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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주도2024취재

[간호주도2024취재] 7. 취재를 도와주신 분들

일본 취재에서 돌아온 지 3일째입니다. 잘 쉬고 있습니다. 3주일의 취재가 강행군이었는지 체력이 감당할 수준이 넘었습니다. 입술도 터지고 시도 때도 없이 꼬박꼬박 졸고 있습니다. 사흘쯤 지나니까 왠만큼 추스려진 것 같아서 취재기도 쓰고 출장 보고를 드리러 다니려고요.

 

취재기를 쓰기 시작하려는데 우선 감사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번에도 취재 갈 형편이 아니었는데, 한국과 일본의 여러 후원자 분들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박성환 선생님께서 항공료와 호텔비, JR패스까지 포함한 일체의 비용을 지원해 주셨고, 일본 <팀아이> 선생님들께서 일본 체재 동안의 활동비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자료복사비도 부족함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세상에 종이에 복사해 온다는 게 이상한 방식이긴 하죠. 다운로드하면 무거운 종이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지만, 일본 사정이 그렇습니다.

 

일본 <팀아이> 회원분들이 후원금을 넣어주신 봉투에 "뜻 지()"자를 써 주신 것이 마음을 더욱 다잡게 합니다. 이런 후원금은 액면가보다 몇십 배, 몇백 배 가치있는 돈이므로 진짜 아껴 썼습니다. 사진은 남은 돈입니다. 귀국하면서 환전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갈 때 쓰려고...^^

 

 

작년 11월의 도호쿠 조사 때에도 이원영, 박인호 선생의 실탄 후원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릅니다. 이원영 선생이 항공료, 박인호 선생이 JR패스를 끊어주셨으니까요. 덕분에 아오모리에서 후쿠야마까지 폭넓게 조사할 수 있었고, 60회에 달하는 취재기를 쓸 수 있었지요. 원고지로 600매에 해당하는 기록인데, 취재기 자체는 그다지 밀도 있는 글은 아니지만, 최승희 평전을 쓸 때에 소중한 밑바탕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자료도 마찬가지이고요.

 

이같은 후원과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 저도 열심히 했습니다. 여행 가방 가득 자료를 수집해 왔는데, 오사카와 고베와 다카라즈카, 그리고 호쿠리쿠에서 새로 발굴된 자료도 꽤 됩니다.

 

 

그중에는 (1) 이시이 바쿠가 신무용으로 관객들의 첫 호응을 받은 것이 오사카였다는 점, (2) 최승희 선생의 일본 초공연이 19266월 도쿄가 아니라 그보다 열흘 전의 오사카였다는 점, (3) 이 공연을 앞두고 최승희 선생이 만14(+5개월)의 나이에, 무용을 시작한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일본 유력 일간지 <오사카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를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최승희 선생은 이시이 바쿠 문하에서 독립하자마자 1935년 말 호쿠리쿠의 쓰루가, 후쿠이, 카네자와에서 공연한 바 있고, 1928년에는 이시이 무용단의 일원으로 토야마에서 공연했었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이 자료들은 먼저 취재기에 사용되고, 후일 최승희 평전에도 포함될 것입니다.

 

 

최승희 공연 관련자료의 수집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이 일본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효고조선관계연구회> 창립40주년 기념식과 <청구문고> 세미나에 참석해 만난 연구자들, 그리고 <팀아이><코끼리회><99%>에서 일해 오신 활동가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학술운동과 시민운동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세대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적대국 선언으로 미묘하게 달라진 재일동포 사회의 분위기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동요도 없고, 이전과 별반 다름없어 보이지만, 동포 활동가들의 설명을 통해, 실제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전개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아직 때 이른 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찰과 해설은 <무용신>의 이후 활동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이제 입술도 아물고, 팔뚝과 등짝의 통증도 없어졌으므로, 다시 여기저기 다녀보겠습니다. 여러 자매단체와 강릉과 나주의 동료들에게도 취재보고를 드리고 협조를 요청하려고 합니다.

 

이번 취재를 지원하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jc, 2024/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