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2023취재] 45. 최승희 탄생일 (10) 결론

10. 결론

 

이상에서 22개의 문헌에 나타난 최승희의 생년월일에 대한 기록을 모두 검토했다. 결론은 최승희의 실제 생일은 음력으로는 1911년 12월24일, 양력으로는 1912년 2월11이었고, 이에 따르면 최승희의 부친 최준현 민적과 숙명여학교 학적부에 기반을 둔 생년월일은 오류로 판명되었다. 반면, 새로 발굴된 문헌에 나타난 기록들은 모두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즉, 오늘날 정설로 굳어진 최승희의 생일 1911년 11월24일은 잘못된 것인데, 그것은 부친 최준현의 민적의 기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였다. 부친 최준현이 최승희의 음력생일을 양력인 것처럼 신고한데다가 민적계원의 실수까지 겹쳐서 발생한 잘못된 기록이었다. 이같은 민적상의 오류는, 처음에는 제대로 작성되었던 숙명여학교 학적부의 기록을 다시 변조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최준현의 민적과 숙명여학교 학적부를 근거로 제시한 정병호의 서술은 오류였는데, 정병호의 서술을 참고한 이후의 모든 평전들도 이 오류를 답습했다. 심지어 평양 애국열사릉에 새겨진 최승희의 묘비의 기록도 이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11년 11월24일을 기준으로 삼아서 진행되었던 최승희 탄생100주년 기념행사들도 모두 날짜를 잘못 맞춘 행사들이 되고 말았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앞으로 120주년이나 150주년 행사들은 실제 탄생일에 맞춰서 조직되어야 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최승희에 대한 모든 기록은 그의 출생일을 1911년 11월24일로 서술하고 있다. 심지어 정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위키피디아의 서술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와 중국어, 스페인어와 러시아어를 포함한 세계 10개 언어로 쓰인 모든 위키피디아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 오류는 1912년 2월에 발생했던 종로구 헌병대의 한 문서계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오류는 평전자와 연구자들이 20세기 초 조선에서 음력과 양력이 병용되었던 사정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되었고, 인터넷 시대에는 무한 재생산되면서 전 세계에 퍼져버린 것이다.

 

이 오류는 이제 바로 잡혀야 한다. 필자는 이 논문으로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믿는다.

 

필자는 2019년 큐슈 조사를 하던 중, 쿠루메 시립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일본대백과전서 니포니카(日本大百科全書 ニッポニカ, 1994)>에서 최승희 항목을 찾아 본 적이 있었다. 그의 생몰연대가 “1911?-69?”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1984년부터 1989까지 25권으로 완간된 이 사전은 일본의 대표적인 백과사전이다. 1994년에 디지털판이 출시되었고, 이후 매월 정기적으로 각 항목이 점검되고 수정, 보완되기 때문에 정확성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난 사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전은 최승희의 출생과 사망연도에 의문부호를 찍어 놓았다. 더구나 출생날짜와 사망날짜도 없었다. 최승희의 생몰일자가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필자는 이 논문을 근거로 이제 최승희의 출생일자 정도는 <일본대백과전서 니포니카>에 기입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대백과전서 니포니카>를 수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평양의 애국열사릉에 세워진 최승희 선생의 묘비이다. 여기에 새겨진 그의 탄생일은 잘못된 정보이므로 빠른 시일 안에 수정되기를 기대한다.

 

그 묘비에 새겨진 1911년 11월24일이라는 날짜는 일제강점기 한 민적 계원의 실수로 변조된 탄생일에 불과하며, 그 날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조선의 인민배우이자 불세출의 조선무용가 최승희 선생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승희 선생의 탄생일은 음력 1911년 12월24일, 혹은 양력 1912년 2월11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