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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47. 도리키조쿠

도리키조쿠(鳥貴族)는 코베 역 인근의 야키도리(), 즉 닭구이 가게입니다. 한국처럼 통닭구이나 주먹만한 크기로 잘라서 구워내는 닭요리가 아니라, 한입 크기로 잘게 잘라서 꼬치에 꿰어 구운 닭고기입니다. 그리고 야키도리는 숯불에 굽는 것이 원칙이라는군요.

 

 

오사카와 고베, 교토 등의 간사이 지역에 체인점을 내고 있는 <도리키조쿠>의 이름은 닭 귀족이라는 뜻이네요. 손님을 귀족으로 모시겠다는 영업방침을 담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귀족 제도가 남아 있는 일본에서는 이런 이름이 좋은 이미지를 주는지 모르겠으나, 대한제국 시기이건 일제강점기건, 조선의 귀족들이 개판을 쳤던 것 때문에, 저 같은 한국인에게는 귀족이라는 이름이 그다지 좋은 인상으로 다가오지는 않네요.

 

그런데 이집 닭고기는 무척 맛있습니다. 구울 때 어떤 소스를 쓰는지 몰라도,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도 육질이 퍽퍽하지 않아서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나마비루(=생맥주)는 산토리 생맥주를 제공하는군요. 나마비루는 역시 아사히보다 산토리가 더 좋습니다. (다만 하이볼은 다릅니다. 저는 산토리 하이볼보다는 다카라 하이볼을 더 좋아합니다.^^)

 

 

<청구문고> 세미나가 끝나면 이 <도리키조쿠>에 모여서 2차를 하는 게 관행입니다. 지난 5<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을 때도 애프터 자리는 <도리키조쿠>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츠카사키 선생께서 제 최승희 조사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깊은 관심과 좋은 말씀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어 안타깝고 서운합니다.

 

이날 애프터 자리도 무척 좋습니다. 대개는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선배들이시고, 저는 거의 막내 급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질문을 할 때나 비판을 할 때도 목소리는 매우 친근합니다. 게다가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저를 위해서 일본인 학자들이 떠듬떠듬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시는 걸 보고 약간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미즈노 나오키 선생은 한국어를 아주 잘하시더군요. 이날 세미나 자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질의와 토론 시간에 능숙한 한국어로 질문도 하시고 자신의 의견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미즈노 나오키 선생 못지않게 한국어 실력이 좋으신 분이 호리우치 미노루 선생이십니다. 이날 제 발표를 통역해 주실 정도였으니까요. 원래 통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작할 때까지도 통역자가 배정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처럼 그냥 한국어로 혼자 떠들어야 하나보다, 하고 있는데, 호리우치 선생께서 자연스럽게 통역을 시작하시는 겁니다.

 

통역이 있을 때는 발표자가 통역자의 편의를 위해 발표를 단문으로 짧게짧게 끊어드려야 합니다. 일본어를 못하는 대신 일본 여기저기 다니면서 통역의 도움을 받아본 저로서는, 그런 요령에는 익숙한 편입니다. 이날 저는 호리우치 선생과 환상의 콤비를 이루면서 발표를 마쳤습니다.

 

제게 할당된 시간이 1시간 반이었는데 통역을 포함해 발표를 40분 정도에 끝냈고, 그 뒤로 약 1시간동안 질의와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다음 발표자이신 마츠시타 요시히로 선생이 약간 기다리셔야 했습니다. 제 발표문에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셔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토론은 <도리키조쿠>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미즈노 선생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 것을 평가하시면서도 중국 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중국, 특히 연변대학에 소장된 자료를 더 참고해서 내용을 보강하겠다고 말씀드렸고, 미즈노 선생님은 자신이 가진 중국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셨습니다.^^)

 

히다 선생은 조 선생이 일 년에 2번은 <청구문고>에서 발표하라는 명령^^하셨고,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말씀이 나온 김에 내년 3월에는 최승희의 마르세유 공연을 발표하겠다고 주제까지 정해드렸습니다.

 

발표와 애프터가 모두 만족스럽고 기분 좋은 세미나였습니다. (jc, 20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