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쿄1934공연

[도쿄1934공연] 19. 공연2부(7) <검무>

최승희 도쿄 데뷔공연 2부의 첫 번째 연목은 <검무()>인데, 이 공연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프로그램에는 <검무>가 다음과 같이 해설되었다.

 

7. 검무(), 타악기 반주, 최승희

원래의 검무(劍舞)는 신라시대의 미장(美將) '황창(黃昌)'의 영웅적 행위를 소재로 만들어진 용맹하고 웅장한 무용인데, 후대의 기생들이 춤을 추면서부터 매우 우장섬약(優長纖弱)한 동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저는 이것을 본래 검무의 의의로 되돌리려고 시도한 것입니다. (최승희).

 

 

<검무>에 대한 이 같은 설명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예컨대, 5년 뒤인 1939131일 파리의 살플레옐 극장 공연의 프로그램에도 <검무>가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다.

 

검무, (타악기 반주). 전래의 기사정신은 조금씩 조금씩 사그러들었다. 기생들의 춤이 이를 표현했지만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최승희의 춤이 활기를 불어넣어 그 정신을 되살렸다. (Danse de l'Epée... (accompagnée par percussion). L'esprit chevaleresque d'un guerrier de jadis se perd, peu à peu. Les courtisanes dansent pour l'évoquer, mais il n'est plus ce qu'il était. Sai Shoki exalte et anime cet esprit.)

 

 

요컨대, <검무>가 원래 웅장하고 용맹한 춤이었는데, 조선 기생들이 추면서 우아하지만 느리고 섬세하지만 유약한(優長纖弱)한 춤으로 변했기 때문에, 최승희가 이를 본래의 모습으로 복구시켰다는 것이다. 최승희는 어떻게” <검무>를 복구했을까?

 

그는 체험과 연구의 두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체험이란 최승희가 경성시절 지방공연을 다니면서 각 지역의 의례 및 민속무용을 배운 것을 가리킨다. 유명한 춤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시간과 거리를 개의치 않고 가서 배웠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도쿄를 방문한 한성준을 찾아가 그의 조선춤을 2주일 동안 사사한 적이 있었다.

 

 

또 다른 방법은 조선의 문헌에 나타난 춤 관련 서술의 연구였다. 한문에 밝았던 남편 안막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19335<여류무용대회>에서 발표한 <에헤야 노아라>가 성공을 거두자 최승희는 또 다른 조선무용의 안무에 돌입했는데, 안막이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경상도 인물조의 황창(黃昌)의 고사를 찾아냈고, 거기에서 <검무>의 모티브를 끌어냈다.

 

황창의 검무가 백제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백제왕을 살해하기에 이를 만큼 호전적인 것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에 안막은 정약용의 시선집에 실린 <무검편증미인>에서 검무에 대한 기록을 찾아 최승희에게 읽어주었다. 이에 대해 최승희는 1961620일자 <문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이 시는 그 동작묘사에서 얼마나 선명하고 생동한가? 이 시를 읽으면 칼춤을 모르는 사람도 칼춤을 만들 수 있고 칼춤을 출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정약용의 <검무>는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주조였기 때문에, 황창 검무의 장엄하고 용맹함을 복원하려면 또 다른 영감이 필요했다. 이에 안막은 이덕무와 박제가가 편찬한 <무예도보통지><무예도>를 찾아냈다. 여기에는 무기를 다루는 동작이 비유법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예컨대 용이 바다에서 뛰어오르는 기세라거나 붉은 봉새가 날개를 펼치는 기세혹은 엎드린 호랑이의 기세로 일격을 가하는 형세등의 서술이 그것이었다. 이런 기록은 동작을 직설법이 아니라 비유법으로 설명한 것이지만, 최승희는 이런 비유적 서술을 통해 오히려 더 생생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 최승희는 직선적이고 폭이 큰 춤사위와 발산적인 힘의 분출, 사지의 예리한 뻗침과 탁탁 끊기는 춤사위가 두드러진 <검무>를 안무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검무>는 세계순회공연(1938-1940) 중에 유럽과 미국, 중남미 각국에서 상연됐고, 19441월 도쿄 데이고쿠 극장에서 열렸던 <최승희 독무공연>에서도 상연된 것이 확인되었다.

 

 

<검무>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상연된 최승희의 대표작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jc, 2024/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