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취재기의 일본어 번역문은 https://jc-saishoki.tistory.com/34에 있습니다.]
정홍영 선생의 <가극 도시의 또 다른 역사: 다카라즈카와 조선인(1997, 17쪽)>에는 1914년 고베수도공사 중에 사망한 김병순(金炳順), 남익삼(南益三), 장장수(張長守)씨의 매장인허증 사본이 사진으로 수록돼 있다. 하지만 3장의 매장인허증이 겹쳐져 있기 때문에 각 사람의 기록을 볼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같은 사정을 알게 된 곤도 도미오 선생은 자신이 보관 중인 매장인허증 사본을 사진 찍어 보내주셨다. 훨씬 선명해진 매장인허증 사본을 꼼꼼이 살피면서 3인의 연고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어로 된 김병순씨의 매장인허증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인허증, 제4호,
본적지, 조선 강원도 강릉군 북일리(北一里) 대천동(大天洞)
(주소) 가와베군(川邊郡) 니시타니촌(西谷村) 내 타마세촌(玉瀨村) (번지수/호수 없음)
(성명) 김병순(金炳順), (생일) 1883년 5월19일
위 사람의 매장을 허가함, 단 1914년 8월3일 오후2시 이후에 시행해야 함
1914년 8월3일, 카와베군 니시타니 촌장 다츠미 류이치 (도장)”
김병순씨의 매장인허증이 제4호라는 것은 1914년 니시타니촌에서 사망해 매장된 4번째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정홍영 선생의 조사에 따르면 그해 니시타니촌 사망자는 15명이며, 그중 타지방 출신인이 10명이었다. 김병순씨는 10명의 외지출신 사망자 중의 한명이었던 것이다.
남익삼, 장장수의 매장인허증에 비해 김병순씨의 기록은 분명했다. 그의 생년월일은 1883년 5월19일이었으므로 사망 당시의 나이는 31세였다. 최종 주소지는 가와베군 니시타니촌의 타마세였다. 번지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노동자 합숙소(=함바)가 그의 마지막 주소였을 것이다.
그의 조선 본적지 주소도 뚜렷했다. <강원도 강릉군 북일리 대천동>이라고 되어 있다. 1914년 8월3일에 작성된 이 주소를 오늘날의 주소로 바꾸면 김병순씨의 연고지를 찾을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1914년 이래 강원도 강릉군의 행정구역이 많이 변했다. 1914년 4월1일 부터 강릉군의 북1리면과 북2리면, 그리고 남1리면이 합쳐져서 군내면(郡內面)이 되었고, 해방후 1955년 9월1일의 행정구역 개편 때 군내면은 강릉시의 포남동(浦南洞)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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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남은 ‘경포 남쪽 마을’ 이란 뜻인데, 이 지역의 옛이름인 〈보래미〉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어원은 ‘보다(見)+남(南)’의 합성어라고 한다. 어원대로 하면 <보람이>가 되어야 하겠지만 강릉 방언 발음으로 <보래미>가 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포남동 일대에 구획정리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인구밀도가 급속히 증가했고, 이에 따라 1995년 3월2일의 행정구역 정리 과정에서 포남1동과 포남2동으로 분리되었다. 2019년 현재 포남동의 인구는 3만 정도이고, 이 지역은 강릉시의 도심이자 상권의 중심지이다.
매장인허증의 본적지 주소 마지막의 ‘대천리’는 ‘대창리’의 잘못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지도3(1884년)>에는 강릉지역에 ‘북일리면’과 ‘대창역’이 기록되어 있다. 이를 오늘날의 지도로 옮기면 북일리면은 대략 오늘날의 ‘포남동’, 대창역은 ‘교동’과 ‘중앙동’과 ‘옥천동’에 해당할 것이다.
이 지역에 통일신라시대의 거대한 당간지주가 남아 있으며 그 공식 명칭이 <강릉 대창리 당간지주>이다. 당간지주의 오늘날 주소가 ‘강릉시 옥천동 334번지’이지만 이는 교동과 매우 가까우며,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까지도 교동과 옥천동은 모두 대창리로 불렸다.
이렇게 해서 김병순씨의 연고지 ‘강릉군 북일리면 대천동’은 오늘날의 ‘강릉시 포남동과 교동’으로 특정화될 수 있었다. (jc, 202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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