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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25. 센다이 (3) 공연 발견

센다이에서 발행되는 1936425일의 <가호쿠(河北新聞)>에 실린 화장품 광고를 보면서 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5면 하단의 3분의1을 할애한 광고문의 하단 오른편에 최승희 선생의 사진이 실렸는데, 그 바로 옆에 공연회라는 말이 얼핏 보였습니다.

 

긴장하고 찬찬히 읽어보니까 <최승희 신작무용 공연회>의 특등석 초대권을 배부한다는 말입니다. 그 바로 밑에는 깨알만하게 ‘28일까지 마감한다고 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29일 주야2, 문화키네마에서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 후지사키 화장품사는 최승희의 센다이 공연을 후원한 기업이었으며, 이 공연을 회사 홍보의 기회로 삼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 발매된 화장품 신제품을 10원 이상어치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최승희 공연의 특등석 초대권을 증정한다는 광고였던 것이지요.

 

후지사키 화장품사의 사은 행사는 428일까지 마감인데, 이는 공연이 429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장은 <분카키네마(文化キネマ)> 극장이었습니다. 최승희 센다이 공연이 다소 엉뚱하게도 화장품회사의 광고문에서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화장품 광고문의 서술이 실수나 오류가 아닌 한, 최승희 무용공연은 429일이 틀림없었고, 공연장도 분명히 <분카키네마>였습니다. 회사가 상품과 사은 행사 광고를 하는데 실수나 오류가 있을 리야 없잖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광고기사이기 때문에 정식 기사가 있는지 확인을 해 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전날 읽었던 <가호쿠신문>, 특히 425-29일의 신문을 꼼꼼히 조사해 보아야 합니다. 제가 전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읽었던 것은 실수였습니다. 광고를 프린트하면서도 그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았던 것도 후회가 되었습니다.

 

이 실수와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센다이의 미야기 현립도서관에 다시 가야했습니다. 저질렀을 때는 사소한 실수이고, 모르고 지나갔으면 그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뒤늦게 이를 깨닫고 만회하려니까 금쪽같은 반나절의 시간과 7천엔의 신칸센 왕복표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나마 이 정도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만회할 수 있는 실수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만일 서울에 돌아가서야 이 광고문을 제대로 읽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이를 만회하려면 적어도 23일의 시간과 40만원의 항공권이 더 필요하게 되었을 겁니다.

 

공자께서 좋은 일을 보면 목마른 듯, 불에 덴 듯 해라고 조언을 하셨지만, 이는 리서치에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다가 필요한 자료가 발굴되면 바로바로 읽어야 하고, 금방금방 소화해야 하는 거죠.

 

암튼, 전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저는 숙소가 있던 후쿠시마에서 다시 신칸센을 타고 센다이로 갔습니다. 또 버스를 타고 45분을 달린 후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센다이역까지 26분 걸리는데, 센다이역에서 도서관까지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입니다.)

 

 

전날 신청했던 19364월과 5월의 <가호쿠신문> 마이크로필름을 다시 신청했고, 판독기에 필름을 걸고 바로 425일자 신문까지 돌렸습니다. 화장품 광고기사를 다시 한번 프린트하고, 그 이후 날짜의 신문들은 1면부터 8면까지 샅샅이 살펴봤습니다. 429일자 신문7면에 최승희 공연기사가 딱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이 기사에는 사진이 게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제 대충 보았을 때 발견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기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반도의 무희 최승희양 문화키네마에서 공연이라는 제목 아래 신작무용공연회에 출연하는 반도의 무희 최승희양 일행이 어젯밤 99분에 센다이역에 도착했고, 이를 다수의 팬들이 역에서 환영했다면서, 이 공연회에서 발표될 작품들의 제목을 1-3부로 나누어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센다이 공연의 연목도 1부에 5작품, 2부에 6작품, 3부에 6작품으로 모두 17작품이었습니다. (jc, 2023/11/12)