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의 공연 일정과 여행 동선, 홍보 내용 등의 공연기획에는 남편 안막이 매니저로서 깊이 관여했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안막의 매니저 역할은 당대의 문화예술계나 언론계 인사들에 의해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예컨대 1977년 일본 잡지 <그래피케이션>의 7월호 “최승희 특집”에는 대담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대담에는 1930년대의 평론가 미츠요시 나츠야(光吉夏弥, 1904-1989)와 언론인 겸 평론가 오자키 코지(尾崎宏次, 1914-1999)가 참석했다.
1929년 게이오대학(慶應義塾大学)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30년대 이래 아동문학과 사진, 무용 부문의 평론가와 저자로 활약했던 미츠요시 나츠야는 자신이 “안막씨를 만난 것은 외국에서 돌아온 뒤”였다면서 “그 즈음 그는 일류 흥행사라고 할까, 임프레사리오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막이 “(세계 순회공연에서) 돌아와서 간사이라든지 시즈오카 부근까지 여러 가지로 흥행”하면서 “시즈오카에는 중학교, 여학교가 어느 정도 있고, 고등학교가 어떻다든지, 말하자면 관객 동원의 데이터를 죄다 조사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1937년 도쿄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미야코신문(지금의 도쿄신문)>에 입사, 평론가로 일하기 시작했던 오자키 코지도 “최승희를 처음보고 난 이후 그의 춤이 독립해 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디어도 그랬고. 한마디로 어엿한 한 사람의 몫이 되어가는 것이었다. 그때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안막이었다는 것이다.
오자키 코지는 또 “내 형이 와세다의 러시아 문학 전공이었기 때문에 안막 씨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빌미로 안막 씨와 가까워지려고 했었지만 그것도 불가. 결국 안막 씨가 우리 신문기자 앞에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유럽 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제국호텔의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때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4년 12월에는 최승희 평전의 저자 다카시마 유사부로(高嶋雄三郞, 1911-1993)와 정병호(鄭昞浩, 1927-2011)가 대담을 가졌고, 그 전문은 두 사람이 공동으로 편집한 사진자료집 <세기의 미인무용가 최승희(1994)>에 실렸다.
다카시마 유사부로는 호세이(法政)대학 일본문학과를 졸업하고 토호(東宝)극장 문예부와 일극(日劇) 무대감독, 토호교토촬영소의 연출부 등에 근무하면서 연극과 영화인으로 활동한 바 있고, 1930년대 후반부터는 <중앙공론(中央公論)>의 편집부 기자로 오래 활동하면서 안막-최승희 부부와는 각별한 관계를 쌓았었다.
안막은, 언론에 보도되면 자신들의 안위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세계순회공연 자료를 다카시마 유사부로와 공유하기도 했을 만큼 이들 사이의 신뢰는 막역했다. 다카시마 유사부로는 최초의 단행본 평전 <최승희(1959)>를 출판함으로 안막과 최승희의 신뢰에 보답한 바 있었다.
정병호와의 대담에서 다카시마 유사부로는 “안막 씨를 만난 것은 그녀의 무용 방향을 잡는 데 결정적인 일”이었으며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은 그야말로 운명적이라고 해도 좋다. 최승희 씨의 능력을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팔기 시작한 것도 안막 씨였다”고 말했다.
다카시마 유사부로는 또 “안막 씨는 머리도 좋고 센스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단호하다고 할까, 배짱이 있다. 세 박자를 갖춘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였다”면서, “흥행적으로도 요즘 말로 미리 시장조사를 제대로 준비해서 공연을 했다”고 미츠요시 나츠야의 의견에 동의했다.
미츠요시 나츠야와 오자키 코지, 다카시마 유사부로는 모두 1930-40년대에 일본의 문화예술계에서 언론인과 평론가로 일하면서 최승희의 무용활동을 가깝게 취재하거나 평론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안막의 매니저이자 흥행사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이들의 증언만 참고하더라도, 최승희의 공연활동에서 안막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jc,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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