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9월20일의 최승희의 도쿄데뷔 공연이 끝난 후, 이를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경성일보>였다. 도쿄의 신문들이 아니라 조선의 신문들이 먼저 보도한 것은 다소 뜻밖이다.
도쿄의 신문들이 최승희의 공연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일차적으로 무로토 태풍 때문이다. 일본 전역의 신문들이 태풍 무로토로 인한 피해상황을 보도하는 데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했다.
예컨대, 공연 다음날인 9월21일자 <도쿄아사히신문>은 조간1면은 물론 호외까지 발행하면서 간사이 지방의 태풍피해가 심각함을 보도했다. 이 신문의 태풍 피해는 9월22일 조간1면에 계속해서 보도됐고, 이날도 호외가 발행됐다.
최승희의 공연 소식이 바로 보도되지 못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다른 저명 무용가들의 공연이 우선적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1934년 9월21일과 22일자 <도쿄아사히신문>은 9월23-29일 히비야 공회당에서 열리는 사하로프 부처의 무용공연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성악가 우치모토 미노루(內本實, 1905-1985)의 독창회(9월21일, 히비야공회당)에 대한 기사와 광고가 크게 보도됐다. 그러나 최승희의 무용발표회는 기사화되지 않았다.
심지어 여배우 호소카와 치카코(細川ちか子, 1905-1976)가 신츠키지(新築地)극단을 탈퇴했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2단으로 보도됐지만, 최승희의 공연 소식은 보도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같은 보도 현황으로 보아 최승희의 데뷔공연이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추정되기도 했다. 도쿄가 무로토 태풍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나쁜 일기 속에서 관객이나 기자, 평론가들이 관심갖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의 경성에서 발행되는 <경성일보>는 매우 발빠른 보도를 보였다. 공연 다음날인 9월21일 문화면에 “제국의 수도를 매료시킨 최승희양(帝都を魅了の崔承喜孃!)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도했다.
“[도쿄전보] 조선이 낳은 유일한 여류무용가 최승희씨의 첫 작품 발표회는 무용의 가을을 맞아 가장 먼저 20일 오후 6시부터 일본청년관에서 개최되었다. 여러해 동안 이시이 바쿠씨의 문하에서 갈고 닦은 만큼 우아한 자태와 정교하고 치밀한 구상은 소슬한 가을비를 무릅쓰고 몰려든 많은 관중을 완전히 매료시켜, 약진하는 신무용계를 위해 큰 기운을 불어넣었다.
“프로그램 3부중 특히 제2부의 조선무용의 영산무, 검무, 춘앵무는 최승희양이 향토 예술의 신무용가로서 새로운 맛을 살리기 위한 시험적 시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삼의 앙코르에 만뢰의 박수를 받아 대성공을 거두고 10시 폐회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가을비를 무릅쓰고 몰려든 많은 관중” 덕분에 “약진하는 신무용계를 위한 큰 기운”을 불어넣었고, “재청, 재삼의 앙코르”가 이어지는 바람에 공연이 오후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이나 이어지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했다. 기사가 지적한 “가을비”가 사실은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대성공”은 더욱 값진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발표회가 4시간이나 계속됐다는 것도 뜻밖이다. 공연 내용이 16개 연목에 19개 작품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공연 시간은 통상적으로 2시간 남짓이 정상이다. 그런데 공연 시간이 예상보다 거의 2배에 가까웠다는 것은, 그만큼 공연의 열기가 뜨거웠다는 뜻이겠다.
<경성일보>는 또 “제2부의 조선무용”이 조선 향토 예술의 시험적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환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선무용 작품으로 [영상무]와 [검무]를 예로 든 것은 좋았으나 [춘앵무]는 이 공연에서 발표되지 않은 작품이므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성일보>는 어떻게 최승희의 공연 결과를 이렇게 신속하게 보도할 수 있었을까? 기사의 맨 처음에 명시된 대로 도쿄에서 경성으로 보내진 “전보” 덕분이었다. 경성의 최승희 팬들에게 공연 결과를 알리기 위해 신속한 수단을 동원했던 것이다. (jc, 20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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