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취재기의 일본어 번역문은 https://jc-saishoki.tistory.com/31에 있습니다.]
다음은 정세화 선생이 고베중앙도서관에서 찾아내신 1929년 3월28일자 <고베유신일보>의 기사 전문이다. 이 기사도 역시 정홍영 선생의 저서 자료편에 스크랩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카라즈카와 조선인> 제1부 2장의 내용으로 미루어 이 기사는 <고베신문>의 기사와 함께 가장 많이 참조된 기초자료인 것으로 보인다.
<고베유신일보, 1929년 3월28일자>
(제목과 소제목)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네 명이 즉석에서 사상/ 뇌관을 모닥불로 건조시키려다/ 나가오산 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사고
(기사 본문) “26일 오전 8시경 가와베군 니시타니촌 키리하타 나가오산 제6호 터널 입구(간자키 기점 15마일 동쪽)에서 전선 후쿠치산선 개수공사에 종사 중이던 조선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면 출신의 조선인 윤길문(21), 윤일선(25), 오이근(25), 김시선(19) 4명이 암석 폭파 작업 중 다이너마이트가 빙결되어 폭발하지 않기에 모닥불을 피워 다이너마이트의 뇌관을 건조하려 하였는데,
“실수로 뇌관에서 인화했으므로 순식간에 굉연한 음향과 함께 다수의 다이너마이트는 폭발하고 옆에서 불을 쬐고 있던 윤길문은 무참히 전신을 파르르 분쇄되어 살점이 주변에 흩어지는 형상을 보였고 오이근은 왼쪽 다리를 뜯겨 피에 스며들었으며, 윤일선은 왼손에 중상을 입었으며, 김시선 만은 몸에 몇 군데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김씨의 비명과 폭음에 놀란 사람들은 직접 현장으로 뛰어가 피에 물든 윤일선과 오이근의 두 명을 이케다마치의 회생병원에 맡겼으나 오이근은 같은 날 11시쯤 사망했다.
“다이너마이트의 뇌관을 모닥불에 건조시키는 등의 무모함에 현 당국도 놀라고 있지만, 무지한 선인에게 위험한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문제이고, 또 폭발한 다이너마이트의 폭발력도 너무 크므로, 남아 있는 다이너마이트에 대해서, 28일 아침 현 보안과 기사의 손으로 폭발성능시험을 실시할 것이다.”
<고베유신일보>의 기사가 <고베신문>과 다른 점은 4가지였다. 첫째, <고베신문>은 사고 발생 시간을 밝히지 않았으나 <고베유신일보>는 26일 아침 8시경이라고 보도했다. 둘째, <고베신문>은 피해자를 5명으로 보도했으나 <고베유신일보>는 4명으로 보도했다. 사망자는 윤길문, 오이근씨의 2사람으로 공통되지만, <고베유신일보>는 오이목씨를 부상자에서 제외했다.
셋째, <고베신문>은 윤일선의 아내를 여시선(19)이라고 보도한 반면, <고베유신일보>는 윤일선의 아내라는 언급 없이 김시선(19)으로 보도했다. 나이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서로 다른 인물이 아닌 듯 하며 두 기사 중의 하나가 성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쇠 금(金)’자와 ‘나 여(余)’자가 비슷하게 보여서 발생한 실수가 아닌가 싶다. 넷째, <고베신문>이 피해자들의 한반도 내 연고지를 ‘경상남도’로만 보도한 반면 <고베유신일보>는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면”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같은 차이점을 제외하고 두 신문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고 당시의 피해상을 그려볼 수 있다. 10개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윤길문(21)씨는 장기가 노출되고 살점이 흩어질 만큼 온몸이 파열되어 현장에서 즉사했고, 오이근씨는 왼쪽 다리가 절단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3시간 후에 사망했다. 윤일선씨는 대퇴부와 왼손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목숨은 건졌고, 그의 아내 여일선(혹은 김일선)씨는 얼굴과 몸의 몇 군데에 찰과상을 입었다. 오이목씨도 폭발의 충격으로 여러 간을 튕겨나갔으나 타박상이나 찰과상 정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기사를 읽으면서 상상하게 되는 사고 현장의 모습이 끔찍하기는 했지만, 순직자들의 연고지를 밝혀내고 친족 등의 연고자를 찾아야 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고향이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면”이라고 밝혀준 <고베유신일보>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jc, 2021/5/3)
[이 취재기의 일본어 번역문은 https://jc-saishoki.tistory.com/31에 있습니다.]
'조선인 추도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17-4. 정홍영 선생의 추가 탐문 조사 (0) | 2024.03.14 |
---|---|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17-3.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고 <아사히신문> 보도 (0) | 2024.03.14 |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17-0. 경남 고성, 조선인 희생자들의 고향 (0) | 2024.03.14 |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16. 4개의 신문기사와 3장의 매장인허증 (0) | 2024.03.14 |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15. 외국인시민 문화교류협회와 목련회 (0) | 2024.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