기 때문입니다.

 

 

노랑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제가 처음 본 것은 2024<묵의 사유>전에 출품됐던 <우도의 봄(2003)>이었습니다. 그때는 화폭을 아래위로 양분해서 아랫쪽 절반이 유채밭이었습니다. 윗쪽은 다시 하늘과 바다가 수평으로 등분되었고, 그 중간에 우도에서 바라본 성산봉이 자리잡고 있었지요.

 

<우도의 봄>에서는 수평적이자 정적이었던 구도가 <남해의 꿈><>에서는 화폭을 사선으로 가로지른 해안선, 그리고 유채밭이 직사각형에서 삼각형 형태로 바뀌면서 조금은 더 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도의 봄>에 그려진 우도와 성산봉 사이의 조그만 어선은 정지해 있는 느낌이지만, <남해의 꿈><>의 어선조차 어항을 벗어나 바다로 나가는 운동성을 느끼게 해 줍니다.

 

유준 화백의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노랑 그림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연례 개인전이 열리는 1월말 2월초는 봄이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jc, 20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