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의 경제,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국을 봉쇄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때, 러시아가 등장합니다. 미국은 미소 냉전에서 승리한 이후 러시아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때 세계적 패권국가였던 러시아가 그리 만만할 리가 없지요. 썩어도 준치라는 말도 있으니까...
미국의 압력으로 아직은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에서 미국에 열등한 중국으로서는 누구의 도움에라도 손을 내밀 것은 뻔한 일입니다. 동아시아에서 평화가 교란되는 것을 억지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압력이 커질수록 여기에 균형을 잡아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러시아는 2016년 중국에 S-400 미사일과 레이더를 판매한 바 있습니다. S-400 미사일은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이 있습니다. 둥펑-21D가 미항공모함을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등장한 한편, S-400 미사일은 미국의 핵잠수함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미국의 공해전투 전략의 무력화입니다.
S-400미사일의 레이다는 최대 담지거리가 700Km이므로 한반도 전역이 그 탐지거리 안에 들어갑니다. 한반도와 중국연안에서 발사되는 미군의 어떤 미사일도 요격됩니다. 러시아는 이렇게 간단한 무기판매로 중국과 미국 사이의 전력 차이를 좁혀버린 것이지요.
그보다 심각한 것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입니다. 남문희 선생의 지적에 따르면, 러시아는 영토 안에서 가장 먼 극동지역의 안정과 평화가 절대적인 관건입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싸고 불안이 조성되면, 러시아는 당장 국내외의 위협으로 느낍니다. 따라서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이 깨지면 이를 복원하려는 쪽으로 조치를 취합니다. 이는 대체로 무기 판매나 기술 협력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미국은 2022년 북한이 화성18호를 발사한 직후 극도로 긴장합니다. 북한은 화성15호와 17호 등을 꾸준히 개발해 왔지만, 이는 실전에 그다지 소용이 없는 미사일입니다. 연로가 액체연료이기 때문입니다. 이 미사일들은 발사대 이동과 연료 주입에 약 3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그 움직임은 곧 탐지 레이다에 포착되고, 이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화성18호는 연료가 고체연료이고, 발사대 이동에서 발사까지의 시간이 극히 짧습니다. 탐지 레이다에 걸리지 않고 발사가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게다가 화성18호의 사거리는 6,600Km에 달합니다.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이 유효사정권이라는 말입니다.
북한은 화성18호 개발을 위한 기술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어느 시점에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기술을 북한에 전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12월18일 고체연료를 테스트했고, 올해 4월과 7월에 두 단계에 걸쳐 화성18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첨단 무기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중국과 북한에 판매하거나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상대적으로 약화시켜온 것이지요.
북한은 러시아의 무기 기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된 후, 북한은 핵무기의 고도화와 전술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러시아는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고체연료 기술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한반도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전술핵 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받은 충격이 큽니다. 대리전 형태의 국지전이 장기화되면 경제상황이 열악한 북한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빠르게, 나라가 파탄날 것을 우려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전쟁에 휘말리지 않아야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빠른 속도로 끝내야 한다는 판단일 것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미국 본토 타격능력(전략핵)과 한반도내 외세 개입을 금지할 능력(전술핵)을 갖추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한반도 상황을 극적으로 바꿔 놓습니다. 이제 북한이 한반도 안에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jc, 20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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