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의 러시아 이름은 ‘프리모르스키 크라이(Примо́рский край)’입니다. 직역하면 ‘바닷가 끝’이라는 뜻이니까, 한자어로 ‘연해주(沿海州)’로 번역한 것이 틀린 말은 아니죠. 다만 러시아인과 소통할 때는 ‘프리모르스키 크라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1860년까지는 만주보다 더 바깥쪽이라고 해서 외만주(外滿洲)라고 불렸고, 당시에는 중국의 영토였습니다. 중국이 2차 아편전쟁(1856-1860)을 겪는 혼란 통에 러시아는 청나라에 아이훈 조약(1858)을 강요, 스타노보이 산맥과 아무르강(=헤이룽강) 사이의 영토를 빼앗았습니다.
이 조약으로 중국은 외만주에서 유일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경작지 약 60만Km2나 러시아에 이양했습니다. 한반도 면적의 약 3배입니다. 억울한 중국이 아이훈조약을 뒤집으려 하자, 러시아는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를 더욱 압박, 베이징 조약(1860)으로 연해주도 빼앗았습니다. 연해주의 면적은 16만Km2로 대한민국(10만Km2)의 1.6배에 달합니다.
블라디보스톡(Владивосто́к)은 연해주 군사, 행정, 상업, 문화적 중심지입니다. 러시아가 청나라로부터 연해주를 이양받자마자 1860년 7월2일 군사기지를 설치하면서 시작된 도시로, ‘동방(восток)을 지배하다(владь)’는 뜻입니다. 생일이 있는 도시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중국 영토 시절 블라디보스톡 인근지역은 하이센와이(海參崴)라고 불렀습니다. 이 지역의 바다에서 해삼이 많이 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연해주가 러시아로 넘어간 다음에도 조선에서는 블라디보스톡을 ‘해삼위’라고 불렀습니다.
블라디보스톡(인구 60.3만명)은 연해주 최대도시이자, 하바롭스크(인구60.7만명)와 함께 러시아 극동의 양대 도시이지만, 오늘날 고려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우수리스크(Уссурийск)입니다. 고려인 인구는 블라디보스톡가 약5천명, 우수리스크가 약 2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우수리스크에서는 발해식 고성터가 발굴되었고, 이곳에서 튀르크어로 ‘쉬르빈’이라고 발음되는 글이 새겨진 유물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발해왕국(698-1116)의 15개 중심도시의 하나인 솔빈부(率賓府)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근대에 우수리스크는 교통의 요지로 발전했는데,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된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우수리스크에서 만주횡단철도와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우수리스크는 그 이름과는 달리 우수리(Уссури) 강변 도시는 아닙니다. 우수리 강과는 14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이름이 붙은 데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청나라로부터 연해주를 이양 받은 지 6년 후인 1866년 이곳에 정착지가 형성되고 니콜스코예(Нико́льское)라고 불렸습니다. 기독교 성인 니콜라스의 이름을 땄다는 말도 있고, 니콜라스 황제의 이름을 땄다는 말도 있습니다. 둘 다 맞을 겁니다.
교통의 요지라는 지리적 장점 때문에 도시는 급속히 성장했고, 1898년 시로 승격되면서 이름이 니콜스크-우수리스키(Нико́льск-Уссури́йский)로 변경됐습니다. 니콜스크-우수리스키는 1935년 스탈린의 측근의 이름을 따라 보로쉴로프(Ворошилов)로 개명되었다가, 1957년 스탈린이 죽고 보로쉴로프도 실각하자, 권력에 오른 후루시초프에 의해 다시 우수리스크로 되돌려졌습니다. 고려인들이 강제이주를 당했을 때 이곳의 이름은 보로쉴로프였던 것이지요.
우수리스크는 최재형 선생의 활동 근거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함경도 출신으로 탁월한 비즈니스 수완으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 최재형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그 재산을 모두 독립운동과 동포권익운동에 사용했습니다. 그 때문에 동포들의 칭송이 자자했는데, 1907년 우수리스크를 방문한 안중근이 “집집마다 최재형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고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최재형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후원했고, 그가 일제가 아닌 러시아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일제가 안중근 의사를 처형하자 최재형 선생은 그의 가족들을 거두어 돌보아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최재형 선생은 1920년 시베리아의 일본인 보호를 이유로 진주한 일본군에게 사살되었습니다. (jc,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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