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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1934공연

[도쿄1934공연] 9. 대일본연합청년단

일본에는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에도 지역마다 청년단이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었으나, 이때는 주로 청년들의 자기개발과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봉사단체였다.

 

 

1920년대 초 메이지 신궁이 조성될 때 일본청년단도 기금과 노력봉사로 참여했는데, 이에 대해 당시 황태자(=쇼와 텐노)가 감사의 뜻을 전하자, 이들은 그의 뜻을 받들어 1925년 전국의 청년단을 한데 조직한 대일본연합청년단을 결성했다. 1928년 회원 수는 3백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신궁외원에 일본청년관을 건축하기로 결의하고, 전국의 청년단원들이 11엔씩 모금하여 그 비용을 충당했다. 마침내 192510월 일본청년관이 완공되어, 문화예술단체들의 공연극장으로 널리 활용되었고, 최승희도 이곳에서 데뷔 공연을 가졌던 것이다.

 

 

일본청년단은 원래 봉사단체였으나 일제 군국주의가 발흥하면서 급속히 관변단체로 변질됐다. 일제가 1931년 일제가 만주를 침략하고,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군국주의의 하부조직으로 재편된 것이다. 중일전쟁이 지속되고 1941년에는 태평양전쟁까지 일으키면서, 일제는 대일본연합청년단을 병력충당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했다.

 

관변단체로 변질된 대일본연합청년단은 일본뿐 아니라 조선과 만주, 타이완과 몽골 등의 점령지에도 조직을 강요했다. 조선의 경우 1929년에 경성연합청년단을 주축으로 조선연합청년단이 결성됐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선의 연합청년단도 총독부의 관변단체로 기능했다.

 

 

1936년 미나미 지로(南次郎)7대 조선총독으로 파견되면서 조선연합청년단의 조직이 가속되었는데, 19392월에는 조선연합청년단을 대일본연합청년단의 산하단체로 가입시켰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선 청년들을 징병하기 위한 통제정책의 일환이었다. 조선연합청년단의 단장은 조선총독부의 학무국장인 시오바라 토키사부로(鹽原時三郞)였다.

 

조선총독부는 1939916-17일 대일본연합청년단 제15회 대회를 경성에 유치하면서, 여기에 중국과 만주, 몽골과 타이완의 연합청년단도 초청, 경성 부민관에서 옥내행사, 경성운동장에서 옥외행사를 가진 후 남산의 조선신궁에 참배하는 일정을 준비했다.

 

 

이때 총독부는 인왕산 암벽에 동아청년단결이라는 거대한 글자를 새겼다. 193992일자 <조선일보>에는 “917일 오후3시 인왕산에 일만지몽강 청년대표 및 관계역원이 참렬시행한다고 보도했는데, 이들은 인왕산에 모여 병풍바위 암벽에 거대한 글자를 새기기로 한 것이다.

 

 

인왕산 병풍바위에 새겨진 동아청년단결(東亞靑年團結)”이라는 글씨는 미나미 지로 총독의 글씨를 확대한 것인데, 글자들을 새기는 작업은 1940315일부터 1031일까지 계속됐다.

 

일제가 패망하고 조선이 해방된 후에 이 보기 흉한 일제의 잔재를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1950225일자 <조선일보>일제가 인왕산 절벽 암반 위에 새겨놓은 글을 82만원 들여 삭제하는 공사를 추진 중인데 3월말까지는 끝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도 남산 쪽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면, 병풍바위에 거대한 글씨가 새겨졌다가 뭉개진 흔적을 볼 수 있다. 각 글자를 식별할 수는 없지만, 거칠게 지워진 흔적과 풍상에 마모된 자국들이 확인된다. 자세히 보면 소화14이라든가 학무국장이라는 글자는 식별이 되기도 한다.

 

 

일제 패망 후 대일본연합청년단은 재건되었으나 이름을 일본청년단협의회로 바꿨다. 홈페이지에는 이 단체의 설립연도를 1951년으로 설정, 전신인 대일본연합청년단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체가 발행하는 신문 이름은 2018년까지 <일본청년단신문>이었고, 이후 <Youth Post>라는 영문제목으로 바뀌었지만 작은 글씨로 <일본청년단신문>임을 밝히고 있다. 대일본연합청년단 시절의 맥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제 군국주의는 순수한 청년 봉사단체를 관변단체로 변질시켰고, 주변국의 평화를 어지럽혔을 뿐 아니라, 각국의 청년들을 전쟁터로 몰아가는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이 같은 역사는 기억해야 하며,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jc, 2024/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